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원정화 둘러싼 진실게임 전말
여간첩 원정화 둘러싼 진실게임 전말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9-10 15:02
  • 승인 2008.09.10 15:02
  • 호수 73
  • 31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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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위장 간첩 단정 2% 부족한 물증이 문제

여간첩 원정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은 김동순(63) 원정화(34) 부녀의 간첩행위를 보도하며 느슨해진 안보실태를 질타하고 있다. 반면 이른바 진보성향 언론으로 통하는 일부 언론사는 연일 간첩부녀의 행적에 의구심을 표하며 공안당국의 수사결과를 믿기 힘들다고 보도하고 있다. 언론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간첩부녀에 대한 진위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공안당국은 간첩부녀를 둘러싼 부실수사, 증거부족, 정치탄압 등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탈북 여간첩 원정화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과 기무사 등 합동수사부는 지난 4일 원정화의 계부 김동순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김동순이 위장탈북 간첩이라는 증거로 그가 보관하고 있었던 조선노동당 당원증과 단파라디오를 공개했다.

합수부는 김동순이 원정화에게 10억원어치의 북한산 냉동문어와 옻, 고사리 등 농산물과 북한 작가의 그림 등을 공작금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김씨도 사실상 간첩활동을 했다며 이번 사건을 ‘부녀 간첩’ 사건으로 규정했다.


간첩 단정 무리 주장도

그러나 특정 언론 등 일부에선 간첩부녀를 남파간첩으로 보기에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합수부는 지난달 27일 원정화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원정화를 간첩이라고 보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정화는 간첩이라기보다 간첩에 포섭된 정보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탈북자들은 원정화가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조직국 서기였고 공작원 양성기관인 금성정치군사대학을 나왔다는 합수부의 발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로청에는 서기라는 직책이 없고 중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원정화가 금성정치군사대학을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합수부는 원정화 수사 발표 이후 제기된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수사가 다소 부실했음을 인정했다.

합수부는 이날 원정화를 사로청 서기라고 한 것은 직책으로서의 서기가 아니라 ‘글 쓰는 업무에서 임시로 4개월간 종사했다’는 의미였고, 원씨가 공작원 양성교육을 받은 곳은 ‘금성정치군사대학’이 아니라 ‘금성정치대학’이라고 다시 해명했다.

금성정치대학은 사로청 및 돌격대 간부 양성학교로 공작원 양성 교육기관은 아니다.

또 합수부에 따르면 김동순은 2003년 12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총 9억6600만원어치의 북한산 냉동문어 11만3000여t, 북한산 건고사리 20여t, 베이징에서 구입한 옻 300~400㎏과 6500달러 상당의 북한 작가 그림 40여점을 원정화에게 공작금으로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들은 “원정화 정도 되는 정보원에게 북한이 그런 공작금을 줄 리 만무하고 북한이 그런 식으로 공작금을 지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김동순이 전달했다는 물품들을 공작금이라고 단정 짓긴 힘들다”고 말했다. 또 합수부가 입수했다고 밝힌 김동순의 당원증과 단파라디오도 의문이다. 그가 남파간첩이라면 지난 7월 합수부가 원씨를 수사할 때 도주하든가 당원증 등의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이뿐 아니다. 노동당원에 국기훈장까지 받았을 정도로 북한에서 남부럽지않은 김동순이 원정화를 돕기 위해 위장탈북한 뒤 간첩활동을 시도했다는 점도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합수부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간첩부녀 사건에 대해 공안당국은 “원정화 사건의 수사 결과가 부풀려졌다는 일부 지적은 전혀 근거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과 경찰, 기무사 등이 참여한 합동수사부는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표 시기를 조정해 간첩 사건을 터뜨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원정화를 3년간 내사하던 중 2007년 3월 북한 심양 영사관에 출입한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가 본격화됐으며 원정화가 일본인과 결혼을 시도하는 등 활동 거점을 해외로 옮길 가능성이 있어 7월15일 긴급히 체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합수부는 `원정화의 자백 외에 간첩사건이라는 점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원정화의 행적과 관련, 학교 선배와 고향 사람, 보위부 공작원 출신 탈북자 등 수십 명의 참고인 진술 그리고 출입국 사실ㆍ통화내역 조회, 감청자료, 계좌추적 등 보강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합수부는 간첩이라고 보기엔 원정화가 수집한 정보가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일각의 의구심도 반박했다.


공안당국
“참고인만 수십명”반박

원정화가 입수한 정보는 여러 군부대의 위치, 군 간부 신원,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자 인적사항 등이다. 이는 2006년 검거돼 중형을 선고받은 간첩 정경학이 수집한 정보와 비교해도 훨씬 구체적이고 상세하다는 것이다.

한편 원정화는 친부가 1974년 남한으로 침투하던 중 피살됐고 어머니가 김동순과 2년 후에 재혼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에 따르면 공작원 가족은 `혁명가 가족'으로 대우를 받아 특별 관리되며 미망인은 재혼을 하지 않는다.

원정화의 진술이 북한 실상과 일치하지 않고 간첩활동도 두드러진 게 없어 그에 대해선 하부 정보원일 것이라는 추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김동순에 대해선 증거가 충분치는 않지만, 여러 면에서 간첩일 가능성이 농후해 향후 합수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날 추가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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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내 2016-11-17 08:55:45 121.135.128.154
진짜 탈북민들은 받고..저런거 고이 간직한는 북한사람은 북한으로 보내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