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LG유플러스(부회장 이상철)가 대리점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기 사건으로 고객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LG유플러스의 C대리점은 텔레마케팅 방식으로 기존기기 할부대금, 신규기기 할부대금을 비롯해 위약금, 가입비, 유심칩 비용 등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수천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가입자들에게는 당초 약속과 달리 모든 비용이 청구됐다. C대리점과 위탁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실질적으로 가입자를 모집한 H업체가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조금 등을 가로채 달아난 것이다. H업체를 통한 가입자들은 C대리점은 물론 본사에도 항의를 했지만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여 고객들의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LG유플러스는 대리점의 사기 사건에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늦게 대응에 나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사기 계약 사건의 전말을 살펴봤다.
LG유플러스 대리점 1000여명 고객 보조금 가로채
피해자 집단소송 움직임 보이자 뒤늦게 대응 나서
A씨는 지난 8월 말 H업체의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았다. H업체는 LG유플러스 직영대리점이라는 설명과 함께 현재 쓰고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잔여금·신규기기 단말기대금·가입비·유심비 등을 모두 면제 해준다고 유혹했다. 특히 약정기간도 ‘72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3개월간 이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A씨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H업체의 개통대리점인 C대리점에서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그러나 한 달 뒤 요금명세서를 받아 본 A씨는 사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가입비 유심칩 비용을 비롯해서 신규기기 단말기대금이 부과됐고, 가입기한도 36개월이 적용돼 있었다. 특히나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잔여 할부대금도 그대로 청구됐다. A씨는 C대리점에 항의해 봤지만 H업체 사장이 이미 도주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A씨는 “설마 LG 같은 대기업에서 이런 사기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H업체를 통해 LG유플러스에 가입한 B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B씨는 H업체로부터 우수 고객이라는 설명과 함께 ‘62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기존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대금과 신규기기 할부대금, 각종 비용을 전액 지원받기로 했다. 또한 B씨는 기기변경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뒤 늦게 기존 휴대전화가 그대로 남아 있는 사실도 알게 됐다. 결국 B씨는 신규기기의 출고가 전액과 기존기기의 남은 할부금까지 모두 납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B씨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항의해 봤지만 판매대리점에서 해결해 줄 것이라는 설명만 돌아올 뿐이었고, 판매대리점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받을 수 없었다. B씨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는 판매대리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판매대리점에서는 사장이 도주해서 자신들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니 기다리라고 했다”면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달 기존 기기와 신규 기기 모두의 할부대금을 납부하고 있으니 내 속만 상한다”고 토로했다.
위약금·할부대금 약속 물거품
A씨와 B씨를 비롯해 C대리점의 위탁판매사인 H업체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기존 휴대전화의 위약금과 신규기기의 할부대금을 전액 지원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LG유플러스 LTE 서비스에 가입했지만, H업체 대표가 보조금을 가로채 달아나면서 피해를 당했다. 이 때문에 매달 수십만 원의 전화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온 가족의 휴대전화를 모두 H업체를 통해 교체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수천 명의 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LG유플러스는 C대리점에 책임을 떠 넘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객들의 분노를 샀다. 또 C대리점도 H업체에 피해를 당한 입장이어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 특히 피해자들에게 ‘대체처리확인서’라는 것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며 1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다가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피해자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LG유플러스는 사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C대리점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피해자들만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LG유플러스는 관계자는 “그동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느라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C대리점에서 해명하는 것과 피해자가 주장하는 것이 달라 피해 고객들과 일일이 통화하면서 피해 실태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고객들마다 가입 조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일괄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렵겠지만 되도록 H업체를 통해 가입한 조건 그대로 수용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며 “늦어도 이번 달 안에 이번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텔레마케팅 사기 주의보
한편 단기간에 수천 명의 피해자가 같은 사기에 걸려든 것은 H업체가 본격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던 초기 1~2개월 동안에는 위약금과 기기 할부대금 등을 정상적으로 납부했기 때문이다. 또 첫 달 할부금이 청구된 고객에게는 약정이 끝나는 달에 납부한 대금을 돌려준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이로 인해 H업체를 통해 가입한 고객이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H업체를 추천하면서 피해규모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은 “LG유플러스라는 대기업에서 이와 같은 사기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텔레마케팅을 통한 휴대전화 사기가 다시 발생한 만큼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신청서 작성 없이 텔레마케팅을 통한 녹취로만 휴대전화에 가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텔레마케팅을 통해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걸려오면 일단 의심해보고, 되도록이면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가입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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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