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 노동강도 조선소 노동자보다 높다”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 노동강도 조선소 노동자보다 높다”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11-09 17:11
  • 승인 2012.11.09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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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비참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지난 2월 산재를 신청한 한 노동자의 경우 약 10년 동안 급식실 조리사로 일해 왔는데, 1530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급식을 단 7명이 준비했다. 1인당 218명의 식사를 단 3시간 만에 준비한 것이다.

이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국재료 70kg, 무침재료 50kg, 튀김재료 90kg을 여성 2명이 10분 만에 옮긴다. 이후 90kg에 달하는 쌀을 나르고, 물과 혼합하여 5kg 정도의 밥판 54개를 일일이 찜솥에 꽂아 놓는다. 이런 일일 108번이나 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나면 1530개의 식판을 걷어 거의 2시간 동안 설거지만 한다. 설거지가 끝나면 다시 청소와 물청소를 해야만 하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으로 ‘급식대란’이 예상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로는 예상과 달리 조용히 마무리된 가운데 민주노총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왔던 학교 급식 조리사의 휘어진 허리, 이제는 모두가 나서서 곧게 펴주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9일 논평을 통해 학교급식 현장과 조리사 노동자의 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들며 “급식실 조리사의 95.8%가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고,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노동자도 60%가 넘는다”고 급식실 조리사의 건강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결과는 조선소 노동자의 조사결과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학교 급식실 조리사의 노동 강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보여준다”며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다쳤으나, 산재처리는 9%에 불과하고, 90%에 가까운 노동자는 본인이 부당하여 치료하고 있었다”고 현장 실태를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런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교과부의 인력기준이라고 지적하며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상의 불안정 때문에 아파도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에서도 불과 30%의 노동자만이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이 모두 보장되고 있었고, 휴게시간, 식사시간 모두 없는 노동자는 불과 37%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학교급식 조리 노동자들의 파업은 수십 년 이러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골병이 들고 있는데도, 전혀 변화하지 않는 노동조건에 대한 응어리진 한의 분출이다. 또한 너무도 비참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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