[일요서울│박수진 기자]대주주들의 차익 챙기기에 또다시 힘없는 개미들이 죽어나고 있다. 지난 19일 후너스(사장 오영신)의 최대주주인 유아이(대표이사 한철규·안순길)가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한 뒤, 약 100억 원의 수익을 챙기면서 ‘먹튀’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 게다가 후너스의 새 주인이 될 평주개발(사장 홍용표)이 자본잠식 회사로 밝혀지자 후너스와 평주개발 간 M&A(인수ㆍ합병)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됐다. 결국 지난 20일 사법당국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후너스의 소액주주들이 “유아이의 시세차익 획득은 지난해 후너스를 인수할 때부터 이미 세워진 계획”이라며 “여기에 후너스와 평주개발도 동참했다”고 주장해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후너스·평주개발 간 주식양도 계약 통해 2차 시세 차액 노렸나
유아이 세 이사진, 후너스 담보로 명동 사채권 100억 대출 의혹
상장사 후너스의 소액주주인 A씨에 따르면, 비상장 바이오 기업인 유아이는 2010년 12월 B씨(現 유아이 CFO 겸 부사장)의 중개로 일본의 바이오 기업인 온콜리스바이오파마(이하 온콜리스) 지분(36.6%)을 약 36억 원에 인수했다. 그 후 지난해 6월, 유아이는 후너스의 주식 1000만 주(주당 4500원)를 총 450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후너스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같은 해 8월 25일, 유아이는 후너스와 한 계약을 666만주(총 300억 원)로 변경한 후, 유아이 444만주(총 200억 원), 최씨 178만주(총 80억 원), 현씨·서씨가 44만주(총 20억 원)로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당시 유아이는 444만주인 200억 원의 취득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아이와 최씨로부터 각각 100억 원을 차입해 조달했다”고 주장했다.
후너스의 최대주주가 된 유아이는 2주 뒤인 9월 7일, 후너스에 온콜리스 지분 매각을 진행했다. 대상 지분은 유아이가 취득했던 온콜리스의 지분 36.6% 중 29.9%에 해당하는 1만5129주로 총 223억 원(주당 147만8601원)이다. 유아이는 2년 전 온콜리스의 지분 매각 당시 보다 적은 지분을 넘겼음에도 매각 금액의 약 7배에 달하는 금액을 책정했다.
문제는 유아이가 후너스로부터 온콜리스 매도대금으로 지급받은 223억 원을 앞서 최씨와 유아이로부터 차입한 200억 원 상환에 쓰고, 나머지 23억 원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A씨는 “결국 유아이가 보유한 후너스 주식 444만주(200억 원)는 7배 부풀려진 온콜리스 매도금액으로 소유하게 된 것”이라며 “이는 후너스를 공짜로 소유하게 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씨가 후너스 주식 177만주를 취득한지 3개월 후인 지난해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처분하는 모습을 보여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당시 후너스의 최고가는 1만1000원으로 매입 시보다 3배 가까이 뛴 가격을 자랑했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최씨는 지분을 인수한 8월 25일부터 조금씩 팔기 시작해 같은 해 12월 12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6.31%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최씨는 약 1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예상된다.
커져가는 의혹
A씨는 이번 100억 원 먹튀 논란 중심엔 유아이 이사진들의 주가조작이 자리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아이의 세 이사진은 유아이가 가지고 있던 후너스의 주식 444만4445주 중 240만 주를 담보로 명동 사채권에 10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들은 후너스 주식 재매입을 통한 주가조작을 위해 유아이의 통장으로 입금하지 않고 차명인 3명의 계좌를 이용했다. 만약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아이 이사진들은 사적 이익을 위해 유아이 법인 재산인 후너스 주식 240만 주를 편취하는 등 횡령을 저지른 셈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난 10월 담보 대출 만기일이 다가오자 유아이가 대출 받았을 당시인 지난해보다 후너스의 주가가 약 3000원 가량 떨어져, 대출 받았던 100억 원 보다 더 큰 금액을 갚아야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아이가 지난 19일 급하게 후너스 주식을 전량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당시 차액으로는 대출금을 갚기엔 부족해 급히 후너스와 평주개발 간 주식양도 계약을 통해 2차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평주개발이 후너스의 지분을 인수하기엔 자본잠식이 심각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3개 업체가 수익을 얻기 위한 모종의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평주개발은 골프장건설과 부동산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는 후너스와는 아무런 개연성이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회사 간의 M&A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었다. 더욱이 회사 설립 1년 만인 2006년부터 이미 자본잠식 상태로 특별한 매출 없이 해마다 영업 손실을 기록해 후너스의 매각금액을 지불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평주개발의 2010년 손익계산서상 매출액은 0원이며 순손실은 6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손익계산서상 매출액 또한 0원으로 순손실은 15억 원이다. 대출금 연체도 6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자산 145억 원, 부채 218억 원, 자본은 마이너스 73억 원이다.
이처럼 평주건설의 인수대금 마련 의혹에 이어 두 기업의 계약금 전달과정에서도 수상한 정황이 포착돼, A씨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유아이의 통장 사본을 살펴보면 매각 계약금 지급일인 지난 15일 평주개발은 유아이에게 계약금 10억 원을 5억·1억·4억 원 등 세 차례에 걸쳐 나눠 입금했다. 의아한 점은 유아이가 평주개발의 계약금 입금과 동시에 즉시 출금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유아이의 계좌가 개인 통장이 아닌 법인통장임에도 이처럼 자유롭게 출금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입장이다.
A씨는 “법인 통장은 글자 그대로 회사 업무에 관련된 현금 흐름을 자세하게 보고하는 통장인데, 이렇게 전액이 즉시 출금됐다는 것은 유아이 이사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현재 언론을 통해 평주개발의 자본잠식 상태가 드러난 후, 후너스의 주식이 오르긴커녕 급락하고 있어 유아이에서 평주개발과의 계약 체결을 무효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각에서는 ‘유아이가 평주개발을 버리고 다른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주장을 반증이라도 하듯 지난 26일 후너스는 최대주주인 유아이와 지난 14일 평주개발이 체결했던 주식 양도계약이 평주개발의 해지로 파기됐다고 공시했다. 해지일자는 23일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서울]이 각 회사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유아이와 후너스 측은 연결이 되질 않았으며, 평주개발 측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후너스는 화학제품과 건자재·폴리머 및 실리콘 등을 제조하는 판매회사로 후너스바이오와 온콜리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번 파문이 있기 전인 11월 초 시가총액이 무려 1200억 원대를 오르내리고 지난해 매출액이 2000억 원에 달하는 등 소위 잘나가는 중견기업이었다. 또한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유아이는 지난해 6월 후너스로부터 매입한 주식(1주당 4500원) 전량을 자본잠식 회사로 알려진 평주개발에 넘김으로서 1년 5개월 만에 총 100억 원의 매각차익을 챙겼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