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보선] 홍준표-권영길 ‘맞짱 대결’ 가나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1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공민배 후보와 무소속 권영길 후보의 야권단일화 움직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20일 선거대책위원회 조직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는 공민배·권영길 후보 역시 지난 22일 ‘경선 서약식’을 갖고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공민배 후보가 지난 23일 밤 열린 홍준표-권영길 후보 측의 TV토론을 문제 삼으며 ‘잠정 결렬’을 선언하는 등 단일화를 위한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홍준표 맞설 상대는 누구?
경남보선 단일화를 위한 데드라인은 오는 26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단일화 마감시한을 이틀 앞둔 24일 현재 단일화가 잠정 결렬되면서 민주통합당 공민배 후보 측과 무소속 권영길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공민배 후보 측은 24일 “야권단일화 정신을 내팽개친 권영길 후보의 부도덕성을 문제 삼아 야권단일화 여론조사를 무효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전날(23일) 밤 진행된 ‘홍준표-권영길 후보 측 TV토론’에 대해 공 후보 측이 “권영길 후보로 단일화되는 듯한 이미지를 줬다”며 이를 문제 삼은 것. 공 후보 측은 “권 후보와 연석회의에서 수습방안을 내놓으라”고 거듭 촉구했다.
새누리당 텃밭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현재 홍 후보가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 김두관 전 지사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면서 도지사 공백이 생긴 만큼 홍 후보 측은 ‘경남 보선 책임론’을 내세우며 더더욱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홍 후보 측 핵심인사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지사가 사퇴해 결국 경남지사 보선을 치르는 것 아니냐”며 “그런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심이 좋지 않다. 이번 보선은 ‘민주당 심판론’으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각 주자들은 자신이 홍 후보와 맞설 적임자라며 중도층과 진보진영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공민배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놓고 ‘합의’, ‘결렬’ 등의 벼랑 끝 전술을 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진보당 ‘무공천’… 무소속 권영길 지지
‘진보정치의 대부’로 불리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번 경남지사 보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효과’를 노린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정치권은 종북논란 등으로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적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권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지지기반을 확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김두관 후보 역시 이곳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영남은 새누리당 텃밭이지만 창원을 비롯한 일부지역은 노동자층이 두터워 진보정당의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진보정당이 분열되면서 이들도 자연스레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으로 갈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권 후보의 무소속 출마는 양측 모두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보정의당은 이번 경남 보선에 후보자를 내지 않았다. 대신 권영길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진보정의당은 지난 2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노회찬·조준호 공동대표와 유시민 공동선대위원장은 다음날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권 후보의 지지를 공식화했다.
노회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당이 별도 후보를 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권 후보가 선정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대통령에 올인하고 도지사는 권영길 후보가 진보진영을 결집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위원장 역시 “권 후보가 민주당과 단일화를 앞두고 있는데, 정치 도의로 따지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고 대선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이번 보선의 원인을 제공했다. 양보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민주통합당을 압박했다.
공-권, 비공개 단일화 합의
공민배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지난 22일 회동을 갖고 후보등록 마감(26일)까지 단일후보를 내기로 최종 합의했다.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는 끝내 불참,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현재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선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한 관계자는 이날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후보등록 마감일(26일) 전까지 단일화하기로 했다”며 “방식은 비공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역 선택 문제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선출방법도 절차도 철저히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한 공개 없이 양측 ‘협의’와 ‘룰’에 따라 단일후보가 확정되고, 이를 최종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는 어떤 절차를 통하고, 어떤 룰이 적용됐는지 모른다는 점에서 자칫 ‘야합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가 구성돼 있어 객관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연석회의에 종교인들도 참여하고 그렇기 때문에 야합이니 하는 그런 의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보선 야권단일화는 20여개의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단체가 참여한 ‘연석회의’가 주축이 되어 추진되고 있다.
심상정과 공민배의 ‘역할론’
일각에선 민주통합당이 경남보선을 포기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지역민심이 좋지 못한데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에 맞설 중량감 있는 인물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당 안팎에서는 ‘집중과 선택’ 전략을 통해 대선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들리고 있다.
지난 23일 안철수 후보의 전격 사퇴로 문재인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정됐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조만간 문재인 후보와 만남을 갖고 단일화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정의당 천호선 대선기획단장도 지난 22일 한 방송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 측 이정미 대변인은 지난 21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정책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심 후보를 포함한 정권교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이 국민열망에 부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즉시 정책연대 협의가 될 수 있도록 형식에 구애 없이 지금부터 사전 협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단일후보에게 힘을 보태는 대신 경남지사 보선에 출마한 무소속 권영길 후보의 단일화를 조건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진보정의당 입장에서 보면 권 후보가 홍 후보와 맞서 패하더라도 야권 단일후보로서 양 갈래가 된 영남지역 노동자층을 하나로 묶고 이후 권 후보와 권 후보 지지층을 흡수함으로써 더 큰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노회찬 공동대표는 권영길 후보의 진보정의당 입당 여부와 관련해 “대선이 끝나고 나면 노동에 기반에 둔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현재 권 후보와 논의하는 과정이다. 이번 선거는 무소속 상태로 치르고 이후 논의할 것”이라고 입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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