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강행 vs 불가 ‘팽팽’
처리 강행 vs 불가 ‘팽팽’
  • 김규리 기자
  • 입력 2011-10-24 16:14
  • 승인 2011.10.24 16:14
  • 호수 91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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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국회 처리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 토론회에서 찬성측과 반대측으로 나뉜 참석자들이 열띈 토론을 하고 있다. photo@ilyoseoul.co.kr

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처리를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끝장토론이 열렸지만 찬반 양측간 공방은 치열하게 이어져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끝장토론은 야당 측 인사의 퇴장으로 파행된 지 3일 만에 재개된 것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끝장토론 이후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뒤 오는 28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토론에서 경제 효과와 미국내 법적 지위 등으로 양측이 팽팽히 맞섰고, 야당은 계속해서 처리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야가 비준안 처리 방향과 관련한 입장 차를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끝장토론, 찬반 공방 가열

한미 FTA 비준동의안 본격 심사에 앞서 지난 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끝장토론을 재개했다.

앞서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전체회의가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파행을 겪자 여야 간사간 합의를 거쳐 추가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통위는 20일부터 22일까지 토론을 거친 뒤 비준안 처리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열린 토론에서는 한미 FTA의 경제 효과와 협상 절차, 한미 FTA의 법적지위,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등의 쟁점을 두고 양측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으나 견해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찬성 측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외교통상부 한미 FTA 교섭대표, 황문연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이 참석했고 반대 측에선 송기호 변호사, 이해영 한신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등이 나와 팽팽한 주장을 펼쳤다.

이날 토론에서 반대 측 이해영 한신대교수는 한미 FTA 재재협상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한미 FTA로 국내총생산(GDP)이 6%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리가 국제표준모형에 의해 추계한 바로는 10년간 0.08~0.13% 경제성장 효과에 불과하다”며 “현저하게 이익 균형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FTA 협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FTA 체결을 통한 국내 산업 이익 증대에 관해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한·칠레 FTA만 봐도 10년 합계 5억4000만 달러의 수출증가를 예측했는데 발효 2년 만에 이 수치를 넘어섰다”며 FTA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찬성 측 황문연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도 “단기적 효과만 따지면 실질 GDP가 0.02%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자본축적 등 장기적 효과를 포함하면 5.6%가 나온다”고 말해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반대 측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경제 효과와 관련,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미무역수지 적자가 될 수 있다. 무역흑자 증가를 한미 FTA 추진의 이유로 얘기하는데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만큼 변화된 상황에서 충분히 검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우려 발언이 있었는데 무역의 상호교역 확대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consensus)가 있고 이는 세계 경제의 한 축이 됐다”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기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선 세계가 힘을 합쳐 보완해 가는 것이지 이를 부정하는 이념적 스펙트럼 하에서는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FTA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경제적 기대 효과 산출 방식을 놓고도 충돌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효과 추계시 CGE(연산가능 일반균형모델) 방식을 써서 약 5.7~6% 정도의 경제성장 효과를 추정하는데 국제 표준모형에 근거해 추계하면 0.08~0.13%에 불과하고 미국 측 한 보고서에도 역시 0.2~0.03% 정도로 나온다. 정부 자료와 미 국제위원회가 낸 추계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단장은 “경제적 효과를 보는 방법에는 관세철폐 효과만 보는 단기적 방법과 자원배분 효과까지 보는 장기적 방법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본소득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며, 관행개선으로 생산성 증대가 나타나는 것 등을 보면 5.66%의 개선효과가 나타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미 FTA 미국내 법적지위와 관련해서도 팽팽히 맞섰다. 반대 측은 미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반면, 찬성 측은 법체계가 다르긴 하지만 똑같이 준수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는

앞서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10월내 처리를 하겠다고 요구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농수축산업과 중소기업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해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도 여야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로 맞섰다. 이 자리에서 여당 의원들은 한미 FTA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고 야당 의원들은 비준 동의안 처리에 앞서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은 지난 18일 국회 외통위에서 6시간 동안 회의장을 점거해가며 상임위 통과를 막으며 강력 반발했다.

또한 민주당은 이날 정부의 한미 FTA 강행처리에도 반발하고 나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손해 보는 FTA, 준비가 안 된 FTA, 서민과 중산층이 피해를 보는 FTA, 주권 침해 소지 있는 FTA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 강행처리는 안된다고 분명하게 얘기하고 왔다”며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한나라당이 또 다시 강행처리를 시도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 저지하기로 결의를 모았다.

앞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강행 처리 저지를 위해 외통위 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한통속,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 등 한미 FTA 재재협상을 주도한 김 본부장을 맹비난한 바 있다. 또한 일부 언론들이 참여정부 시절 FTA를 추진하고 타결한 것을 문제 삼자 반성문을 언급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야당의 회의장 검거와 관련해 “물리력 동원을 앞으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 실제 여당에서 10월 중 비준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임위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에 비준동의안을 직권 상정해 단독 처리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강행처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여당은 선거 이후 본격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고수될 경우 그에 따른 험로가 예상된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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