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미룬’ 안철수, 향후 ‘청사진’은 무엇?
‘꿈 미룬’ 안철수, 향후 ‘청사진’은 무엇?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11-26 21:17
  • 승인 2012.11.26 21:17
  • 호수 9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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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式 ‘새 정치’ 계속된다”

▲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전격 사퇴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놓고 벼랑 끝 기 싸움을 하던 안 후보는 지난 23일 “이제부터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며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이로써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는 또 한 번의 ‘아름다운 양보’를 선택했다.

안 후보의 사퇴는 ‘또 다른 정치판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정치의 꿈을 잠시 미루겠다”던 안 후보의 향후 ‘청사진’을 살펴본다.

‘정치인의 삶’ 결심한 安…‘시작은 지금부터’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대선판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충격과 감동’에 휩싸인 채 안 후보의 ‘희생 정치’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은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안 후보의 사퇴는 후보등록 마감을 3일 앞두고, 대선을 3주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고 ‘단일화 후유증’으로 중도층의 표심이 이탈하면서 ‘감동 없는 단일화’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안 후보의 ‘아름다운 양보’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사퇴가 곧바로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야권의 고민은 아직 남아 있다. 그는 사퇴했지만 안 후보의 지지층은 그를 중심으로 더욱 결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안 후보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향후 정치인으로 살아갈 안 후보에게 이번 사퇴는 향후 자신이 그려갈 ‘새정치’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일화 프레임에 갇힌 安의 ‘대선 장정’

안 후보는 지난 9월 1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부터 문 후보 측으로부터 끊임없이 단일화 논의를 요구받았다. 안 후보는 그러나 “11월 10일 이전까지는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일단 각자의 위치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단일화를 이뤄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안 후보 측의 입장이었다.

지난 6일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위한 첫 단독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새정치 공동선언문’ 채택과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월 26일까지 단일후보를 내기로 합의했다.

곧바로 단일화 협상팀이 구성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가 커 적잖은 신경전이 오갔고, 중간에 협상이 잠정 중단되는 위기도 맞았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안철수 달래기’에 나선 뒤 협상팀은 재가동될 수 있었다.

지난 21일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TV토론’을 진행했다. 다음날 두 후보는 담판 회동을 진행하며 단일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입장차는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당초 계획했던 ‘아름다운 단일화’는 사라지고 ‘감동 없는 단일화’라는 지적을 받았다. 중도층이 이탈하고 지지율은 하락했다.

지난 22~23일까지 단일화 협상은 숨 가쁘게 흘러갔다. 두 후보의 담판 결렬, 심야 절충안 제안, 협상팀 재가동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안 후보 측은 ‘마지막 제안’이라며 으름장을 놨고, 문 후보 측도 ‘마지막 협상’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23일 오후 ‘단일화 특사’가 막판 조율에 들어갔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결국 안 후보는 이날 저녁 사퇴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단일화 프레임에 갇혔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지지율 정체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문-안 단일화는 애초 기대했던 ‘아름다운 단일화’의 과정은 없었다. 그러나 ‘막판 드라마’가 연출되면서 안 후보는 ‘정치인 안철수’로서 성공적인 안착을 이뤘다는 평가다.

자진 사퇴한 安, ‘새정치’ 약속

“강을 건너고, 다리를 불살랐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 9월 대선출마를 선언할 당시 ‘완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며 한 말이다. 그러나 안 후보의 첫 정치실험 장정은 대선출마 선언 65일 만인 지난 23일 전격 사퇴로 일단락됐다.

안 후보는 “비록 새정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나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올 두 번째 장정을 약속한 것이다.

안 후보는 잠시 몸과 마음을 추스린 뒤 문 후보를 적극 도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한 상황에서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층이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안 후보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어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언급한 점으로 미뤄 그의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향후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한 만큼 안 후보는 이번 후보직 양보를 통해 미래를 기약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그의 지지층과 유동적 입장을 보여 왔던 유권자들에게 ‘정치인 안철수’로서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줬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후보가 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 뜀으로써 야권의 차차기 주자의 위상을 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0세라는 젊은 나이도 이런 가능성을 키운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비록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정치’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가 “국민 앞에 드린 단일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명분을 내세운 점도 자신의 지지층 확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의 향후 행보는?

안 후보는 이미 정치인의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졌지만 온 몸을 던져 그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거대정당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결국 사퇴했다. 정치를 계속하고 ‘새정치 구현’을 약속한 만큼 결국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안 후보가 언급한대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문 후보를 돕고 그 결과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안 후보는 그 즉시 차차기 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독자 정당보다는 문재인-안철수 중심의 제3정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일 문-안 단독회동 이후 두 사람은 ‘국민연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야권의 모든 지지 세력을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야권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를 두고 ‘빅텐트론’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안 후보의 양보로 단일후보가 된 문 후보가 만약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민주통합당의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을 이탈한 일부 인사들은 안 후보와 손을 맞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주’는 안철수가, ‘객’은 민주통합당(문재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발(發) 정계개편은 여전히 매머드급 파워를 지니고 있다.

일각에선 대선 이후 안철수 중심의 ‘중도대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퇴 기자회견문 곳곳에서 문 후보 측에 대한 서운함을 심어 놓았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후보단일화 관련) 문 후보와 저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졌다”고 밝혔다. 결국, 단일화 과정에서 문 후보 측과 감정의 골이 적잖이 생긴 만큼 함께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통한 단일화가 아닌 민주통합당에 밀려 양보한 모양새가 됐다”며 “의례적으로 문 후보를 도울 순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그를 돕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 후 캠프 관계자와 일일이 포옹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때 정책집 발간 담당자는 “정책집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라고 말했고, 안 후보는 이에 “다시 시작하면 여기서부터 시작하자”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캠프, 安 향한 ‘구애’ 절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현재 안 후보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흐름을 보였다. 단일화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문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의 표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 후보 사퇴 다음날 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단 모두가 사퇴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선대위원장단이 문 후보와 안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대’ 방식으로의 새로운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비록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됐지만 안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층, 무당파층, 2~30대 젊은층의 표를 흡수해야 대선 승리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다. 문 후보 측에서 “정중한 예의를 따로 갖추겠다”고 한 것도 ‘공동선대위원장단 총사퇴’도 안 후보를 향한 절실한 구애로 읽힌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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