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비락' 영업망 강탈 왜
한국야쿠르트 '비락' 영업망 강탈 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11-26 12:01
  • 승인 2012.11.26 12:01
  • 호수 969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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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살자고 중소기업 죽였다?”

중소기업 영업망 뺏어간 행위 적발…공정위 ‘시정명령’
모기업 ‘한국야쿠르트’, 기업이미지 훼손될까 전전긍긍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국야쿠르트(회장 윤덕병)계열사 비락(대표 최성기)이 중소기업의 영업망을 강탈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비락은 자신의 자금력을 동원해 중소기업과 계약 중이던 대리점에 자신의 소속 대리점으로 전환하는 대가로 수억 원의 현금을 살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경제정책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대기업이 한 행동이라 믿기 어렵다”, “후발 경쟁은 할 수 있다지만, 자금을 살포한 것은 허상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이뤄졌다는 것이 황당하다”
비락의 공정위 시정명령을 본 네티즌들의 말이다.

비락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유제품 등의 방문 판매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사업자다. 모기업인 한국야쿠르트의 친서민 이미지 강조로 서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 왔다.
그 결과 2008년께 후발주자로 국내 녹즙시장에 신규 진출한 비락은 이후 고도의 성장을 거듭했다. 서민들에게 친숙한 만큼 제품에 대한 친밀도가 매출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성장과정 속 부당 고객유인행위가 공정위 조사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자신의 취약한 녹즙제품 영업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사업자인 (주)참선진종합식품의 소속 대리점에 거액의 현금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비락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참선진종합식품 소속 대리점 4곳을 비락 대리점으로 전환하는 대가로 녹즙 소비자 1인당 5만 원을 기준해 최소 3600만 원에서 최대 2억 원에 이르는 총 3억49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론 J대리점 7085만 원, Y대리점 2억 원, M대리점 3600만 원, K대리점 4250만 원 등이다.
이처럼 경쟁사업자와 기존 계약기간 중에 있던 대리점에게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제공한 것은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통한 부당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시장에 있어서의 경쟁수단이 바람직한 경쟁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며 현금 제공 규모가 4개 대리점 연매출액의  29.2%~44.3%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고 과대한 이익제공에 해당된다며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조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앞으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할 방침”이라며 “향후 각종 사업자들의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통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기업 불똥 튈까

이에 따라 모기업인 한국야쿠르트 기업이미지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어날 전망이다.
비락은 한국야쿠르트 그룹의 계열사로 2011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3148억 원, 매출액 1777억 원 정도의 대기업인 반면 비락과 국내 녹즙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참선진종합식품은 자산규모 13억 원, 매출액 58억 원 정도의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비락이 한국야쿠르트의 계열사인 것은 맞지만 법인이 다르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으며 여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락의 최대주주가 50.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팔도(구 삼영시스템)다. 팔도는 올해 초 꼬꼬면의 성공으로 한국야쿠르트에서 분사했고, 윤병덕 회장의 외아들 윤호중 전무가 경영을 맡고 있어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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