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SPC그룹(회장 허영인)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일부 매장이 피자 판매를 시작하자 골목상권이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2010년 이마트 반값 피자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나 싶더니, 이번엔 가맹점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파리바게뜨에서 피자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피자는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피자빵이 아닌 일반 피자로, 여타 피자 매장에서처럼 매장에서 직접 주문을 받은 후 그 자리에서 바로 굽는다. 피자 주문 시 따라오는 피클·콜라·핫소스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일반 피자가게 그대로다. 이에 업계에서는 골목 상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리바게뜨 측이 현재 피자와 관련해 이렇다 할 홍보를 진행하고 있진 않지만 피자 사업에 나서기 전, 소비자 반응을 보기 위한 전초작업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예상되는 파리바게뜨의 피자 판매 현장, 직접 들여다봤다.
가맹점 “하루에 40~50판 나갈 정도로 고객에게 인기 좋아”
파리바게뜨 “기존 빵 제품 중 하나일 뿐, 피자 사업 생각 없다”
“피자 주문 시 바로 구워드립니다. 세 가지 치즈 듬뿍 피자 5800원, 소시지 블랙 올리브 피자 6200원, 네덜란드산 100% 자연산 치즈 사용. 단체 주문 가능합니다”
얼핏 보면 피자집 광고 문구 같지만 이는 경기도에 위치한 한 파리바게뜨 매장 가판에 설치돼 있는 피자 광고의 문구이다. 직접 손으로 쓴 광고 문구에다가 기존 파리바게뜨 마케팅과는 어울리지 않는 허술한 가판 위에 전시돼 있어, 가맹점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피자 사업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시내 곳곳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을 찾아가 보면 어렵지 않게 피자 판매를 찾아 볼 수 있어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요서울]이 직접 매장을 방문한 결과 파리바게뜨의 피자 판매는 여타 피자가게와 마찬가지로 매장에서 직접 주문을 받은 후 판매되고 있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피자 메뉴는 ‘세 가지 치즈 듬뿍 피자’와 ‘소시지 블랙 올리브 피자’ 두 가지. 크기는 일반 레귤러 사이즈로 가격 역시 일반 레귤러 피자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시간으로 사람이 많았음에도 피자를 주문 후 포장해 받기까지는 1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피자를 기다리는 10분 동안 3명의 손님이 추가로 주문해, 큰 홍보가 없음에도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해당 파리바게뜨 점주는 “하루에 40~50판이 나 갈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100% 네덜란드 산 치즈를 사용한 것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의 파리바게뜨 점주 역시 “엄마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많이 선호한다”면서 “크기나 가격에서 고객들이 만족해한다”고 답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파리바게뜨 전 매장이 아닌 일부 매장에서만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피자를 직접 구워야 하는 피자 판매구조 특성상 전문 제빵 기사가 매장 내 상시 대기하고 있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점 측에서는 소비자 반응이 좋은 만큼 인력만 충족된다면 피자 판매를 추진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점주는 “얼마 전까지 매장에서 피자를 판매했었으나 제빵 기사 한 분이 많은 양의 피자를 주문 받기엔 무리가 있어 피자 판매를 중단했다”며 “인력만 보충된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마트 반값 피자 논란 재현되나
이처럼 파리바게뜨의 피자 판매가 회사 측의 적극적인 홍보가 없음에도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외식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가 피자 사업에 나서 또다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현재 파리바게뜨의 점포수는 3000개에 육박할 만큼 국내 시장에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파리바게뜨가 피자 사업에 진출할 시 골목상권 침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 게다가 동네 피자업계에서는 2010년 이마트의 ‘반값 피자’ 판매로 당시 적자를 맛보는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던 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 건너편에서 5000~9000원 짜리의 피자를 판매하는 A씨는 “2010년 이마트 반값 피자 판매로 배달이 안 되는 등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 고생한 적이 있다”며 “장사가 잘 되는 파리바게뜨의 경우 손님들이 빵을 사러 갔다가 같이 피자를 주문하거나, 혹은 맛 때문에 더욱 찾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파리바게뜨 측에서 홍보를 하지 않고 있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중에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면 그땐 피자 사업을 접어야 하는건 아닌지 벌써부터 고민이다”고 말했다.
왜 하필 피자인가?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포화상태인 파리바게뜨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피자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실시된 신규점포개점의 거리제한 강제규제로 유통망 확대에 있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프렌차이즈 사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점포수 늘리기 경쟁만으로는 활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새로운 품목을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파리바게뜨 측은 “피자는 기존 빵 제품 중 하나일 뿐”이라며 “피자 사업으로 발판을 넓힐 생각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