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손 벌리는 文-安 대선자금의 허와 실
‘국민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손 벌리는 文-安 대선자금의 허와 실
  • 고동석 기자
  • 입력 2012-11-20 13:50
  • 승인 2012.11.20 13:50
  • 호수 96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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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고정지지층> 주머니 쥐어짜는 대선펀드의 함정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文 펀드 당조직 총동원… 캠프 특보 “펀드홍보 독려 문자메시지 곤혹”
安 캠프 “문 후보 비해 조직과 국고보조금 지원 받지 못해 열세지만 단일화 뚫고 끝까지 갈 것”

[일요서울 | 고동석 기자] 차기 정권을 담보로 대선 캠프마다 경쟁적으로 펀드 모집에 뛰어들면서 국민여론이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고 있다. 과거 대선에서 재벌기업을 통해 주고받았던 불법적인 대선자금의 음성적인 속성을 겉으로 드러내 양성화시켜 음성적인 금권 선거비리의 고리를 끊었다는 측면에서 펀드 조성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펀드 조성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충당하고 고정 지지층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다. 또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 국고로 보조돼 원금손실 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들의 이해타산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무소속인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다르다. 국고 지원되는 선거보조금을 받지 못해 오로지 펀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펀드(Fund)’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투자신탁 형태로 기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수익률을 무시할 수 없다. 대선캠프에서 앞 다퉈 출시하고 있는 펀드는 연 3% 내외로 은행 연 이자율보다 낮아 수익률과는 거리가 멀다.  펀드경쟁이 치열하게 달아오르면서 각 대선 캠프 내부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대선 펀드는 진짜 펀드처럼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 간에 이뤄지는 금전거래에 가깝고 사실상 또 다른 형태의 정치 후원금 성격이 짙다는 비판적인 지적이 제기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인 펀드가 봇물을 이루었던 지난 4·11 총선 이후 아직도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정치인도 있다. 특히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면서 ‘강용석 펀드’로 선거자금을 모았지만 득표율이 낮아 선거비용을 보전 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펀드의 함정도 여기에 있다. 상황은 다를지 모르지만 후보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인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중 어느 쪽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조성된 펀드를 되돌려줘야 하는 셈법도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文 담쟁이펀드의 불편한 진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국민의 자발적이고 깨끗한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며 지난 10월 22일 담쟁이 펀드를 출시해 56시간 만에 200억 원을 모금했다. 1차 펀드 모집 공지된 이후 우원식 선대위 총무본부장과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펀딩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우 총무본부장은 지난달 17일 의원총회에서 스스로 5000만 원을 냈다고 밝힌 뒤 “담쟁이펀드에 의원들이 앞장서서 가입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적이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 대선후보를 위한 대선자금을 모금하는 것인데 담쟁이 펀드에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따라오겠느냐”며 “펀드 투자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초선의원들은 두 부류로 갈리는 분위기다.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쪽과 마지못해 구색만 맞추는 쪽이다. 한 초선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은행에서 대출 받아 펀드에 가입한 것이 공공연히 의원들 사이에 퍼지면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사실 끌려가다시피 3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당직자들 역시 캠프와 독려 속에 비켜갈 수 없었던지 대출받아 펀드에 가입한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이자가 5%인 은행 대출을 받아 3.09% 수익률의 담쟁이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손해겠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라면 감당해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캠프와 당 지도부에서 펀드 가입을 주변사람들에게 홍보해달라는 요구를 따르기는 약간 껄끄러웠다”고 전했다.

선대위 측은 담쟁이 펀드 1차 가입자는 약 3만5000여 명으로 일반 지지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가입자들이 대체로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일반 시민보다 당원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문 후보 선대위는 1차 펀드 모집 과정이 성공적이라고 보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중에 숨고르기를 하면서 대선 후보등록일인 이달 26일 전에 펀드 시즌2 출시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2차 펀드 모집을 앞두고 당 소속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 순수한 지지자들을 통해 걷혔다는 펀드의 수순성을 의심받고 있다. “대통령 후보 문재인입니다”라고 시작되는 문 후보가 직접 보낸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에는 “의원실별 펀드 담당자들이 정해졌다”며 “휴대폰에 저장 중인 지인 휴대전화, 이메일 DB 자료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발송된 또 다른 문자메시지에는 자신을 문 후보의 금융특보로 임명돼 본격적으로 펀드 모집에 발벗고 나서게 됐다는 것과 함께, 추천인 이름을 꼭 올려달라고 당부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문재인 펀드 가입 절차를 안내하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는 펀드 모금을 위해 금융특보라는 직책으로 별도의 특보단이 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문 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인 특보단 인원은 대략 350여 명. 캠프의 한 특보는 “펀드 모금에 관여하고 있는 금융특보가 몇 명인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를 기획하기 전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 선거자금을 모금한 경험이 있는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따로 담쟁이 펀드 팀을 구성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캠프 특보는 “문자를 받고 활동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에게 억지로 권유한 적도 있었지만 문자가 여러 차례 오니까. 지금 아예 그러려니 하고 받아 지운다”고 덧붙였다. 취재과정에서 펀드 가입과 추천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는 문재인 캠프 특보단 외에도 소속 의원들과 자치단체장, 지자체 의원들까지 당 조직 전반에 대량 발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당직별로 인원이 활당돼 스마트폰 메신저 앱으로 펀드 시즌2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줄 것도 포함돼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펀드 가입을 홍보하고 모급하는 것은 당력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펀드 시즌2가 계획된 데에는 선거법 위반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고정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직표 점검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安 국민펀드 출시는 끝장 보자는 뜻?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18대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인 560억 원의 절반인 280억 원으로 대선을 치르자고 박근혜-문재인 후보에게 제안한 뒤 지난 13일 오전 10시를 기해 ‘국민보조금’이라는 타이틀로 국민펀드를 내놓고 모금에 들어갔다. 캠프 측이 목표로 하고 있는 펀드모금액은 280억 원으로 기간은 모금액이 달성될 때까지로 잡았다. 연 이자 3.09%를 더해 내년 2월 27일까지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펀드팀에 따르면 15일 오후 7시 현재 참여인원은 1만9528명, 판매액은 115억4500여만 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예치액은 약 70만 원 안팎으로 10만 원 이하 소액 참여자가 1만2108명으로 전체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40%의 펀드 가입자 상당수는 안 후보와 친분이 있는 기업인·교수·전문가 그룹 등이 자진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펀드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신청이 폭주하다보니 입금 확인에도 시간이 걸릴 정도”라고 전했다.

문 후보의 담쟁이펀드에 비해 안철수 국민펀드는 참여자 절반 이상이 소액 가입자라는 점에서 정당 조직력을 동원할 수 없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100억 원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안철수 바람’이 시들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

펀드 모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가입자들의 응원 메시지가 올려와 눈길을 끌고 있다. ‘철수짱’이라는 한 지지자는 “진심으로 안철수 국민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며 “혹시나 그럴 일 없겠지만....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아마 우리가 살아갈 이 사회에 공헌할 철수님 믿고 언제까지나 응원한다”고 지지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선관위에서 국고로 지원되는 정당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무소속 후보가 선거판에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여서 정당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안 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불리하다. 또 개인후원금을 모금한다고 해도 법률로 규정된 제한 폭은 선거비용제한액의 5%에 불과하다. 최대 27억9000만 원 이상 모금하기는 어렵다는얘기다. 그렇다보니 대선 선거보조금이 ‘0’이다. 이때문에 안 후보 캠프로선 ‘국민펀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펀드에 묶인 단일화의 덫

18대 대선 선거비용제한액은 559억9770만 원으로 한정돼 있다. 이 선거비용은 후보가 낙선해도 15% 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 전액이 보전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보조금은 대선 후보를 낸 정당에만 지원된다”며 “‘최종 후보등록일 이후 2일 안에 지급된다’는 규정에 따라 11월 27~28일경, 각 정당에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에게 대선 펀드가 자칫 정치 후원금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며 “펀드는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는 채권·채무 관계이기 때문에 약정된 대로 반드시 투자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 않으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국민펀드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배수진 성격이 짙다. 최종 후보등록일인 이달 26일 전까지 단일화가 완료되지 않으면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수백원의 펀드를 모금해놓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진퇴양란의 고민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한계시점을 지나 후보 등록을 해도 대선 투표소까지 라인업하지 않으면 ‘대선 선거보조금’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은 문재인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에 지원될 대선 선거지원금 152억9000만 원은 국고에 환수된다. 이와 관련해 문 후보 측 한 의원은 “후보 단일화로 담쟁이펀드를 보전해줄 최종 보증은 민주통합당이고, 당이 해체되지 않은 한 무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고로 환수된 민주당의 선거지원금은 다시 새누리당과 진보통합당, 진보정의당으로 골고루 배분된다. 이럴 경우 원내 의석수 제1당이 새누리당이 어부리지로 1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것이란 게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단일화를 앞둔 상황에서 안 후보가 내놓은 국민펀드를 둘러싸고 트위터 상에서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트위터리안은 “안철수 펀드 모집으로 드디어 루비콘 강을 넘었다”며 “단일화 결과 정식 대선후보가 되지 못하면 안 후보는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비난했다.

안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13일 출시한 '안철수 펀드'를 두고 '양보한다면서 왜 펀드를 모금하느냐. 사기 아니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대선펀드에 얽힌 캠프 간 이해관계는 물론, 직접적인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단일화를 앞둔 두 후보 모두 대선자금 처리 문제를 두고 쪽박이냐 대박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안철수 펀드를 두고 유사수신행위라며 고발 건이 접수되고, 트위터 상에서 대선이 돈 장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이 거세지는 와중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펀드’ 모금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 15일 저녁 7시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대학생포럼 토크콘서트’에 나와 “펀드에 참여하는 것은 소중한 뜻을 담은 것”이라며 문재인 펀드를 비난하며 금융기관 대출로 선거자금을 마련하겠다던 궁색한 기존 입장을 바꾸었다.

kds@ilyoseoul.co.kr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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