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00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로 LIG그룹 오너 일가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15일 회생가능성이 없는 LIG건설 명의로 2150억 원 상당의 CP를 발행해 부도처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LIG그룹의 최대 주주이자 장남인 구본상(42) LIG넥스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고 구자원(77) LIG그룹 회장과 차남 구본엽(40) 전 LIG건설 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그룹 차원에서 업무를 총괄한 오춘석(53) LIG 대표이사와 정종오(58) 전 LIG건설 경영지원본부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속하고 LIG 재무관리팀 상무 A(49)씨 등 간부급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 회장 일가는 자회사인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2010년 10월~지난해 3월까지 금융기관에서 1894억 원의 사기성 CP를 부정 발행했다.
또 자신들이 발행한 CP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감하자 이미 진행이 중단된 사업장을 우량 사업장인 것처럼 속여 미래 발생하지 않을 수익을 기초 자산으로 둔갑시켜 260억 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발행했다.
여기에 LIG오너 일가는 재정적으로 악화된 LIG건설의 CP를 팔기 위해 2009년부터 당기순이익 등을 조작해 1500억 원대의 광범위한 분식회계를 저질러 CP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오너 일가가 풋옵션 계약으로 LIG건설에 거액의 투자를 받으면서 담보로 제공한 LIG넥스원(25%), LIG손해보험(15.98%) 주식을 회사가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전에 되찾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들은 주식회수 준비가 끝나자마자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했고 그 직후 1800억 원을 마련해 담보로 맡긴 계열사 주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000여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무리한 건설사 인수와 부실 경영으로 오너 삼부자가 부담해야 할 손실금을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한 금융시장에 대한 폭탄 투척행위”라며 “장기간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오너 삼부자를 동시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향후 분식회계를 통한 금융기관의 대출 사기와 CP발행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구 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 의혹도 수사를 계속해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한편 LIG건설은 1조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비용 부담과 미분양 물량 등으로 재무상태 악화와 경영난으로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같은해 9월 회생계획을 인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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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