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행 대비 높은 금리ㆍ수수료 부과로 고객 주머니 털어
- 은행ㆍ저축은행 간 연계대출까지… 늘어나는 가계부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KB국민은행(은행장 민병덕)이 서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려 받고 대출 전환 시 면제해야 할 수수료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저소득ㆍ저신용자를 위한 새희망홀씨 대출 금리를 타행보다 최고 5.5%포인트 올려 받았다. 또한 적격대출을 개시하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 면제받아야 할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최근에는 인수한 저축은행과의 연계대출을 추진하면서 제1금융권이 제2금융권의 대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작 대출 금리와 수수료는 고객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면서 당행은 물론 계열사의 대출까지 늘리려는 국민은행의 속내를 짚어봤다.
지난 1일 창립 11주년을 맞은 국민은행의 겉모습은 평온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같은 날 창립기념사에서 “11년 전 KB라는 이름을 걸고 고객 앞에서 약속했던 그 첫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과거 은행 중심의 경영에서 탈피해 고객 중심의 경영으로 운영체계를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 행장은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을 되새겨 기본 원칙에 충실하자”면서 “금융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그 신뢰는 바로 사람에서 비롯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최근 행보는 고객이 아닌 은행 중심의 경영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출 상품의 금리와 수수료를 불리하게 적용하면서도 신규 대출 확장에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신뢰도마저 잃고 있는 형국이다.
소득 낮고 신용 높은 고객 도리어 차별해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8일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으로부터 제출받은 ‘새희망홀씨 은행별 신용등급별 평균 금리’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신용등급이 1등급인 대출자에게 평균적으로 연 12.7%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부산은행이 같은 조건의 대출자에게 연 7.2%를 적용한 것보다 무려 5.5%포인트만큼 높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나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이 4000만 원 이하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최대 2000만 원의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대표적인 서민금융 전용상품이다.
사실 은행권에서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금융 전용상품은 기피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저소득ㆍ저신용자 등 특정 대상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타 대출에 비해 한도가 적어 이익도 거의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서민금융지원 압력으로 인해 국민은행 역시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전용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금리라도 올려 받아 이윤을 더 남기겠다는 속내를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국민은행의 경우 전 은행권 새희망홀씨 대출자 중 저소득층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저소득층이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대출자에게 고금리를 적용하는 ‘배짱’을 선보였고 결국 그로 인한 금융비용은 소득은 낮지만 신용도는 높은 고객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적격대출 확장에 고객 수수료는 ‘봉’
또한 국민은행은 지난 8월부터 새로이 적격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적격대출로 전환할 때 면제받아야 할 중도상환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물리고 이를 받아 챙긴 것이 드러났다.
적격대출은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금리가 연 4%대 초중반으로 변동금리보다 낮다는 특성을 지녔다. 한국주택금융(HF)공사가 대출 채권을 매입해 유동화를 전제로 시중 은행들이 판매를 대행하는 구조다.
특히 국민은행은 개인금융에 강하고 주택담보대출에서 우위를 차지한 만큼 기존 고객들이 적격대출로 전환하면 적격대출 시장 역시 빠르게 잠식할 수 있는 이점을 갖췄다. 현재 국민은행의 적격대출은 개시한 지 2개월여 만에 1조5000억 원, 7만2000여 건으로 대폭 늘었으며 그중 60%가량은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 경우로 추측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적격대출은 당행 상품이 아니라며 기존 고객들의 대출 전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했다. 타행들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대출 전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했으며 적격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정부가 같은 해 6월 가계부채대책의 일환으로 금리변화가 심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의 전환을 장려하며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향후 국민은행이 적격대출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논란이 일자 은행 측은 적격대출 전환 시에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필요에 의해 혹은 거래은행의 권유로 조금이나마 비용을 줄이기 위해 먼저 대출을 갈아탄 서민들의 주머니만 더 얇아진 셈이다.
은행ㆍ저축은행 간 연계영업…가계대출 심화 우려
한편 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저축은행과의 연계영업 선발주자로 나서면서 대출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뜻을 비쳐 우려를 사고 있다.
KB금융그룹(회장 어윤대)은 국민은행과 KB저축은행(사장 이정호)의 연계영업을 위해 연계대출상품인 ‘KB원스탑론’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에 관련 경영신고서를 제출했으며 금융위의 승인이 나는 즉시 연계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전신인 제일저축은행이 KB금융으로 인수되면서 탈바꿈한 KB저축은행은 향후 대출규모를 연간 1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방문한 고객이 대출이 불가한 조건이라도 같은 계열사인 저축은행으로 보내 대출이 늘어나면 결국 가계부채 총액이 커지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인해 연계대출을 최초로 개시하는 KB금융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