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군대에서 하는 일이 늘상 그렇듯 딱고 조이고 기름칠 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군이 현재 보유한 K2 소총은 총 73만8700여정이며 노후 장비는 14만 정. 그나마 기술검사로 추려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빼고도 대략 10만500여정의 소총을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게 국방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후된 것은 일반 보병이 가진 K2 소총만이 아니라 연대와 대대, 중대 단위로 지원화기로 보유 중인 4.2인치 박격포, 106㎜·90㎜ 무반동총 역시 미2사단이 사용하던 것을 인수했거나 70년대에 생산된 것들이다. 이런 까닭에 유사시 50만 육군 보병은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실제 상황으로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군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육군이 사용하고 있는 81㎜, 60㎜, 4.2인치 박격포탄의 불발 수가 3년간 1801발로 대부분 불발탄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81㎜ 박격포탄의 경우 진흙 펄이나 무른 땅에선 터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본부가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81㎜박격포의 불발탄수는 2009년 351발, 2010년 368발, 2011년 320발로 집계됐다. 보병 돌격지원 화력인 60㎜ 박격포 역시 2009년 250발, 167발, 172발로 나타났다. 4.2인치 박격포도 2009년 52발, 2010년 56발, 2011년 65발이 불발탄이었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도 81㎜ 신관 등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것”이라며 “탄착지 조건에 따라 불발탄이 발생하는 것은 박격포의 사용목적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불발탄에다 불량 방탄복 입고 돌격 앞으로!
박격포탄은 보병·공수부대·산악작전용으로 우리 육군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지원화기 중 하나다. 탄체의 파편이 터지면 수직에 가까운 각도를 360도 전방위로 퍼지기 때문에 보병 전투에서 적진을 공격하는데 필수적인 보병 휴대 무기다. 이런 이유로 노후된 4.2인치 박격포 1840문을 아직 보유하고 있다. 박격포가 보병전에서 유용한 전투 장비임에는 틀림 없지만 우리 군은 아직 절반 이상이 구식 박격포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노후된 소총 한 자루와 불발탄 박격포의 지원 사격으로 적진을 향해 돌진해야 할 보병에게 방탄복이 전량 지급된 것도 아니다. 방탄복은 유사시 보병이 전면전에 투입될 경우 대규모 화력전에서 발생하는 파편을 방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필수 보급품이다.
그러나 올해 9월 현재까지 보병에 지급된 것은 총 1만5594개로 지급률은 9.7%에 불과하다. 보병 10명 중 1명만이 방탄복을 지급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감사원이 지난 8월 군수품(비무기) 조달 및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8년에 제작된 방탄폭 1벌은 북한군 AK-47 소총으로 성능시험을 해보니 총알이 완전 관통했다.
보병 전력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2500억여 원을 투입해 도입했던 단안형 야간투시경은 불량 투성이었다. 2011년 8월 육군 A사단에 납품된 야간투시경 176대를 수거해 검사해봤더니 전체의 14.7%인 26대에서 규정 이상의 흑점, 긁힘 현상이 나타났다. 심지어 새 제품인데 도 중고 부품이 사용된 것도 있었다.
육군 병력 중 보병전력은 16만 명이다. 올해 보병 무기체계를 개선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650억 원으로 육군 전체 방위력개선비 3조5381억 원의 1.8%에 그치고 있다. 보병 인력은 감소하고 있지만 신형무기 보급과 장비 개량에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공·해군 전력 현대화 사업에 보병부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육군 부대는 ‘악으로 깡으로’라는 옛 구호로 버텨야 하는 것이 보병 부대의 현실이다.
공군 FX사업 알고 보면 속빈 강정
차세대 전투기를 선정하는 FX사업은 공군이 역점을 두고 있는 전력 현대화 사업이다. 하지만 최첨단 전투기를 들여와도 이를 운용할 핵심 전력인 전투기 조종사의 이직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민간 항공사로 유출되는 전투기 조종사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연평균 유출인원은 122명에 달한다.
2010년부터 공사 출신 의무복무 기간을 13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면서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 2년 동안 평균 80명이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뒤에 전역해 민항사로 취직했다.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숙련된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대 123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혈세로 군 전문 인력을 양성해 민항사로 제공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추가 확보, 진에어, 제주항공 등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노선 증대, 전 세계적인 항공수요 증가에 따라 항공사들은 조종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으로 공군의 조종사 이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공군이 안정적으로 작전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조종사 인원은 기수별로 약 52명인데, 예상 잔류인원은 기수별 평균 34명으로 매년 18명씩 부족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2009년 전역해 국내 항공사 화물기 기장으로 이직한 K씨는 “자녀 교육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안정 때문에 전역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서도 “노후된 전투기를 몰면서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들을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견딜 수 없었던 것도 이직을 결정하게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방연구원이 2009년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종사의 이직 사유는 ▲생활환경여건 미흡(34%), ▲진급불안 직업성 미보장(33%), ▲복무여건 미흡(25%), ▲민항사 대비 낮은 보수(8%) 순이었다.
조종사 유출에 대해 공군본부 관계자는 “조종군무원 직위를 확대하고 비공사 출신의 조종사 의무복무기간 연장과 임관 16~21년차 연간 1200만 원 복무수당 지급하는 것 외에 조종사 자녀교육을 위해 여의도에 80세대의 관사 신축하는 것 등 복지증진과 수당지급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군 당국은 전력 현대화 사업에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차세대 전력화를 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내실보다 외형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한 국방전문가는 “군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투력 증강 사업들은 수십 년째 신형 무기구입 도입과 교체에 치중해왔다면 결국엔 전쟁을 수행하고 무기를 운용하는 최종 병기가 인간이고 양성된 전쟁능력을 유지하는 것 역시 사람이라는 점에서 군 복지 문제를 강군 육성이라는 시각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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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