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공식대리점, 가입자 명의 도용 휴대전화 개설 ‘논란’
KT 공식대리점, 가입자 명의 도용 휴대전화 개설 ‘논란’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2-11-13 10:04
  • 승인 2012.11.13 10:04
  • 호수 967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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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들 “대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일요서울│박수진 기자]KT(회장 이석채)가 가입자 정보와 관련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공식 대리점에서 직접 해지한 가입자 신분증을 도용해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한 것. 더욱이 지난 7월 가입자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고객 정보 보호 강화'를 통해 해킹을 원천 차단하겠다며 큰소리 친 상황에서 정작 내부의 적(?)은 파악하지 못해 망신살마저 뻗쳤다. 게다가 이 사실을 KT본사에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 하고 있어 KT의 가입자 정보보호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처럼 KT가 가입자 정보보호에 여전히 허술함에도 보안은커녕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서비스 신청 과정, 가입자 피해 더욱 키워
기존 가입자 정보 보호보다 새 가입자 유치에 혈안

지난 6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KT의 한 공식 대리점이 해지한 고객의 신분증을 도용한 뒤 제멋대로 다른 사람 명의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휴대전화 개통 시 사용된 신분증 사본은 고객이 해지할 때 함께 파기해야 맞지만, 이 대리점에서는 그대로 보관해 신분증 주인도 모르게 유령 회선을 만들었다.

해당 대리점 직원은 “해지 고객에게 요금이 청구된 게 없으니 신분증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문제될 게 없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와 관련해 KT는 “해당 대리점은 공식 대리점이 아닌 판매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영업권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가했다”며 “앞으로 대리점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바라보는 가입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KT 대리점의 불법 명의 도용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3월 의정부의 한 대리점에서 장모님 명의로 선불폰이 개통된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수사 결과 과거 대리점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이 대리점 친분을 이용해 필요한 서류 없이 A씨 장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명의 이전 시켰던 것.

당시 KT 측은 “명의 변경 시 필요한 서류가 누락된 상태에서 진행된 건으로 본사의 잘못이 맞다. 확인 결과 명의를 도용한 사람이 기존 일하던 대리점에서 A씨 장모를 지인인 것처럼 속이고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통상 명의변경은 명의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대리점 내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사정상 명의를 받는 사람의 방문이 어려울 경우 신분증 및 인감 증명서 등 구비서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요금 폭탄으로 피해↑

문제는 KT의 고객정보 관리 소홀과 주먹구구식 서비스 신청 과정이 가입자들의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B씨는 지난 3월 KT로부터 유선전화 2대의 요금이 미납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KT를 사용하지 않는 B씨는 당황해 KT 콜센터에 연락을 취했다. 확인 결과 모르는 사람이 B씨의 명의를 도용해 유선전화 설치를 신청한 뒤 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B씨를 당황하게 했던 KT의 서비스 신청 과정. 당시 B씨의 명의를 도용한 사람은 유선전화 2대를 등록하기 위해 발행일이 표기돼 있지 않은 주민등록증과 국세청에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사업자등록증을 제시해 등록을 마쳤다. 별도의 신청서 작성 없이 설치가 이뤄진 것. 정확한 서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가 이뤄진 셈이다.

B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사해 본 결과 명의 도용으로 인해 요금 폭탄을 맞은 사람들이 많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심한 경우 100만 원에 이르는 사람도 있었다”며 “요즘처럼 정보 유출이 빈번한 시대에 다른 곳도 아닌 대기업에서 정확한 서류 확인 없이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가입자들의 명의 도용 피해와 관련, 양진우 법무법인선하 실장은 “명의 도용은 정보통신법 위반에 해당되지만 피해금액이 없을 경우 아주 약한 벌금형에 그치는 등 형사처벌이 약하다”며 “피해금액이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본사보다 해당 대리점과의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KT 측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해 가입자가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며 “피해를 본 가입자들에게는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대리점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본사에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전국 각 대리점 직원을 일일이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하소연 했다.

불안한 KT 가입자들

이처럼 KT가 명의 도용 등으로 가입자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도 개인정보에 신경 쓰기보다는 고객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KT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조5194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0.6%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5388억 원으로 4.3% 증가했지만, 계열사를 제외한 자체 영업이익은 19% 줄어든 41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마케팅 경쟁과 네트워크 투자비 지출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해 제살 깎아먹기 마케팅이 돼버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연간 수천억 원의 돈을 휴대전화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다. 이에 반해 개인정보 보호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투자금액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KT 가입자인 C씨는 “새로운 가입자 유치 이전에 기존 가입자들의 정보 보호와 대리점 직원 교육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며 “언제 저렇게 명의 도용을 당해 요금 폭탄을 맞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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