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선 녹화는 되고 감청은 안된다(!)
카지노에선 녹화는 되고 감청은 안된다(!)
  • 김대현 
  • 입력 2006-12-01 09:47
  • 승인 2006.12.0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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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자회사 예산 3억원 날린 사연


‘카지노 영업장에 감시 카메라는 되지만, 감청설비는 안된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주)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운영하고 있는 카지노 ‘세븐럭’에 설치된 감청설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내려진 결론이다. 카지노 관련 법규에 감청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감청에 필요한 기계장치를 설치하려면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GKL은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점검하지 못해 2억7,400만원을 들여 만든 감청설비를 모두 철거하고 말았다.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과 함께 카지노 사업이 너무 서둘러 진행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된 것.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도 카지노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사업추진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1월 말 강남점 오픈을 시작으로 강북점, 부산 영업점이 차례로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정부가 사행성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난여론과 함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잇따라 의혹이 불거진 것도 카지노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GKL은 이번에 논란이 된 감청설비가 지난 16일 모두 철거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단 한 차례도 감청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감청설비를 설치했다는 것만으로,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주)그랜드코리아레저(GKL·사장 박정삼)가 서울과 부산에서 영업 중인 카지노 사업장에 무허가 감청 장비를 설치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카지노 사업장에 감청설비를 시설한 것은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감 확산
카지노 전문가 A씨는 “전세계적으로 감청을 하는 카지노는 많지 않다”면서 “감청을 하더라도 몰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덕적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GKL은 부랴부랴 감청 장비를 철거하는 소동을 벌여야만 했다. 현재 국내 카지노 운영 규칙에는 감청장비 설치와 관련된 법적 근거가 없다.
카지노 보안시스템 구축의 법적 근거가 되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과 카지노 영업준칙 등에는 감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GKL 김홍래 홍보팀장은 “국회에서 지적을 받아 녹음장치를 전부 철거했다”며 “또, 아직까지 객장에서 이 장비를 사용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해명했다.
문화관광부 관광산업팀 서영길 서기관도 “국회의 지적에 따라 녹음장치를 철거한 것으로 안다”며 “공기업으로서 비난을 면키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GKL측이 최소한의 법적 검토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정부가 카지노사업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예산만 낭비한 형국이다.
GKL은 이와 관련,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시방서에 나온 것에 따랐을 뿐”이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GKL은 시방서를 M엔지니어링에 의뢰해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공사 자회사로 출발
GKL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사행성 산업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기 위해 세운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다. 정부가 전액 출자해 별도의 카지노 운영 주체를 만든 것. 서울 강북, 강남, 부산 영업장 등 3곳에서 운영 중인 카지노 ‘세븐럭’(Seven Luck)은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말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사행성 산업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 여론과 곳곳에서 터져 나온 관련 의혹 사건으로 세븐럭은 오픈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번에 국회에서 논란이 불거진 감청장비는 지난해 GKL이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한 서베일런스 시스템에 포함돼 있다. 서베일런스는 카지노 보안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특수성을 띤 카지노 운영에 있어 손님과 직원의 모든 행동을 촬영하는 장비다.
입찰가 230억원에 이르는 이번 용역계약은 대우정보시스템과 삼성SDS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낙찰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감청장비 또한 서베일런스 시스템에 포함된 부분이다.
카지노 보안시스템 구입비용은 서울 강남 영업장이 84억5,924만원, 강북 영업장이 77억8,398만원, 부산 영업장이 63억3,678만원 등 모두 224억8,000만원이다.
이들 업체가 GKL이 제공한 시방서에 따라, 기존 카지노 업체에선 사용하지 않는 녹음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계약서에 첨부된 시방서에는 “영업장 내의 주요 지점에 대한 감청설비를 시설하여 중요 상황에 대하여 청취, 녹음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반면, 파라다이스와 강원랜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감청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
특히, 세븐럭 보다 앞서 개장한 강원랜드의 경우 감청장비 설치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뒤늦게 시방서를 수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GKL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강원랜드도 녹음장치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의 소지가 있어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다가 GKL은 용역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감청설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 녹음장비 설치 포기
대우정보시스템과 삼성SDS가 제시한 시방서에 따르면 ‘관련 법규 향후 개선사항’에 “감청 시스템에 대한 법적인 근거 마련”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우정보시스템 정재영 부장은 “세븐럭에 설치한 녹음시설은 시방서에 공고한대로 따라 진행했을 뿐”이라며 “우리는 제안서 안에 카지노 영업준칙 등에 녹음과 관련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첨부했다”고 말했다.
용역 계약서 등에 따르면 감청시스템에 필요한 장비는 코스닥 등록업체 ‘인터엠’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가장 먼저 오픈한 강남 영업장은 지난 2005년 11월 26일부터 12월 5일까지 8일간 감청시스템 설치작업이 진행된 바 있다.
인터엠 한 관계자는 “우리가 대우나 삼성에 감청에 쓰일 장비를 제공한 내역은 전혀 없다”면서 “인터엠은 감청할 목적으로 유용될 수 있는 어떤 제품도 생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카지노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감청설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일부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경우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를 이용해 사기를 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청 마이크를 설치해 운영하는 곳이 여럿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정서에 배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지난해 ‘안기부 X-파일’ 사건이 불거져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터라 내국인이 출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도청’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변칙운영이라는 지적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감청설비’는 “대화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장치·기계장치 기타 설비”를 말한다. 또, 감청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경우, 통신보호법 제 10조 2항 등에 따라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국가기관이 아닌 경우, 동법에 따라 정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GKL은 결국, 사업 초기 운영진의 ‘실수’로 인해 3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GKL과 용역업체가 맺은 계약서 세부내역에 따르면 강남·강북 영업장에 각각 9,800만원, 부산 영업장7,800만원 등 총 2억7,400만원을 감청장비 설치비용으로 투입했다.
GKL은 정부가 전액 출자했기 때문에 사실상 공기업에 가깝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소극적이다.
김 팀장은 “예산낭비에 대한 책임 소재 등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며 “알아서 확인하라”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GKL은 감청장비 철거와 관련, 취재진이 요구한 확인취재도 거부했다.

GKL측 “알아서 확인하라”
다만,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 담당부서에서 현장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광부 관광산업팀 담당자는 “지난 16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서울, 부산지역 영업장을 돌며 감청설비 철거를 직접 확인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카지노 영업장에 법적 근거가 없는 감청시스템이 설치돼 있다는 것은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 국감에서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 강원랜드 스키장 드디어 개장

백운산 기슭 따라 내려오며 천혜의 자연 ‘만끽’

오는 8일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이 개장한다.
백운산 일대 496만여㎡ 면적에 조성된 하이원 스키장은 슬로프면적 94만7,000여㎡(18면), 슬로프 총길이 21㎞(표고차 680m), 콘도 403실, 곤돌라 3기, 리프트 5기, 컨베이어벨트 11기, T바 1기 등의 시설을 갖춰 국내에서는 용평, 무주에 이어 세번째로 규모가 크다.
강원랜드측은 한국철도공사와 협약을 맺고 하이원 스키장이 개장하는 날부터 내년 3월말까지 서울역과 부산역에서 정선 고한역까지 스키 전용열차를 운행한다. 국내 최초로 운행되는 스키 전용열차는 전망실, 카페, 가족실, 장비적재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운행시간은 서울역에서 고한역까지 3시간50분(354석)이다.
강원랜드의 박도준 홍보팀장은 “하이원 스키장에서는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백운산 기슭을 따라 스키를 즐길 수 있어 진정한 스키 마니아들의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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