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공화국’ 오명 속 병원들의 삐뚤어진 무한경쟁
‘성형공화국’ 오명 속 병원들의 삐뚤어진 무한경쟁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11-20 11:36
  • 승인 2012.11.20 11:36
  • 호수 968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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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사실 유포에 경찰 고발까지 난무

▲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일부 병원의 삐뚤어진 상혼이 성형의료시장을 흙탕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美)를 추구하는 세태가 이어지면서 일부 성형외과와 클리닉 등은 과당경쟁을 넘어 허위 사실 유포에 흑색선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진료를 받지도 않은 병원 이름을 거론하며 ‘그 병원은 친절하지 못하다’, ‘의사의 실력이 별로다’는 평을 게시판에 올리기도 하고, 분원이 있지도 않으면서 전국 각지의 지명을 넣어 홍보하는 일은 애교에 속한다. 심지어 경쟁 병원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경찰에 슬쩍 흘리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몇몇 성형 분야 병원들은 일 년에 수백억씩 매출을 올리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형공화국’이란 오명 속에 진흙탕 싸움이 된 성형의료 시장을 짚어본다.

강남에 위치한 A병원은 올해 초 인천 연수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병원 홈페이지 내 일부 콘텐츠가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행 의료법에는 수술과정을 촬영한 동영상 또는 사진, 치료를 받은 이들의 경험담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자칫 병원홍보로 비춰질 수 있어 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A병원 측은 곧바로 홈페이지 곳곳을 확인하고 의료법에 위반되는 점을 수정했다. A병원 측은 자신들의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관할경찰서가 아닌 인천지역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예전에 발생했던 문제로 인해 인천지역의 B병원과 관계가 악화된 일이 있었던 점이 떠올랐다.

악플은 기본, 허위사실까지 유포해

몇 해 전 A병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자신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치료 후기를 올린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이와 함께 네이버 ‘지식in’에도 다른 사람의 질문에 비슷한 내용의 글이 답글로 달렸다.
하지만 그 내용은 A병원에 대한 험담뿐이었다. A병원 관계자들은 글을 올린 이가 진짜로 치료를 받은 사람인지 확인절차에 들어갔고, 해당 시기에 글의 내용과 같은 치료를 받은 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키워드 광고로 과다하게 비용이 발생되고 있어 A병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조사결과 악플을 게재한 인터넷 IP는 다름 아닌 인천 소재 B병원이 사용하던 IP로 밝혀졌다. 한번 클릭 시 키워드 광고 비용이 4~5만 원선으로 B병원에서 일부러 A병원의 광고비용을 발생시키기 위해 이 같은 수법을 써 피해를 준 것이다. 결국 B병원은 A병원에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 후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인천 연수경찰서에서 병원 홈페이지를 조사하게 되자 해당 병원은 또다시 B병원의 소행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A병원은 어떻게 수사를 개시하게 되었는지 연수경찰서에 확인했다. 연수경찰서는 이번 수사는 담당자가 A병원을 포함한 여러 병원에 대해 탐문활동을 진행했고, 위법 사항이 발견돼 본격적인 수사가 개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A병원은 다른 병원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병원도 수사를 진행한 것인지도 문의했으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했다. A병원은 인천에 위치한 B병원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태다.

A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홈페이지를 운영함에 있어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방문한 분들에게 사과한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경쟁 병원에서 일부러 그랬다면 이는 아무리 경쟁관계에 있다고 해도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며 보완·수정을 통해 의료계 전체를 발전시키려는 모든 이들의 노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모를 병원 간 과당경쟁

정부가 부당하게 청구된 진료비를 신고하거나 의료인이 아닌 ‘실장’이 내원한 환자를 상대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의파라치(의료+파파라치의 합성어) 제도가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의료계 전반에 퍼진 소문이다.

실제로 일부 병원들은 이들 의파라치 때문에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루머의 확산으로 인해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실제로 경쟁이 심한 성형분야에서는 이런 일이 간혹 발생한다고 들었다”며 “일부러 사람을 사 경쟁 병원에 보내서 진료를 받게 하고 진료비가 부풀려 청구됐는지 알아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별도로 사람을 채용해 경쟁이 된다고 생각하는 병원들의 홈페이지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홍보업체에 의뢰해 포털사이트의 게시판 등에 자신들의 병원을 홍보하는 글을 계속해서 올리게 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전국 각지에 분원이 있는 병원?

몇몇 병원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병원명 앞에 지역명을 넣고 검색할 경우 거의 모든 지역에서 검색이 된다. 마치 분원이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분원이 아니라 누리꾼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검색하는 습관을 이용한 광고로 볼 수 있다.

이런 광고형태가 불법은 아니지만 병원을 찾는 이들에게는 너무 먼 지역이라 찾아갈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짜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하지만 경쟁 병원에서는 이를 그대로 넘길 수 없어 자신들도 똑같은 광고를 진행하게 돼 애꿎게도 환자들이 검색으로 인해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부 병원은 파워블로거 등을 통해 병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료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의사협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 경우 한 달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이보다는 블로거를 통한 광고를 선호하고 있다.

의학적 상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의학용어로 설명하기보다는 같은 눈높이로 쉬운 말로 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블로거들은 병원에서 선호하는 광고매체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칫 블로거들이 게재한 정보만을 그대로 믿고 병원을 찾았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외국계 의료법인의 국내 진출, 의료관광 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들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도를 넘는 과당 경쟁은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안겨주고, 불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 이보다는 의료의 질과 서비스 향상을 통해 신뢰받는 의료계가 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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