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으로 흥한 MB, 언론으로 망하나
언론으로 흥한 MB, 언론으로 망하나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9-27 13:27
  • 승인 2011.09.27 13:27
  • 호수 90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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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우-신재민-홍상표까지…

조기성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언론인 출신 측근들의 비리의혹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는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이 보수언론의 대표주자인 조선·중앙일보와 YTN 출신이라는 것이다. 보수언론을 등에 업고 대권을 거머쥐었다는 비판과 조롱을 받기도 했던 이 대통령이 결국 이들에 의해 몰락의 길로 떠밀리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청와대는 물론 10·26 재보선을 앞둔 한나라당 역시 MB의 언론인 출신 측근비리가 또 어디서 터져 나올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 말기 ‘권력형 게이트’는 레임덕
박태규 “언론인 출신들에게 떡값 명목 인사”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민간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언론인 출신 실세들의 비리 의혹이 이어지면서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에는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연루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출신 김두우,
검찰 사전 구속영장 청구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해 검찰이 지난달 23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부산저축은행그룹 측 로비스트 박태규 씨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구명 청탁과 함께 상품권, 골프채 등 1억 원 안팎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TK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온 김 전 수석은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이다. 청와대 원년 멤버로 정무2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 등의 요직을 거쳐 홍보수석에 발탁된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이었지만,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자 지난달 15일 사표를 냈다.

이미 측근 비리에 대한 사인은 여러 차례 나왔었다.

지난 6월 대정부질문에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박태규는 김두우 수석,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과 잘 아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박 씨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도 안다’고 과시하면서 현 정권 실세들과 교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김두우 실장”이라고 폭로했다.

또한, 같은 당 우제창 의원은 지난 8월 2일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김두우 홍보수석 이 분이 로비스트 박태규와 절친한 것은 세상이 다 안다”며 “박태규가 (김 수석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에게 전화를 했고 김두우 수석을 바꿔줬다. 김 수석은 김양 부회장에게 ‘얘기는 잘 알겠다’고 말한 내용이 검찰 조사에 나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의 전임자였던 홍상표 전 홍보수석도 박태규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지난달 21일 알려졌다.

YTN 출신 홍상표,
금품수수 정황 포착


검찰은 박씨가 김양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로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홍 전 수석에게 건네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를 상대로 홍 전 수석에게 흘러들어간 금품의 전달 경위와 성격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전 수석을 특정해서 금품을 전달한 것은 아니다. 언론인 출신들에게 일명 떡값 명목으로 인사를 하는 과정에 홍 전 수석도 포함됐을 뿐”이라는 박태규 씨의 진술에 주목해 다른 언론인 출신 청와대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수석은 박태규 씨를 알고 지냈으며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저축은행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홍 전 수석은 2008년 ‘황우석 사태’ 당시 YTN의 보도국장이었으며, 경영담당 상무이사를 거쳐 작년 7월 이동관 홍보수석 후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 전 홍보수석은 지난 6월,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교체돼 그 배경을 두고 온갖 ‘설’이 돌았었다.

이와 관련,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홍상표 전 수석이 로비 대상으로 일찍부터 수사대상이 돼왔던 김두우 전 수석의 전임자라는 점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며 “청와대 홍보수석 자리가 로비의 집중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로비의 통로가 되어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제는 청와대 측근인사들의 부패 실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출신 신재민,
10억 수수 주장 제기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신재민 전 문광부 제1차관이 수년간 SLS그룹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이 지난 21일 제기됐다. 대구 출신의 이 회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 전 차관에게 2002년부터 최근까지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현금 및 법인카드, 차량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폭로해 파장을 몰고 왔다. 그는 “신 전 차관이 언론사에 재직할 때부터 최근까지 매달 수백만~1000만 원씩을 줬고 2007년 대선 전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신 전 차관이 ‘안국포럼’에 있을 때도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준 돈만 1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 부인에게도 자회사 감사를 맡기고 매달 250만 원씩 총 3000만 원을 지급했다. 월급이 지급되는 동안 신 전 차관 부인이 회사에 나와 업무를 본 일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8월 신 전 차관은 문광부 장관에 내정됐으나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 등이 드러나 결국 낙마했다.

신 전 차관은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캠프인 안국포럼에서 일하다가 당선자 시절 비서실 정무기획1팀장을 지냈다.

“측근 비리는 없다”
강조하던 MB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던 실세들이 줄줄이 비리의혹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르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아직 구체적인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현 정부 핵심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임기 후반 국정기조로 제시한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의 동력이 상당 부분 저하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부터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라 당장 대응할만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가 권력형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되면서 임기 말 레임덕이 급속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측근 비리의혹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문제는 이들이 저축은행 사태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이 이들 외에도 언론인 출신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들에 대한 조사까지 들어가 이 정부의 다른 핵심인사들이나 여당실세의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들어 입버릇처럼 “레임덕은 없다. 측근 비리는 없다”고 강조해 왔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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