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국민연대’, 민주의 분열이냐 통합이냐
文-安 ‘국민연대’, 민주의 분열이냐 통합이냐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11-20 09:16
  • 승인 2012.11.20 09:16
  • 호수 968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文-安 단일화, 대선前 ‘뉴딜연합’… 대선後 ‘신당창당’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좌)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대선 이후 정계개편의 주요 변곡점이 될 ‘문-안 단일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그 아래에선 빅텐트를 둘러싸고 제3정당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2012년 야권 발(發) 정계개편의 가장 큰 축은 문-안 공동정부 구성과 제3지대를 아우르는 ‘빅텐트론’이다. 흡사 DJP(김대중-김종필)연합과 2002년 대선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 모습을 합쳐놓은 듯한 양상이다.

정치권에선 야권세력이 단일화를 통해 대선승리를 이끈 뒤 문-안 중심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대선 이후 정계개편의 깊이와 폭에 따라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 또는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단일화 앞두고 걱정 많은 민주당

18대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은 아직 전열을 갖추지 못한 채 단일화 논쟁이 한창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회동을 갖고 후보등록 마감일인 오는 26일까지 단일화하기로 합의했지만 ‘경선룰’을 위한 실무협상이 하루 만에 중단되는 등 단일화 논의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양상에 따라 이후 이어질 정계개편의 모습도 상당부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이후 어떤 형식이로든 세력 간 연대와 흡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단일화에 임하는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제3지대를 묶는 야권의 빅텐트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문-안 중심의 신당 창당은 친노(친노무현)와 친안(친안철수) 그리고 구민주계 모두를 휩쓸 수 있는 메머드급 파워를 지니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안철수 불가론’은 이러한 상황과 잘 맞닿아 있다.

문-안 국민연대, 내용은

안철수 후보의 정국구상 밑그림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5일 전남대 강연에서 “야권 단일화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염원하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새 정치를 향한 국민연대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6일 진행된 문-안 단독회동 이후 7개 합의문에는 두 진영의 지지를 한데 묶는 ‘국민연대’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안 후보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한 만큼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후보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일화 합의 사항인 국민연대의 방법이 결국 신당밖에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단일 후보로 뽑히면 그때부터 그런 부분을 포함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 창당을 국민연대의 범주에 포함시켜 그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현재 여러 인사가 안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물론 과거 한나라당 인사들도 다수 캠프에 합류한 상태다. 그 중에는 쇄신파도, 중도파도, 보수층도 있다. 제3지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빅텐트’의 가능성을 지녔다는 의미다. 여기에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도 대선승리를 위해 “국민연대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빅텐트론’ 제3정당 로드맵

문 후보 캠프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가 거론한 ‘국민연대’와 관련, “민주당, 안철수 세력, 더 나아가 진보정의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 MB정권 연장에 반대하는 세력이 연합 또는 통합하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선이 끝나면 정계가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더 큰 민주당, 더 강한 민주당’이라는 방향에서 다 열어놓고 얘기하겠다”며 대선 이후 단일정당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이 제시한 제3정당 로드맵은 대선 전 ‘문+안 연대’→‘문+안+진보당+시민사회+노동계 연대’, 대선 후 이를 포괄한 제3지대 통합신당 창당의 수순이다. 즉 대선승리를 위해 범야권이 하나 되는 뉴딜연합을 형성하고 이후 함께할 수 있는 세력이 뭉쳐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안 단일정당론에 대해 “국민연대는 안 후보 쪽이 갖고 나온 얘기다. 더 나간 이야기가 있는지는 들어봐야 한다”면서 “우리가 입당이니, 신당이니 하는 얘기를 먼저 꺼낼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통합당 신기남 상임고문도 보도 자료를 통해 문-안 중심의 빅텐트론을 제기했다. 신 고문은 “국민연대의 방안으로 양 세력은 물론, 그 밖의 모든 세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단일 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며 “단일 정당 창당이야말로 요즘 거론되고 있는 인적쇄신, 정치쇄신을 포함하는 진정한 쇄신이며, 누수 현상 없이 세력을 통합할 수 있는 진정한 단일화”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한 당직자는 빅텐트론과 관련 “집권여당과 달리 야당의 생명력은 4년을 넘기지 못한다”며 “정치가 생물이라는 점에서 이합집산의 과정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정치판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 발 ‘신당 창당론’, ‘후보 양보론’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양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단일화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안철수, 민주당 의원에게 개별 전화

최근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잇따라 개별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후보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복수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밝혔다.

안 후보의 전화를 받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중진부터 초재선 그룹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안 후보로부터 전화를 받은 한 의원은 “안 후보와 전혀 인연이 없는데 ‘안철수 입니다’라고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며 “직통 휴대전화이니 언제든 하실 말씀이나 좋은 의견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 5일 문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제안한 뒤 30명가량의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해 사실상 함께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인사차 전화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당 안팎에선 안 후보의 행동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안 후보가 문 후보 선대위에 참여 하지 않은 비주류 의원들을 대상으로 접촉했다는 점에서 단일화는 물론 이후 전개될 야권의 새판 짜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 이후 진행될 정계개편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문 후보 측은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를 자극하지 말라”는 문 후보의 지시에 따라 공식입장은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내 비주류 가운데 ‘친안 그룹’ 형성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 안팎에선 단일화 향배에 따라 이탈 세력의 발생을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 의원들 가운데 안 후보와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거나 그에게 호의적인 의원이 적지 않다. 안 후보 중심의 단일화가 이뤄지거나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문 후보를 비롯해 친노세력에 거부감을 느낀 일부 인사들의 탈당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전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만약 대선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당이 위기론에 빠지면서 당 분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이유 때문에 ‘안철수 불가론’이니 뭐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2002년과 2012년… 민주당의 변화는?

여권 후보의 대세론, 그리고 이에 맞서는 야권 후보의 단일화, 2002년 대선정국과 2012년 대선정국은 상당부분 닮아 있다. 박근혜 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현 구도를 보면 2002년 대선의 데자뷰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지난 16대 대선 당시 40%대의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에 맞서 20%대 지지율로 2·3위를 경쟁하는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를 추진했다.

그리고 당시 여론조사 방식의 유출 공방이 벌어지면서 단일화 협상이 깨지는 등 ‘가다 서다’를 반복한 끝에 간신히 재합의에 이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안 후보 측은 지난 14일 문 후보 측에 대해 ‘실망했다’ 진정성이 없다‘며 단일화 논의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2002년 당시의 노-정 단일화는 단순히 정권창출을 위한 인물 중심의 연대였다면 지금의 문-안 단일화는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세력의 연대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정부론 얘기도 단일정당론 얘기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문 후보는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끊임없이 외부 세력과 연대하고 통합해 나가면서 확장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해 여러 세력의 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안 후보 역시 신당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단일화 이후 상대세력을 통합하는 과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통합당 중심의 통합신당과 안철수 중심의 통합신당은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대선 후 중도개혁세력을 아우르는 안 후보(또는 문-안) 중심의 제3정당이 야권대통합을 가져올 수도 민주통합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민주통합당으로선 지난 16대 대선 이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의 재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