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담합 위의 담합’…서민 울렸다
삼성증권 ‘담합 위의 담합’…서민 울렸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11-13 09:23
  • 승인 2012.11.13 09:23
  • 호수 966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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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증권사 소액채권 담합


- 이득은 4000억, 과징금은 200억…담합으로의 유혹
- 간 큰 삼성증권, 담합 정보 취합해 활용했다가 들통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은행권 CD금리 담합 의혹에 이어 증권사들의 소액채권 담합 혐의가 드러났다. 삼성증권(사장 김석)을 비롯한 20개 증권사들은 6년간 소액채권 수익률을 조작해 4000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2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그중 6곳은 검찰에 고발당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삼성증권은 ‘담합 정보를 활용한 담합’으로 타 19개 증권사의 ‘단순 담합’에 비해 죄질이 나쁘다며 검찰 고발 1순위가 된 것은 물론 과징금도 21억 원가량으로 가장 많았다. 담합 대상이 된 소액채권은 서민들이 부동산이나 자동차 구입 시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파장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국민주택채권 등 소액채권 제출 금리를 사전에 합의해 매매수익률을 극대화함으로써 부당 이득을 취한 20개 매수전담 증권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92억3300만 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들 증권사는 교보증권·대신증권·대우증권·동양종합금융증권·메리츠종합금융증권·미래에셋증권·부국증권·삼성증권·신영증권·신한금융투자·아이엠투자증권(구 솔로몬투자증권)·SK증권·NH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유화증권·하나대투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증권·현대증권으로 담합 시기는 2004년 3월부터 2010년 12월까지이며 대상 채권은 제1종 국민주택채권·서울도시철도채권·지방도시철도채권·지역개발채권·제2종 국민주택채권 등이다.

또한 공정위는 삼성증권을 포함한 6개 증권사에 대해서는 담합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부과된 과징금 규모 역시 삼성증권이 21억1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투자증권 20억1000만 원, 대우증권 18억3800만 원, 동양증권 18억1300만 원, 한국투자증권 15억5100만 원, 현대증권 14억6700만 원 순이었다.

소액채권 수익률 가지고 논 증권사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수익률을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사전에 합의한 후 동일 또는 일정 범위 내에서 적어내는 수법을 썼다.

본래 소액채권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부동산 구입이나 자동차 등록 등 각종 인허가 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치는 반대로 낮아지게 된다. 증권사들은 이 채권 금리가 전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신고수익률 중 상위 20%와 하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70%를 산술평균해 결정된다는 점을 이용해, 매 영업일 오후 3시30분 전후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서 제출할 수익률을 사전 모의한 후 그대로 적어내는 대담함을 드러냈다.

<자료=공정위> 최초 합의 - 2004년 3월 31일자 인터넷 메신저 대화 내용 (발췌)

특히 담합 초기인 2004년에는 제1종 국민주택채권에 대해서만 수익률을 합의했으나 2006년부터는 서울도시철도채권·지방도시철도채권·지역개발채권 등도 대상으로 삼았으며, 철저한 모의를 위해 수익률 제출 시 컴퓨터 입력화면을 출력해 팩스로 확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게다가 일반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해 증권사들의 배분 채권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수익률을 낮게 결정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채권 매수가격을 높여 진입장벽을 공고히 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 직원은 일반투자자들을 ‘떨거지’로 지칭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공정위 측은 “증권사들이 매수할 소액채권의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담합의 유혹이 상존했다”면서 “이번 조치가 채권 의무매입에 따른 국민 부담이 경감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아닌 척’…슬쩍 빠지다 덜미 잡혀

재미있게도 삼성증권의 경우 ‘단순 담합’이 아니라 ‘담합 정보를 활용한 담합’이라는 정황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20개 증권사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담합 정보를 활용한 담합’으로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같은 날 밝혔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달 제18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권사들의 제1종 국민주택채권 담합에 삼성증권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 의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담합이 이뤄진 시장수익률을 전해 듣고 일정한 수치를 차감해 신고수익률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 민 의원 측은 19개 증권사가 매일 메신저를 통해 담합가격을 교환한 것과 동시에 삼성증권의 신고수익률이 이 담합가격과 일정한 간극을 유지하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민 의원은 “이번 조치는 담합으로 인한 부당 이익이 그대로 유지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품고 있다”면서 “이 같은 공정거래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회장 김영선)도 “증권사들이 취한 부당이득을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피해 소비자들을 모아 부당이득반환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같은 날 밝혔다.

금소연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소비자들 몰래 금리를 올려 담합하면 그대로 수익이 증가하므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라며 “향후 금융소비자 피해 보상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해당 금융사가 배상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조속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집단소송 제도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즉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발각 시 불이익이 큰 방향으로 법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에 의거한 공정위의 제재는 단순 행정처분만 가능하며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따로 소송을 걸어야만 한다.

더구나 해당 증권사들이 취한 부당 이득은 4000억 원대로 추정되지만 과징금은 200억 원가량으로 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95% 이상의 부당 이득은 서민 주머니에서 새어나와 고스란히 증권사의 손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임의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결과가 나온 만큼 시정명령에 잘 따르겠다”면서 “2010년 12월부터는 증권사 간 정보교환을 차단했으며 담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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