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언 작가, 이성열 연출 명콤비의 다섯 번째 만남

<숲 속의 잠자는 옥희>는 대중의 마녀사냥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음을 꼬집음과 동시에 사실과 진실이 의심과 불안에 잠식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이어 무책임한 공격성, 존재의 불안정성, 가해자와 피해자의 동일성,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기사, 비정상적인 인터넷 토론 등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짚어보고 있다.

악플, 허위사실 유포,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소리 없는 살인’
작품의 주인공 ‘배우 옥희’는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무책임한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인터넷의 어두운 단면이 만든 ‘물레의 독침’으로 기나긴 잠에 빠지며, 또다른 주인공 ‘작가 옥희’는 자신이 확신했던 내면의 진실이 외부에서 인식되는 진실과 대립하면서 자기 분열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혼란 속에서 파생된 무분별한 ‘정보’들이 ‘진실’로 변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또한 그 ‘진실’을 이용해 누군가를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처럼 옭아매고, 부당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파멸에 이르는 ‘문제아’들을 지적하고 있다.
<잠자는 숲 속의 옥희>는 ‘동화 속에서 공주를 깨우는 이가 숲을 헤치고 들어온 왕자라면 현시대의 잠자는 옥희를 깨울 용감한 왕자와 진실의 칼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관객들을 깨운다.
이 작품으로 다시 만난 연극계 콤비 최치언 작가와 이성열 연출(극단 백수광부 대표)은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미친극>, <언니들>, <삼국유사 프로젝트 -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으로 손발을 맞춰왔다. 때문에 <숲 속의 잠자는 옥희> 역시 탄탄한 극본과 안정적인 연출력이 기대되고 있다.
극중 1인 2역의 “옥희” 역할을 맡은 이지하는 <과부들>, <그린벤치>, <억울한 여자>, <휘가로의 결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굵직한 작품에서 안정된 화술과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배우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로 무대를 채우는 게 매력이다.

줄거리
중견의 여배우로 한참 주가를 올리던 배우 김옥희는 어느 날,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배우 애경에게 물레가 담긴 소포를 받는다. 이후 갑작스런 애경의 죽음으로 배우 옥희를 둘러싼 악랄한 소문과 유언비어들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한편, 동명의 작가 김옥희가 오랜 절필 끝에 새롭게 출간한 소설 속 허구의 이야기가 배우 김옥희와 애경의 이야기가 일치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언론과 네티즌들에 의해 얽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일 시_ 2012년 11월 22일 ~ 12월 2일 (평일8시/토3시,7시/일3시/월 쉼)
장 소_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출 연_ 이지하, 임진순, 최지훈, 김현영, 박정민, 김준태, 박혁민, 이태형
티 켓_ 전석 25,000원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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