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양보’ 보여준 사촌 간 경영권 승계
‘아름다운 양보’ 보여준 사촌 간 경영권 승계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11-20 18:01
  • 승인 2012.11.20 18:01
  • 호수 968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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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구자열 시대 개막

구자열 회장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LS그룹(회장 구자홍)의 수장이 교체된다. 지난 11일 LS그룹은 구자홍(66) 회장이 사촌동생인 구자열(59) LS전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구자홍 현 회장은 올해까지 회장직을 수행한 뒤 구자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 LS그룹의 이번 결정을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사촌 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아름다운 양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형제간에도 경영권 분쟁을 겪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재벌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구자열 회장의 다음 순서가 사촌동생인 구자은 LS전선 사장에게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10년간 그룹 이끈 구자홍 회장, 사촌동생에게 경영권 이양
경영권 분쟁 타 기업에 모범… 사촌 간 승계 이어질지 관심

LS그룹은 2003년 LS그룹에서 분리될 때부터 구자홍 현 회장 체제로 운영됐다. 10년간 LS그룹을 이끈 구자홍 회장은 그룹창립 10주년을 맞으면서 사촌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미련 없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구자홍 회장은 “10년 가까이 그룹 회장을 맡아오면서 LS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제 LS는 더 역동적이고 능력 있는 경영인이 제2의 도약을 이뤄야 할 때이며 구자열 회장이 최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구자홍 회장은 다음 달 31일까지 임기를 채우고, 내년 1월 2일 이임식을 끝으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다. 이후 LS그룹 연수원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구자열 회장을 후방지원하게 된다. 구자홍 회장은 10년간 LS그룹을 이끌면서 본업인 전기·전자, 소재, 에너지 분야에서 인수합병(M&A)과 다양한 혁신활동, 글로벌 성장 전략을 펼쳐 계열분리 당시에 비해 매출은 4배, 이익은 3배, 기업가치는 7배나 늘리는 등 LS를 재계 13위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동경영 약속하며 “욕심내지 말자” 다짐

LS그룹은 ‘범LG그룹’을 세운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구태회(89)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함께 만든 그룹이다. 구자홍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며, 구자열 회장은 지난달 20일 별세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이번에 사촌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데는 ‘공동경영’이라는 그룹 철학이 바탕이 됐다. 구태회·평회·두회 형제는 LG그룹에서 LG전선·극동도시가스·LG칼텍스가스·LG니꼬동제련을 분리해 나오면서 “욕심내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특히 세 집안의 그룹 지분보유율을 33.4%씩 일정하게 나눴다.

이들의 공동경영 철학은 LG그룹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LG는 1947년 창업자 구인회 회장과 사돈관계인 허만정씨가 함께 손잡은 이후부터 50년 넘게 두 집안이 함께 이끌어온 동업기업이었다. 특히 1990년대까지도 LG그룹의 사시(社是)는 인화(人和)였고, 동업기간동안 구씨와 허씨 일가의 수많은 형제들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면서도 큰 잡음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구자열 회장 이후의 경영권 향방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LS그룹의 사촌간 경영권 승계가 그만큼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이에 따라 구자열 회장이 자신보다 11살 어린 사촌동생 구자은(48) LS전선 사장에게 언제 경영권을 물려줄 것인지 재계의 시각이 쏠리고 있다. 구 사장은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구 사장이 그룹 수장을 맡게 된다면 LS가 2대의 사촌경영이 완성된다.
 
구자열은 누구?
 
내년부터 LS그룹을 이끌어나갈 새얼굴 구자열 회장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군에서는 만 3년간 현역 통신병으로 근무하다가 제대한 후 1978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해 뉴욕지사와 일본지역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1995년에는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국제부문 총괄임원을 맡았다. 2003년 LS그룹 출범과 함께 LS전선 부회장으로 취임했고, 2008년부터는 회장을 맡아왔다. 이와 함께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과학기술위원장, 울산과학기술대 이사장, 대한사이클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구 회장 취임으로 인해 LS그룹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조용한 활동’을 표방했던 구자홍 회장과 달리 구자열 회장은 재계 행사 등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활동적이며 도전적인 스타일의 경영을 펼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구자열 회장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그에게 따라붙는 ‘혁신의 승부사’, ‘소통의 경영인’, ‘철인 CEO’ 등의 다양한 수식어다.

구자열 회장은 과감한 M&A를 통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2008년 북미 최대 전선기업 슈페리어 에식스를 인수하면서 전선업계 글로벌 10위의 LS전선을 단숨에 3위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저케이블 공사에도 과감하게 도전해 수주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해저케이블 기술은 세계적으로 두개 업체 정도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

또 2015년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700억 원가량을 투입한 전력 케이블 생산공장을 완공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구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LS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편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한 구 회장은 특히 사이클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사이클 전도사’라고 불릴 정도다. 한때 40여㎞에 달하는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도 했으며, 2002년에는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알프스 산악자전거대회’에 참가해 7박8일 동안 650㎞를 완주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사이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나친 사이클 사랑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계열사인 LS네트웍스를 통해 수입자전거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가 올해 초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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