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논쟁, 제대로 알고 말해야
포퓰리즘 논쟁, 제대로 알고 말해야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2-11-06 15:40
  • 승인 2012.11.06 15:40
  • 호수 96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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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말이 난무한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국회의원 100명 감축 등 정치개혁안을 제시하자, 민주통합당측은 즉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였다. “정치 현실을 전혀 모르는 발언”이고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안 후보는 “국민에게 귀 기울이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정치권은 국민에게 귀를 닫겠다는거냐”고 반박하였다.

포퓰리즘에는 역사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특정 정당이 포퓰리즘을 정치이념으로 추구한 사례가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인들이 국가 장래나 현실성을 따지지 않고 단지 인기몰이를 위해 대중에게 영합하는 언행을 말한다. 일종의 혹세무민(惑世誣民) 이다.

정치이념으로서의 포퓰리즘은 1870년대 러시아에서 “인민주의(포퓰리즘:Populism 또는 Populist)”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러시아의 하층 계층은 귀족지배에 저항하며 “인민 의지”에 따른 “인민 지배”를 주장하고 사회주의를 표방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주의 운동은 혁명을 거부하였다는 데서  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에 의해 거부되었다.

미국에서도 1891년 “인민당(포퓰리스트 파티:Populist Party)”이 창당되었다. 인민당도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로 출범하였으며 농민, 노동자,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대변하였다. 1896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함으로써 독자적 존재가치를 잃었다. 그러나 인민당의 진보적 이념은 1900년대 초 진보주의 운동과 1930년대 미국 뉴딜 정책에 영향을 주었다.

한편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쓰이는 포퓰리즘은 대체로 “대중영합주의”로 번역된다. 그러나 “대중영합인기몰이” 정도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라야 망하던 말던 대중적 인기와 선거에서의 득표만을 위해 국가이익 보다는 대중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며 인기몰이에 매달린다는 뜻이다.

안철수 후보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국민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라면서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100명이나 줄인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염증에 편승한 대중영합인기몰이로 볼 수 밖에 없다. 현실성 없는 정책을 지지세력 확산을 위해 포장해놓은 포퓰리즘이 틀림없다.

그밖에도 대선 후보들이 줄줄이 내걸고 나선 무상복지들도 국가재정상 실현성이 없다. 무상복지 구호도 공짜복지에 쏠린 국민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 영합한 포퓰리즘이 분명하다.

일반 대중의 여론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향 보다는 감성적이고 근시안적인 충동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치권은 국가 장래라는 큰 틀에서 대중의 여론을 신중히 취사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중의 감성적이며 근시안적 여론을 인기몰이 수단으로 확대재생산한다면, 그것은 포퓰리즘으로 전락된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국가들이 재정파탄으로 거덜 난 것도 지난 날 표만을 의식했던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탓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정치권은 남유럽의 파산을 뻔히 들여다보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서로 경쟁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을 담아낸다. 오직 대중적 인기와 대선 승리만을 위해서이다. 19세기 러시아의 “인민 지배”와 미국 “인민당”의 포퓰리즘은 정치이념으로서 21세기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표만 노리는 정치권의 포퓰리즘도 대한민국에는 절대 필요치 않은 악성 혹이다.

우리 정치권도 포퓰리즘에 빠져들 때 머지않아 남유럽 꼴이 되고 만다. 우리 국민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12월 19일 대선의 날에 심판해야 한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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