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동 안마골목 지금도 영업 중
장안동 안마골목 지금도 영업 중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9-17 11:06
  • 승인 2008.09.17 11:06
  • 호수 751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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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속 지나간 직후 " 3:1 서비스 하실래요?”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간판을 모두 내려 썰렁해진 장안동 안마거리

장안동발 성매매업소 단속 돌풍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개된 업주의 경찰 상납장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경찰은 상납장부를 조사해 관련 경관들을 엄중처벌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대로 처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사실 업주들이 경찰에 상납하는 사실과 상납장부가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은 아니다. 일요서울은 지난 4월 제 729호를 통해 업주들의 상납에 관한 내용을 단독보도한 적 있다. 하지만 이때도 경찰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강남지역은 유흥업소와 경찰관의 유착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들의 검은 커넥션에는 경찰 고위층 인사들까지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고급형 불법안마시술소가 가장 많은 지역인 강남에선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강남은 부동산 뿐 아니라 유흥업도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경찰이 전국적인 성매매 업소에 대해 단속의 칼을 뽑았다. 업주들이 상납 명단 공개 등으로 경찰 단속에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 칼바람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0일 지방청 생활안전과장 등이 참여한 화상회의에서 성매매업소 단속문제를 집중 논의하면서 촛불시위 진압에 투입됐던 경찰관 기동대를 용산역 앞, 영등포, 청량리 등에 산재한 집창촌 단속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경찰이 성매매단속에 전력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단속이 부담스러운 경찰

성매매 업소 단속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유천동 집창촌 업주들을 무더기로 구속했다. 부산에서도 유사 성행위를 하는 안마시술소와 단란주점 등에 대한 경찰의 일제 단속이 시작됐다.

여론은 업주들의 상납 장부 공개가 역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주들이 비장의 히든카드로 들고 있던 상납장부를 공개했지만 경찰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지역 주민들이 경찰 단속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일 뿐 경찰과 업주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들춰보면 여론의 분석과 상반되는 양상을 보인다.

업주들의 이번 장부 공개는 경찰의 단속을 저지하기 위한 최후의 히든카드가 아니라 일종의 경고장이라고 봐야 옳다는 게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업주들은 애초 장부의 공개로 눈에 띄게 단속의 고삐가 풀어질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의 업주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경우 경찰 실무자들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슬쩍 비춘 것에 불과하다.

강남 여의도의 R룸살롱 관계자는 “이번 상납장부 공개는 일종의 정치적 쇼라고 볼 수 있다. 업주들과 경찰·구청직원의 관계는 쉽게 틀어질 수 없는 관계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단단히 고착돼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칼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예전의 우호관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단속으로 일선 경관들이 난처해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상부의 단속의지가 너무 강해 부득이하게 희생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단속정보를 슬쩍슬쩍 흘리는 방법으로 업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이 지금도 단속정보를 계속 업주들에게 흘리고 있기 때문에 장안동 업소들 중 영업을 계속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간판 불을 끄고 문을 닫은 것 처럼 보이지만 삐끼(호객꾼)의 안내를 받아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보면 불법안마시술소의 성매매는 계속되고 있다.

경찰이 수시로 업소 앞을 오가며 감시하고 있음에도 업소들은 단속 전부터 해오던 온갖 변태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업소는 잠긴 정문에 ‘정상영업 계속합니다’라고 적은 안내문을 걸어놓기도 한다. 실제로 안에서 영업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삐끼의 안내를 받아야 하는데, 삐끼는 경찰이 오면 종적을 감춰 확인이 쉽지 않다.

업주들이 이렇게 배짱 영업을 하는 속사정을 따로 있다.

장안동의 N업소 관계자는 “단속으로 장안동 일대가 시끄럽지만 우리 입장에선 요즘같은 불경기에 영업을 계속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다”며 “사실 이런 식으로 위험천만하게 영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손님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영업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정을 누가 알겠나”고 말했다.


장안동 단속 중에도 영업

또 이 관계자는 “경찰은 전국적으로 성매매를 일삼는 불법유흥업소를 단속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의지는 다분히 보여지기 위한 것이지 사회정화를 위한 사명감은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강남 유흥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유흥업소를 단속한다면 유흥업소의 메카인 강남을 가장 크게 대대적으로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편파적인 경찰의 단속에 불만을 표시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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