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에 맞설 朴의 ‘복안’은?
야권 단일화에 맞설 朴의 ‘복안’은?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11-20 09:37
  • 승인 2012.11.20 09:37
  • 호수 968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리 러닝메이트’ 이어 ‘이재오 카드’ 만지작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이슈를 야권이 선점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상대적으로 대선 국면에서 소외되는 양상이다. 박 후보는 ‘묵묵히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캠프 내에선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들린다.

후보 단일화에 맞서 정국 돌파용 카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적당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박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내세우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캠프 일각에선 ‘호남총리론’이나 ‘충청총리론’이 흘러나오면서 일부 지역출신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DJ 끌어안은 朴… ‘호남총리론’ 부상

‘호남 총리 러닝메이트’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야권의 후보 단일화에 맞설 카드로 호남출신의 총리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연일 호남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인사 탕평이 이뤄져야 하고 호남 인사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 집권 여당 쪽에서 이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호남 총리론’에 불을 댕겼다.

그는 또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호남출신 인사 영입과 관련,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들도 ‘호남 총리론’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2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그동안 어느 정부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동서 화합과 국민대통합을 다음 정부에선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능력 있는 호남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 공기업을 막론하고 말단부터 고위직까지 대탕평 인사를 펼쳐나가겠다”고 공언했다.

박 후보는 동교동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적극적인 호남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한광옥 수석부위원장과 김경재 기획담당특보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이밖에도 ‘리틀 DJ’로 불리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영입을 위해 계속해서 물밑접촉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캠프 측은 호남 인사 영입을 통해 ‘국민대통합’과 ‘동서(東西) 화합’을 상징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호남출신 인사 대부분이 문재인 캠프에 참여하고 있거나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박 캠프 측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건 전 총리와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영입을 위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호남출신 총리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인사다.

고 전 총리는 그러나 자신의 측근을 통해 “본인은 지난 5년간 현실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런 입장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박 캠프의 선대위원장에 지목되기도 했지만 영입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부담을 느끼고 이를 고사했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호남총리 카드와 관련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 등도 후보군에 포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캠프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남인사는 아닌 것 같다”면서 “만약 박 후보가 호남총리 카드를 꺼낸다면 현재 접촉 중인 외부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내에선 ‘호남총리론’ 이외에도 ‘충청총리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호남인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 후보 측이 선진통일당 흡수에 이어 충청출신 인사를 러닝메이트로 내세움으로써 지역 내 지지층을 확고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표적 인사는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이회창·심대평 전 대표다. 박근혜 캠프에 합류한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는 지난 15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이회창·심대평 전 대표와 접촉하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 조만간 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고령인데다 보수색이 짙고 또 박 후보와 한때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었다는 점에서 걸림돌이다. 특히 2인자의 부각을 원치 않는 박 후보의 정치 스타일도 이들을 총리로 지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朴의 ‘마지막 카드’는 이재오?

새누리당 내부에선 야권 단일화에 맞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을 포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게 들리고 있다. 화해의 의미로 친이계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쇄신안으로 ‘분권형 개헌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대선 때마다 언급되는 ‘4년 중임제’로는 국민적 감흥을 불러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분권형 개헌안’은 공교롭게도 이 의원이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권력분립’과 맞닿아있다. ‘이재오’와 ‘분권형 개헌’이 하나의 세트로 묶인 것이다.

박 후보는 이 의원 영입을 위해 몇 차례 손을 내밀었지만 이 의원은 한사코 이를 거부했다. 현재는 외곽에서 박 후보에 대해 ‘독설’을 내뿜으며 그의 마음을 졸이고 있다.

최근 박 후보가 ‘4년 중임제 개헌안’을 제시했지만 이 의원은 “알곡이 없다”고 비판했다.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 의원은 박 후보에게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

지난 15일 친이계 조해진 의원이 선대위 공동 대변인에 추가 임명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박 후보가 친이계에 화해의 제스쳐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의원은 이재오 의원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박 후보와 영원한 적으로 지낼 것 같던 이 의원은 지난 8일 한 종편방송에서 “지금처럼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으면 불행한 대통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쓴 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박 후보가 만약 분권형 개헌안을 받아들이면 선거를 적극 돕겠다”고 말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그는 또 지난 14일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분권을 하지 않고 4년 중임제를 하자는 것은 임기 연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분권형 개헌에 대해 제일 좋은 것은 취임 후 1년 안에 하겠다든지 제일 확실한 공약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박 후보가 1년 내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하면 같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약속을 해 오면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며 “가능성이야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