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능숙하게 다루는 담백한 낙천가

한 국가와 시대를 주름잡은 절대군주는 어떤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했을까. 수만의 정적보다 ‘죽음’이 더 두려웠을지 모를 역사 속 지도자들의 장수비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스트레스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낙천가의 성격과 담백하고 거친 식생활이다.
▶ 윈스턴 처칠
‘2차 대전의 영웅’인 윈스턴 처칠은 극심한 복부비만에 시달린 뚱보였다. 게다가 늘 시가를 피워대고 독한 위스키를 물처럼 들이키던 그는 비만과 흡연·음주까지 ‘단명 3박자’를 고루 갖췄음에도 무려 91세까지 장수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노익장에 ‘처칠만이 가진 특별한 유전자가 있을 것’이란 유전학자의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이 꼽는 처칠의 장수비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낙천적인 성격과 달콤한 낮잠. 처칠은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매일 짤막한 낮잠을 즐겼다. “내 활력의 근원은 낮잠이며 낮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부자연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문학과 미술 분야에서도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 노년에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은 처칠은 흡연만 아니었다면 100세 이상을 거뜬히 살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덩샤오핑(등소평·鄧小平)
중국 대륙을 틀어쥔 권력가 덩샤오핑 역시 건강관리와는 거리가 먼 일생을 보냈다. 투쟁가로 숨 막히는 청년기를 보낸 그는 중년 이후 권력의 암투에 휘말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했다. 그럼에도 93세까지 장수한 덩샤오핑의 건강비결은 바로 수영이다. 어려서부터 물을 좋아한 덩샤오핑은 노년에도 양쯔강을 수영으로 건널 만큼 엄청난 수영마니아였다. 수영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관절, 근육 등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높은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덩샤오핑이 즐긴 것은 다름 아닌 냉수욕이다. 중국 지도자들의 건강지침서인 <건강홍보서>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매년 사계절을 거르지 않고 냉수욕을 즐겼다. 그가 즐긴 냉수욕의 비밀은 바로 콩. 덩샤오핑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콩 즙을 섞은 물로 냉수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건조한 피부를 탄력 있게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 김일성
평양에 ‘김일성 장수연구소’를 설립했을 만큼 김일성은 장수에 대한 욕망이 누구보다 컸던 인물이다. 향부자, 유근피 등 5가지 한약재를 우린 물에 목욕을 즐겼으며, 산삼 향을 꽃에 주입해 향기를 맡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의 수명은 82세 때 다했다. 특별히 장수했다고 할 수 없는 김일성의 건강관리법은 그만큼 빛이 바랬던 것이다.
김일성은 생전에 이른바 ‘신침’(신선이 베는 베개)이라 불리는 32가지 한약재로 만든 베개를 베고 잠들었다.
이는 실제로 코골이, 불면증, 중풍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현장에서 직접 녹음해온 백두산의 바람소리, 파도소리 등을 들으며 음악 명상을 자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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