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 드디어 개막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2012 팔도 프로야구’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동시에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아직 프로야구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각 구단들은 또 하나의 리그로 불리는 스토브리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스토브리그란 프로야구에서 시즌이 끝난 후 각 구단들이 겨울철을 활용해 벌이는 스카우트 경쟁 및 연봉협상을 뜻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일 총 21명의 2013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선수 명단을 공시해 스토브리그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명단에는 박경완, 권용관, 이호준 (이상 SK), 강영식, 홍성흔, 김주찬 (이상 롯데), 유동훈, 이현곤, 김원섭 (이상 KIA), 김수경, 강귀태, 송지만, 강병식, 이정훈 (이상 넥센), 이대진, 손인호, 정성훈, 이진영, 김일경 (이상 LG), 마일영 (한화), 삼성 정현욱 (삼성)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내년부터 각각 한화와 넥센에서 지도자로서 길을 걷게 된 투수 이대진과 김수경이 사실상 제외되며 실제 FA 자격 선수는 19명으로 압축됐다.
이 중 KBO가 지난 9일 FA 승인 신청 선수로 공시한 정현욱, 이호준, 홍성흔, 김주찬, 유동훈, 이현곤, 김원섭, 정성훈, 이진영, 이정훈, 마일영 (이상 11명)은 △원 소속팀 우선 협상(11월 10일 ~ 16일) △원 소속팀을 제외한 타 구단 협상(17일 ~ 23일) △원 소속팀 포함 모든 구단 협상(24일 ~ 2013년 1월 15일) 순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만약 이 기간에 어떠한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선수는 2013년 시즌에서 활약할 수 없다.
현재 삼성, 롯데, LG 등 대부분 구단이 소속 FA 선수와 재계약 의사를 공식선언한 가운데 KIA와 한화가 외부 FA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야구계 인사 대부분은 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 “올해 FA 시장에서 김주찬, 이진영, 정성훈, 이호준, 홍성흔, 정현욱 정도를 최대어로 꼽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언급된 선수들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FA 선수 영입의 최대 장점은 ‘즉시전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수년을 바라보며 진행해야 하는 선수발굴과 육성 과정을 생략 할 수 있음을 말한다. 반면 그에 상응하는 거액의 자금이 들어간다는 장애물 역시 존재한다.
때문에 기존 전력이 강력한 구단들은 거액이 들어가는 FA를 노리기보다 유망주 발굴에 힘을 쏟아 붓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탄탄하지 못한 전력을 가진 구단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당장의 성적도 내지 못하면서 몇 년을 바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2012 시즌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한 하위 구단들에게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FA선수는 과연 누가 있을지 전망해봤다.
KIA 야수 보강이 관건 - 이진영·정성훈
올 시즌을 앞두고 KIA는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하며 정상전력을 단 한번도 가동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즌을 치렀다. 홍역을 치른 선동열 KIA 감독은 다음 시즌을 앞두고 “키워서 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로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구상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KIA의 FA전쟁은 야수에 제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즌 막판 KIA의 투수진들이 보여준 모습은 가히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윤석민, 서재응, 소사, 김진우, 앤서니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들은 등판 때마다 완투와 완봉 사이를 오갔다.
더불어 지난 시즌 불펜 투수진에서도 박지훈이라는 거물 신인이 등장했고 베테랑 최향남이 돌아왔다. 비록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한 불펜 전력의 핵심 한기주도 최근 손가락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재활에 전념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반면 KIA 타선의 문제는 FA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IA는 타선의 중심이었던 최희섭, 김상현, 이범호 등이 지난 시즌 약속이라도 한 듯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용규만 그나마 제 역할을 수행했다.
오죽하면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번번이 승리를 놓치는 투수들에게 선동렬 감독이 직접 공공연하게 위로의 말을 전했을 정도다.
더욱이 최희섭과 이범호는 부상으로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음 시즌 KIA가 믿을 건 국내 정상급 톱타자 이용규와 중·장거리형 거포 나지완 정도다. 결국 이용규, 나지완의 역할과 비슷한 FA 김주찬, 홍성흔을 제외하면 KIA에게 가장 적합한 FA는 이진영과 정성훈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진영은 정교한 타격의 좌타자로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수준급 플레이를 보여준다. 이용규를 제외하면 마땅한 외야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KIA의 타선과 외야 수비를 동시에 보강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평가다.
정성훈을 영입할 경우, 정성훈의 포지션이 기존 이범호의 포지션이었던 3루수라는 이점이 발생한다. 더구나 3할 대의 공격력도 갖고 있다. 이범호가 돌아온다 해도 지명타자로 돌리면 그만이다. 국내 야구계에서 이만큼 검증된 3루수를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만큼 KIA로서는 군침이 날 수 밖에 없다.
이진영-정성훈 모두 공·수에서 검증된 야수들이라 영입만 한다면 무조건 구단의 약점에 딱 들어맞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넥센 김시진·정민태 부재 생각해보면…정현욱·마일영
넥센은 지난 시즌 돌풍의 주역이었다. 시즌 한 때 1위까지 치고 올라갔을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원동력에는 강력한 화력의 타선이 있었다. 넥센은 박병호와 강정호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홈런포를 가동했고 신인 서건창과 돌아온 이택근이 그 뒤를 받쳐줬다. 당시에는 리그 최강의 타선 응집력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풀타임을 경험해본 선수가 부족한 탓에 체력적인 문제점을 노출하며 시즌을 6위로 마감해야 했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험부족을 이유로 꼽았을 뿐, 실력은 2012 프로야구 시상식에서도 판명됐다. MVP와 신인왕을 박병호와 서건창이 모두 가져갔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넥센의 문제는 정작 투수진에 있었다. 용병 나이트가 자책점, 다승, 승률 등에서 1·2위를 다투며 선발진을 이끌었고 마무리에는 리그 최고 수준의 소방수 손승락이 버티고 있었지만 그 사이를 이어줄 불펜요원이 부족했다.
불펜 투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홀드’ 기록을 살펴봐도 30위권 내 넥센 선수는 이정훈, 박성훈, 한현희 단 3명이다. 이마저도 각각 18위 19위로 8홀드·7홀드씩을 기록한 게 전부다. 한 가지 더 봐야할 부분은 팀 내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한 이정훈의 방어율이다. 그의 방어율은 4.67로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다.
아울러 이들을 조련한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도 자리를 떠났다. 이 둘의 조합은 투수를 키워내는 데에 있어선 국내 최고로 평가된다. 비록 투수를 육성하고 팀을 떠나보내기를 반복해 넥센 투수 전력이 두텁지는 못했지만 매년 또 다른 선수를 발전시켜 왔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본다면 현재 FA시장에 이렇다 할 선발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넥센이 즉시전력 감으로 지켜볼 수 있는 선수는 정현욱과 마일영이 있다.
두 선수 모두 이름값 높은 불펜요원으로 안정적인 피칭과 높은 경기 활용도가 장점이다. 더욱이 산전수전 다 겪은 두 선수의 경험이 김 감독과 정 코치의 빈자리도 일정 부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LG·한화 - 총체적 난국,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각각 7위와 8위를 기록한 LG와 한화는 시즌 내내 얇은 선수층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반적으로 대다수의 포지션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LG를 살펴보면 1번 타자 이대형이 0.178의 타율에서 허덕이면서 톱타자 찾기에 1년을 허비했다. 이어 정성훈과 이병규, 박용택 등이 4번 타자를 번갈아 맡을 만큼 붙박이 4번 타자도 없었다.
특히 장타력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LG는 팀 안타와 팀 도루가 모두 2위에 올라있지만 팀 홈런 수가 8개 구단 중 두산과 함께 59개로 6위에 머물렀던 것을 비교해 봤을 때 타선의 응집력과 타점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봤을 때 LG에게는 거포 홍성흔 내지는 톱타자 김주찬이 제격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화는 LG의 공격력보다도 더 심했다. ‘2012 수위타자’ 김태균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테이블 세터진은 김태균에게 타점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고 하위 타선은 김태균이 홈을 밟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팀 타율이 꼴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이었다.
새롭게 김응용 감독이 취임한 만큼 팀 타선의 지주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이호준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몇 명의 타자로 전체 타선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흐름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맏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투수진에서는 양 팀이 대부분의 팀 기록 7위와 8위를 번갈아했다. 방어율, 자책점, 실점 모두 LG가 7위, 한화가 8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LG는 올 시즌 내내 벌떼 마운드를 고집하며 발굴해 낸 최성훈, 임찬규, 우규민, 김광삼, 임정우 등 많은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생각보다 알짜배기 선수들이 많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을 이끌어줄 포수 자리가 불안한 상태기 때문에 투수는 아니더라도 포수 박경완의 영입이 투수진의 능력을 배가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박경완이 FA 신청을 하지 않아 이는 다음 기회로 넘어갔다.
반면 한화는 마운드도 부실하다. 유창식이 발전하는 듯했지만 아직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중간 계투진 자원도 부족하다. 마무리 안승민은 16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3승 7패 4.75의 방어율로 불안한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안정감이 떨어지는 한화 마운드는FA 투수 최대어인 정현욱이 누구보다 간절한 상태다.
물론 소속 FA 선수들을 구단에서 모두 놓칠 리가 만무하고 최종 선택은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이처럼 모든 팀이 만족스러운 스토브리그가 되는 것은 꿈에 가깝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풍성한 FA 시장 속에 수많은 야구 인사들과 팬들은 각자의 의견을 내놓으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각 구단은 모든 결과가 결정되는 내년 1월 15일까지 끊임없는 영입전쟁으로 집중된 관심의 답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