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바라기’ 한나라 vs ‘흥행돌풍’ 야권
‘박근혜 바라기’ 한나라 vs ‘흥행돌풍’ 야권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10-10 14:36
  • 승인 2011.10.10 14:36
  • 호수 91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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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안철수 대선 전초전

조기성 기자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의 대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여권에서는 한나라당의 나경원 최고위원이, 야권에서는 박원순 변호사가 각각 나섰지만,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적극 지원키로 결정함으로써 안 원장의 선거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서울시장 보선은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로 치러져 대선 전초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여야 모두 대선 전초전에서 승리해 그 흐름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연유로 양측은 초계파를 넘어서 시민사회단체까지 함께하는 매머드급 캠프를 구성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근혜 지원 나서도 판세 뒤집기 힘들어”
“박원순이 명확한 우위 점하려면 안철수 나서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초반 판세는 박 후보가 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에 비해 10%p차 안팎으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의 초반강세 이유로 지난 3일 치러진 범야권단일후보 경선의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여론조사 30%, TV토론 뒤 배심원평가 30%, 국민참여경선 40%)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박 후보에게 크게 불리한 내용이었지만 실무협상단으로부터 협상이 결렬될지 모른다는 보고를 받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후보의 결단으로 통합경선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박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 패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전개돼 긴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원순의 ‘통큰 결단’이 통합경선의 흥행을 높여주는 결과를 낳았고, 그 흥행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나경원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개인기라기보다는 안철수 바람으로 표현되는 시민들의 변화 욕구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본다”면서 “박원순 후보 자체의 힘보다는 안철수라는 배경이 크게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애써 폄하했다.

박원순 통큰 결단,
안철수에서 시작


야권 통합경선의 아름다운 흐름은 ‘안철수 태풍’으로부터 시작됐다. 여론조사에서 50%를 넘었음에도 5%대의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 원장의 ‘통큰 결단’은 국민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1차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단숨에 40%를 넘어서고 그 여세를 몰아 자신에게 다소 불리하게 결정된 경선룰까지 극복해 통합야권의 단일후보를 차지하게 된 승리의 원동력 역시 ‘안풍’(安風)이었다. 최종 집계결과 박원순 후보가 현장투표로 실시된 국민참여경선의 열세를 만회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후보를 17.95%p 차이로 크게 앞섰기 때문이며 이는 박 후보가 ‘안철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의미다.

박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원장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보은의 뜻을 밝혔듯 ‘안철수 효과’가 서울시장 보선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는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기존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안 원장의 ‘아름다운 양보’와 같이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을 박원순 후보가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혜 지원, 효과는 ‘글쎄’

반면, 여권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박근혜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지원키로 결정한 것이 위안거리다.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10·26 재보궐 선거를 지원하겠다”면서 “구체적 방안은 당 관계자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잘 할 수 있도록 제가 한발 물러나 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정치 전체가 위기”라면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되고 당과 우리 정치가 새롭게 변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서 이번에 (지원)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지원 방법은 나경원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역할을 맡거나 대규모 선거 유세에 참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울 시민들을 만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선대위에 별 직책은 없으니까 본인 위치에서 서울시민들을 만나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게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과거처럼 뉴스를 타고 대규모로 마이크를 잡고 사람을 모으는 식의 선거운동이 아닐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서울시민들의 삶의 현장이랄까 이런 곳에 가시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나경원 후보도 같이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선거가 ‘안철수-박근혜’의 구도로 치러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대선 전초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앞서가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 지원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패배 시 상처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대선하고는 관계 없는 선거”라고 잘라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대선이 아직 1년 2개월 남았고 많은 일정이 남아 있다”며 “이번 선거를 대선 전초전이라고 하는 것은 MB정권 심판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면에서 야당 논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지원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한 친박계 인사는 기자와 만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비록 ‘선거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이번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으로 판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6일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흔히 박근혜 대표를 ‘선거의 여왕’이라고 지칭하지만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표 본인의 선거구인 기초 단체장도 낙선했다”며 “그래서 저는 그렇게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언론 보도를 보면 박근혜 대표가 선거에 지원하더라도 박원순 후보가 10%p 이상으로 리드하고 있다”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4일 국민일보ㆍGH코리아 설문 결과, 박 후보는 45.5%를 기록해 35.6%인 나 후보를 9.9%p 앞섰다.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안 원장이 박 후보를 각각 적극 지원할 경우 지지율 격차(나 후보 36.0%, 박 후보 47.6%)는 11.6%p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안철수도 등장할까

박 전 대표가 나 후보 선거 지원에 나선 만큼, 향후 판세 변화에 따라 안 원장도 박 후보의 선거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최근 “박 후보로의 야권단일화는 잘된 것”이라며 “선거지원 요청이 있으면 그 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지원에 나서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현재 박원순 후보가 10%p 안팎을 앞서지만 명확한 우위를 점하려면 안 교수가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안 교수가 나오면 사실상 대선 예선전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던 안 원장이 실제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는 민주당 등 야권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박 후보는 무소속으로 선거에 임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단일후보이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박 후보를 만나 “야권 단일후보는 대통합의 정신에 입각한 것으로 민주당의 당적을 가지든 안 가지든 박 후보는 민주당 후보”라고 말한 것도 부담이다.

안 원장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선거전이 전개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적인 친분을 떠나 안 원장과 박 후보 간 대비되는 정치 성향도 안 원장의 전면 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다소 급진적인 진보 성향인 반면, 안 원장은 중도 성향·합리적 보수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박-안 대리전 양상을 띨 경우 나경원과 박원순은 없어지게 되는 것인데 그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며 “안 원장이 리스크가 많은 행보를 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가능성 높아

최근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서울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25~30%에 달한다. 박원순 후보가 45%를 넘는 지지율을 얻는 배경에는 민주당 지지층에 20% 안팎의 중도·무당층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의 지지층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제한돼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서울지역 한나라당 지지율은 35%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나 후보의 지지율(35~40%)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표의 확장성이 중도층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을 그토록 기다렸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원으로 나 후보가 5%p 안팎의 득표율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보수층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상당수에도 기반을 갖고 있었지만 안철수 교수가 나타나면서 대부분 잠식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보궐선거는 집권 여당에 늘 불리하다. 지난 세 차례 서울시장 선거결과에서도 초반 여론조사가 대부분 뒤집어졌거나 막판까지 대추격을 했지만 이들은 모두 야당 후보였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당시 이명박 후보는 선거초반 김민석 후보에 비해 10%p 안팎 뒤졌으며, 오세훈 전 시장도 2006년 선거에서 초반에 강금실 후보에 10%p 이상 뒤지다가 막판에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명숙 후보도 여론조사에서 15%p 이상 뒤졌지만 개표결과는 0.6%p 차이에 불과했다. 야당의 숨은 표를 감안할 때 여당 후보가 10~15%p 앞서 나가더라도 실제 뒤집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 상황인 것이다.

백왕순 디오피니언 부소장은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 수위와 안 교수의 선거참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역대 서울시장 선거와 지금까지 여론조사 지표를 놓고 보면 나 후보가 박 후보를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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