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회장, 옷 대신 라면 팔아 돈벌이
구본걸 회장, 옷 대신 라면 팔아 돈벌이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11-27 09:52
  • 승인 2012.11.27 09:52
  • 호수 969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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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사업 확장하는 LG패션
구본걸 LG패션 회장.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LG패션(회장 구본걸)이 본업인 패션사업과 관련 없는 외식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LG패션은 자회사인 ‘LF푸드’를 통해 씨푸드·라멘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직영점을 잇달아 개설하면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LF푸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또한 LG가에서 분리된 아워홈도 외식업체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LG그룹도 함께 지탄을 받고 있다. 한 집안에서 같은 사업을 전개하면서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회사 LF푸드 설립하고 일본 생라멘 전문점 가맹 사업
삼촌과 외식사업 정면대결…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역풍

LG패션은 2007년 11월 자본금 100%를 출자해 자회사 LF푸드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법인 설립 당시 해산물 레스토랑 ‘마키노차야’를 인수해 외식사업에 발을 들였다. 2008년 4월에는 일본 생라멘 전문점 ‘하코야’를 인수해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LF푸드는 하코야를 주력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하코야 인수 당시 2곳에 불과했던 생라멘 매장 수를 100여개 가까이 늘렸고, 2013년까지 3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직영투자를 늘리면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F푸드는 서울합정메세나폴리스와 인천서부스퀘어원에 지난 9월과 10월 잇따라 직영점을 열었다. 기존에 개설된 직영점을 포함하면 총 7곳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하코야 측은 “외식업계의 불황이 짙어지면서 프랜차이즈 본사 전반적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있지만 불황일수록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용하다”며 “적절한 투자를 통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다양한 성공모델을 보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 자리 좁아지는 자영업자

LF푸드는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안착시킨 뒤 해외로 진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사업 성공은 ‘골목상권 침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강력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바탕으로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자영업자들이 많은 외식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생계를 걸고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을 들여 투자하는 특화된 사업 분야가 아닌 이상에야 당연히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투는 서민들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의 대표적인 골목상권 침해 업종은 외식사업이다. 대기업들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규탄을 들으면서도 외식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점 때문이다. 외식사업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은 일반 서민들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로 손쉬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큰 투자나 생산 시설이 필요 없고,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대기업이 외식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기존에 사옥을 보유하고 있거나 다른 유통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매장 개설도 용이하다.

사업 진출에 큰 부담이 없는 반면 실패하더라도 영세자영업자와 달리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외식사업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재벌가에서 흔히 벌어지는 재산 분배 과정에서도 계열분리를 통해 나눠주기 쉽다는 점에서 외식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주력 사업과 관련 없는 외식사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패션 관계자는 “하코야의 경우 소비자들이 생소하게 느꼈던 일본식 생라멘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만큼 기존의 분식집 등 골목상권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범LG가의 또다른 외식업체 아워홈도 골목상권 침해로 인해 ‘단골’ 비판 대상이 됐다. 올해 초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확산됐을 때 아워홈이 떡볶이·순대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맡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아워홈은 2000년 LG에서 계열분리 됐지만 LG그룹의 급식사업을 독식하면서 위장계열분리라는 의혹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아워홈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범LG가 외식사업 총출동

LG패션의 외식사업 확장으로 범LG가에서 진행되는 외식사업 경쟁도 눈길을 끌고 있다. 구본걸 LG패션 회장의 아버지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고 구자승씨다. 아워홈은 구인회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 이끌고 있다. 삼촌과 조카가 외식사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LF푸드와 아워홈이 모두 케이터링(대규모 급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맞대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범LG가로 분류되는 LG패션과 아워홈의 외식사업으로 인해 LG그룹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패션은 2006년 LG상사에서 분할되면서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여전히 LG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고, 아워홈도 여전히 LG그룹 계열사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식 사업에 대해 뛰어드는 대기업에 대한 기업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결국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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