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심장부 향하는 행담도 물보라 ‘제2의 유전 게이트’ 되나
권력 심장부 향하는 행담도 물보라 ‘제2의 유전 게이트’ 되나
  • 이석 
  • 입력 2005-06-01 09:00
  • 승인 2005.06.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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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와 EKI의 불공정 계약으로 출발한 행담도 개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 권력 핵심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현재 특혜가 아님을 적극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화된 의혹의 불씨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제2의 유전게이트’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일요서울>은 행담도 개발 의혹과 관련한 4대 쟁점을 점검해 봤다.

의혹1 의문의 동북아위 행적

행담도 개발 의혹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점은 문정인 동북아위원장이 무엇 때문에 추천서를 써줬냐는 것이다. 문 위원장은 지난 2004년 7월 S프로젝트(전남 서남해안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행담도개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S프로젝트를 넘어 행담도 개발 자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우선 동북아위 명의로 해외채권 발행을 위한 추천서를 행담도개발에 써줬다. 이로 인해 행담도개발은 무난하게 외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도공과 행담도개발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지난 2월에는 문 위원장이 직접 도공 관계자들을 불러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문정인 위원장은 지난 26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문 위원장은 “S프로젝트는 국익을 위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이 정치적이거나 불법적인 사업이 아니며, 권력형 비리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전 동북아위 실장), 이정호 동북아위 담당 국정과제비서관(정태인 비서관 후임) 등도 행담도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 전 인사수석은 현직에서 물러난 4개월 후인 지난 5월3일 손학래 도공 사장과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직접 만나 중재를 시도했다. 정 비서관과 이 비서관도 직간접적으로 김재복 사장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 비서관도 2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행담도 개발 의혹이 ‘제2의 오일게이트’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의혹2 노 대통령 알고 있었나

청와대는 그동안 노 대통령이 이번 행담도 개발 사업을 전혀 몰랐다고 말해 왔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26일 “노 대통령은 언론 보고가 나온 최근에야 행담도 개발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더군다나 행담도 개발 사업은 노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S프로젝트와 직접 관련이 없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김 사장과 만나 외자유치 문제를 논의했던 정 전 인사수석도 “노 대통령에게 인사를 결재받거나 식사할 때 ‘서남해안 개발사업 발전 구상을 몇 사람이 하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행담도개발이나 김 사장에 대한 얘기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담도 개발사업은 동북아위에서도 S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라고 말할 정도로 S프로젝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동북아위와 행담도개발이 맺은 MOU에는 행담도 개발사업을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S프로젝트 성공의 최대 관건은 싱가포르로부터의 외자 유치였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외자 유치에 큰 역할을 한 김 사장 관련 사항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양심선언도 잇따르고 있다.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지난 26일 “지난해 7월 동북아시대위와 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행담도개발이 S프로젝트의 개념 보고서를 작성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의혹3 청와대 인사 줄사표 의문

제2의 ‘유전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행담도 개발 의혹의 출발점은 도공과 사업 파트너인 싱가포르계 EKI사의 특혜성 계약에서 시작된다. 행담도개발(주)의 지분은 현재 도공이 10%, EKI가 90%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도공은 지난해 1월 EKI가 요구한 이른바 ‘풋 옵션계약’을 받아들였다. 계약서에 따르면 도공은 2009년 행담도개발의 주식 26.1%~90%의 매수를 EKI가 요청하면 1억500만달러에 인수하도록 돼있다. 요컨대 EKI가 외부자본을 끌어오면, 상환에 대한 책임은 도공이 진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 계약이 일종의 ‘불평등 계약’이라고 지적한다. EKI로서는 사업이 잘 진행될 경우 지분 90%의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실패해도 책임은 도공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양사의 계약 과정에서 외부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감사원도 현재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며 조사를 진행 중이다.이와 관련해 도공측은 “최악의 경우 돈을 물어줘도 시설과 땅은 도공에 남는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문제가 된 계약은 ‘보증’이 아닌 ‘신용지원’. 국제 금융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인 일종의 ‘립 서비스’라는 게 도공측의 주장이다. 도공측은 “행담도개발이 도공 명의의 자본투자협약서를 들고 국내 은행을 상대로 차입에 나섰을 때 거부당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서 “EKI와의 계약 과정에서 외부 입김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의혹4 정부기관 10여곳 개입 왜?

행담도 개발을 위해 EKI가 미국에서 펀드를 발행해 돌여온 돈은 외자가 아니라 결국은 우리 정부의 돈이었다. 지난해 1월 도로공사 자본투자 협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EKI는 싱가포르에서 돈을 끌어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회사인 이콘(Econ)사가 부도가 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다른 외국 투자사로부터 8,000만달러를 빌려오기로 한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EKI는 결국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강영일 건설교통부 도로국장이 추천서를 써줬다.

EKI는 2월 이 추천서를 가지고 8,300만달러 어치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당시 채권발행의 주관사는 미국계 은행인 시티글로벌증권이었다. 그러나 이 채권을 매입한 곳은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교원공제회. 두 기관은 각각 6,000만달러와 2,300백만달러의 채권을 매입했다. 도공이나 EKI가 주장하는 외자 8,300만달러가 결국은 국내자금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은 “사업 초기 행담도개발의 납입 자본금은 10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정도 액수로는 해외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없다”면서 “우선적으로 8,300만달러를 끌어온 뒤, 채권을 발행해 3억달러 규모의 해외자본을 유치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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