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사용 특혜에 의리 없는 사장 논란까지
국유지 사용 특혜에 의리 없는 사장 논란까지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11-13 09:54
  • 승인 2012.11.13 09:54
  • 호수 967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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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시끌시끌’ 왜?
▲ 호텔신라 면세점 주차장.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호텔신라(사장 이부진)가 각종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특히 호텔신라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 면세점이 시끄럽다. 지난달 중순 국정감사에서 호텔신라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루이비통 매장 오픈과 관련해 특혜를 줄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면세점 주차장의 일부가 국유지에 세워진 것으로 밝혀져 특혜 의혹이 나오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호텔업계의 담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호텔신라가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도)를 신청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이부진 사장이 ‘의리 없는 사람’으로 몰리고 있다.

문화재청 소유 국유지에 세워진 면세점 주차장 특혜 의혹
공정위 호텔업계 담합 조사에 제일 먼저 리니언시 신청(?)

호텔신라가 서울성곽의 주변 국유지 일부를 면세점 주차장 부지로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23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은 “2006년부터 사적 제10호인 한양도성 부지 중 일부가 호텔신라의 주차시설 공간 확보용으로 임대사용허가가 났다”며 “국유지의 경우 공공성을 사유로 임대된 사례는 많지만 호텔신라의 경우처럼 기업의 장사를 위해 임대된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주차장 신축은 사실상 임대부지에 영구시설이 버젓이 들어서는 것”이라며 “보존해야 할 문화재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재벌이 운영하는 유명호텔의 주차시설 공간 확보용으로 국가 지정 문화재 부지를 사용하는 것은 특혜”라고 강조했다.

서울성곽(한양도성)은 조선시대 태조 4년 수도 한양을 방위하기 축조된 석조 건축물로 인왕산~북한산~낙산~남산을 연결하는 18.7km의 도성이다. 1963년 사적 제10호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서울성곽을 따라 성곽길이 조성됐다. 중간에 끊어진 부분이 있어 총 4개의 코스(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로 나뉘어 있는데, 문제의 호텔신라 면세점 주차장은 남산 코스가 끝나는 장충체육관 동쪽에 있다. 장충체육관에서 서울성곽길로 오르는 길은 문화재청 소유의 국유지로 지목은 ‘도로’로 되어 있고, 총 면적 773㎡ 가운데 307㎡가 호텔신라 면세점의 주차장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호텔신라는 2006년 면세점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신축 허가 시 필요조건인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인근에 있던 노후 주택 등을 매입했다. 호텔신라가 매입한 주택의 양쪽 사이로 서울성곽으로 오르는 문화재청 소유의 국유지가 있었다. 주차장과 면세점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이중 한 길을 침범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이를 위해 호텔신라는 문화재청에 임대를 제안했다. 문화재청이 사용을 허가하면서 호텔신라는 매년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의 경우 5441만 원의 사용료를 납부했고, 올해까지 누적 사용료 납부액은 총 2억5000만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 서울성곽 남산코스에 오르는 길을 호텔신라 면세점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국유지를 재벌 대기업의 상업시설인 호텔에 임대해 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동원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부지 중 사용허가를 내준 곳이 총 288건이 있는데 대부분 공공성을 띠거나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서 개인이 매점 등을 운영하기 위해 빌린 경우였다. 강동원 의원은 “사적지 부근의 국유재산을 호텔신라에 임대해주는 것은 특혜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사용허가가 만료되는 다음 달에 재계약 여부를 놓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유지 임대 계약은 최장 5년까지 진행할 수 있지만 호텔신라와 문화재청은 3년 단위로 수의계약을 맺으며 사용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다음 달 3일이 계약만료일로 재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혜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문화재청과 호텔신라 양측 모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문화재 구역 밖이어서 현상변경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문화재 보존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누구에게나 사용허가를 내줄 수 있기 때문에 특혜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문화재청에 공식적으로 사용허가를 받고 사용료를 납부하며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혜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이부진 사장이 ‘의리 없는 사장’ 논란에 휩싸인 것도 호텔신라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공정위가 호텔업계의 객실·웨딩 요금에 대한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장이 리니언시를 신청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서울시내 7개 특급 호텔들에 대해 결혼식 비용 및 객실료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롯데호텔·호텔신라·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인터컨티넨탈호텔·더플라자·조선호텔 등이다. 공정위는 특급호텔들이 예식비를 끼워팔기식으로 소비자에게 강매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객실 요금을 20~25만 원으로 정해 놓은 것은 담합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호텔들은 호텔별로 객실 수, 객실 형태, 옵션, 조식 가격 등에 따라 객실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주 이용객들이 대부분 외국인인 상황에서 담합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호텔신라 측은 “우리는 다른 호텔과 담합할 필요를 전혀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앞에서는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던 호텔신라가 뒤로는 가장 먼저 리니언시를 신청했다고 알려져 다른 호텔들이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우리가 담합할 이유가 없다”며 “리니언시를 신청했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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