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와 본격 선긋기
박근혜, MB와 본격 선긋기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9-27 13:59
  • 승인 2011.09.27 13:59
  • 호수 908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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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차별화 통해 대세론 이어가기 전략
dailypot.co.kr

조기성 기자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책 차별화를 통해 본격적인 선긋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이 18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경제·복지·외교 등 MB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잇따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

이런 움직임은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임하면서 현 정권에 핍박받는 정치인 이미지로 대세론을 형성해왔지만, 한나라당이 사실상 ‘박근혜당’이 된 상태에서 ‘박근혜’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차별화를 재촉하는 이유다. 차기 대선이 15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린 민심이 2012년 선거 정국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마이웨이에 비판 목소리도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칠 수도”
박근혜, 4대강 사업 우회 비판


박 전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세제분야 국정감사에서 “향후 복지수요 대응방향으로 지출과 세입 균형이 중요하다”면서 “복지와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에 대해 일괄적으로 10% 축소하고, SOC 투자에서 추가로 10% 축소하는 등 세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지수요 증가에 대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여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선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SOC 투자 사업인 ‘4대강 사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전 대표가 사석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는 얘기는 종종 측근들 입을 통해서 전해졌으나 공식석사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세출 구조조정의 핵심이 SOC 투자 축소라면 세입 증대를 위해선 비과세 감면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입 증대를 위해 비과세 감면 축소가 중요하다”면서 “비과세 감면은 소득이 높을수록 혜택을 누린다”고 현 정부의 감세 기조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해외 각국의 재정 건전화 성공사례를 보면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증가가 6대4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계도 빚이 많아지면 지출을 줄이고 수입은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예시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근로빈곤층이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느 한 부처의 프로그램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통합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정부가 돼선 안 된다. 현재 부처간 기관간 (복지 서비스가) 나눠져 있어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성장과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다시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사업 심층평가를 통해 개별 사업의 효과를 검증하고 필요하다면 사업 개편도 해야 한다”면서 “행정기관이 제도와 예산집행 중심에서 벗어나 수급자, 수요자, 사람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근로 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들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ITC는 근로유인을 통한 탈빈곤이 목적인데, 현 제도는 차상위계층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재 기초생활보장 통합급여 지원은 근로장려세제와 연계가 잘 안 된다”면서 “통합급여를 개별급여로 바꾸고, 소득이 늘어나도 개인별로 필요한 급여를 일정기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수준도 높이는 방향으로 근로장려세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친박계 의원들,
정부 정책 비판에 가세


친박계 의원들은 재정건전성, 물가 불안 등 구체적인 현안을 거론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정부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기환 의원은 지난달 22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을 시행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가 현 정부 들어 6.4배나 늘었다. 2007년 16%(1조6000억 원)였던 것이 올해 102%(10조9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수공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4대강 사업에 8조 원, 경인아라뱃길에 2조2000억 원을 조달한 것이 원인이다. 이런 부채를 줄이기 위해 국책사업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은 “이명박 정부 이후 일반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의 금융부채가 881조6000억 원, 36.7% 늘었다”며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 위기를 지적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공공 및 개인 부분의 재정건전성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세수기반 확대와 세출 구조조정, 공기업의 조직 및 사업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혜훈 의원은 물가와 관련, “재정부가 올 한 해 장관과 차관이 주재하는 물가대책회의를 36회나 진행했지만 결국 소비자물가가 5%를 돌파했다”며 “정부 물가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 대표적인 자원외교 성과로 꼽히는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 실패를 질타했다.

이 의원은 “정상외교 차원에서 성과 쌓기로 계속 나가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권적인 차원에서 한다든지 특정인사의 역할로 한다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선 좀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기환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에 나선 것이냐’는 질문엔 “너무 정치적인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 대표로서 정부 사업에 대해 비판하고 올바른 정책적 입장을 견지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진영, 비판 목소리 거세

하지만, 박 전 대표가 MB와의 차별화 행보를 펼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소극적 행보를 보이면서 결국 정기국회 시즌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국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21일 부산을 방문해 지역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과 삼성,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거의 다를 비판하는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도 이명박 정부의 주요 시책에 대해 거의 다 비판하고 계시는데 이런 측면에서 두 분 다 비슷한 점이 있다”며 “안철수 신드롬과 박근혜 대세론이 우리 정치권을 뒤덮고 있는데, 사실상 이 두 분은 성격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이계 한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 전략 중 하나로 중도층을 잡기 위해 ‘좌클릭’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와 같은 우파 정책에까지 ‘MB노믹스’라며 공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수 진영은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진영의 한 인사는 “최근 박 전 대표가 외교안보 구상을 밝히고 복지 행보를 하는 것으로 내용을 채웠다고 자신한다면 오산”이라면서 “국가의 리더라면 정책적 비전도 있어야 하지만 그 비전을 실현시키는 추진력이 절실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성향 유권자의 표를 얻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면,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이념에 충실한 전통 지지층의 신뢰는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 4대강 사업, 세종시 건설, 최근의 서울시 무상급식에 이르기까지 침묵하며 물러서거나, 제동을 거는 듯해도 자신의 정책비전 제시에만 적극적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주자로 꼽히면서도 중요한 사안이 터졌을 때 이명박 정권의 위기를 초래하든 국민적 갈등을 심화시키든 상관하지 않다가 자신이 준비한 것들만 시기에 상관없이 툭툭 내던지는 느낌”이라며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의 그런 몸부림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국가를 이끌 비전과 정치력이 있는지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 진영 또 다른 인사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박원순 변호사가 안 원장과의 단일화로 단번에 지지율 1위로 올라선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측이 ‘무상급식 2라운드가 아니라면’이란 조건을 달며 서울시장 보선 지원 여부를 결정할 여유가 없다”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보수 세력을 결집해 이번 선거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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