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편법증여 의혹
신도리코 편법증여 의혹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11-06 10:08
  • 승인 2012.11.06 10:08
  • 호수 966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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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형 회장, 정도경영 끝났나

시민단체 “인적지원도 회사기회유용에 해당" // ‘세금 많이 내라’던 창업주 정신 훼손됐나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신도리코(회장 우석형)의 정도경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내야 할 세금은 다 내면서 회사를 물려주겠다”라던 창업주 우상기 회장의 생전 지론과는 달리 아들 우석형 회장은 그의 아들인 우모군(18)에게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우 회장 부자가 13여 년 전 투자한 계열사를 최근 매각하면서 수익을 얻는 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신도리코는 국내 최대 사무기기 제조업체다. 지난해 포춘코리아가 선정한 ‘가장 윤리적인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창업주 우상기 회장은 생전에 기업인들에게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이 나라에 이바지하는 길이라며 의도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라고 독려했었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아들 우석형 회장 또한 이러한 아버지 밑에서 경영을 배웠고, 재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증여세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다 우석형 회장 역시 평소 세법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말 뿐이었다는 핀잔(?)을 듣고 말았다. 

우 회장이 ‘회사 기회유용’을 통해 아들 우모군에게 편법 증여를 했다는 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아들 우모군과 함께 1999년 각각 10억여 원을 투자해 ‘아이너스기술’에 투자했다 최근 매각한 것이 문제로 대두됐다.
아이너스기술은 3차원 스캐닝 소프트웨어 회사다. 우군은 13년 전 할아버지로부터 증여세를 포함한 12억5000여만 원을 증여 받아 이 회사에 투자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최근 아이너스기술 지분을 매각해 137억여 원의 매각대금을 거머줬다. 당시 증여세를 납부했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투자였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다.

우 회장 부자가 투자하면서 신도리코 임직원들도 함께 이동했는데, 주요경영진들은 대부분 신도리코의 다른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이너스기술에 동시에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장의 이익을 위해 직원들이 다른 회사 일을 도운 셈이다.

아이너스기술 법인등기를 보면 설립 당시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가 현재 신도리코 임직원들이다. 200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C씨와 등기이사였던 J씨는 현재 신도리코 영업본부장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신도리코에서 일할 사람이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신도리코에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적 지원도 회사 기회 유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회사기회유용이란 이사나 경영진, 지배주주가 장래 또는 현재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도리코의 주요 생산품이 복사기여서 아이너스기술도 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재계 전문가는 “신도리코 쪽의 도움 덕인지 아이너스기술은 빠르게 성장했다”며 “(이로 인해)우 회장 부자는 막대한 배당을 받았고, 이 돈은 정황상 신도리코 지분 매입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자녀가 고등학생으로 미성년자인 만큼 경영권을 조만간 물려주기 위한 사전 조치라기보다는 증여세를 절약하는 세테크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우모군 둘러싼 의혹의 쟁점들
일각에선 우모군이 신도리코 계열사인 비즈웨이엘앤디의 지분 80%와 2010년 신도시스템 지분 40%를 매입한 것과 관련해서도 신도시스템이 신도리코 대주주임을 고려할 때 주력사의지배권을 확보한 셈이어서 편법승계라는 의혹이 짙다.

아무리 재벌 3세라 해도 미성년자인 우모군에게 1대 주주 권한과 특정 사업을 물려준 것은 재계에서도 이례적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지분만을 넘겨 주는 게 기업들의 일반적인 관행이기 때문이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증여를 한 지 10년이 지나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며 “10~50%의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10년 단위로 나눠 차근차근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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