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괌노선 여행사에 압력??
대한항공, 괌노선 여행사에 압력??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10-30 09:45
  • 승인 2012.10.30 09:45
  • 호수 965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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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랑 놀면 가만 안둔다”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대한항공(회장 조양호)이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사장 최규남)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괌 노선에 진출한 제주항공은 당초 황금노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저조한 탑승률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측은 “대한항공이 여행사들에게 괌 여행 패키지 상품에 제주항공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대한항공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괌 노선 진출한 제주항공 영업방해…여행사에 부당 압력
제주항공 전방위 물증확보 나서…공정위 조사 나설까 관심

제주항공은 지난달 27일부터 인천~괌 정기노선을 주 7회 일정으로 개설했다. 지난 28일부터는 야간 운항편을 신설해 주 11회로 취항편수를 늘렸다. 제주항공이 진출하기 이전에는 대한항공이 괌 노선을 독점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오사카 경유편(주 7회)을 포함해 주 21회씩 괌 노선을 운항하고 있고,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도 주 7회 취항하고 있다.

괌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휴양관광지로 꼽히는 곳으로 지난해 19만여 명이 방문했다. 이같은 황금노선을 독점했던 대한항공에게 제주항공의 진출은 반가울리 없었다. 대한항공은 상반기에 부정기로 운항하다가 중단했던 부산~괌 노선을 지난 28일부터 주 2회 정기편으로 재운항하며 맞섰다. 이와 함께 청주~괌 노선도 운항을 검토하는 등 취항편수 확대로 제주항공을 견제했다.

특히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정면대결은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의 일반석 기준 항공권 가격이 72만9400~102만5400원 선에서 결정되는 반면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34만9000~60만 원 선이다. 또한 매일 오전 10시2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오후 3시40분에 도착하고, 괌에서 오후 4시40분 출발해 인천에 오후 8시20분에 돌아오는 제주항공의 운항 시간대도 진에어와 비슷한 편이다.

제주항공이 초기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할인 이벤트를 장기적으로 진행할 경우 진에어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항공사간의 경쟁으로 괌 노선의 운임이 내려갈 경우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제주항공이 괌 노선에 취항하자 여행업계가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 측이 당초 80% 이상을 기대했던 괌 노선의 탑승률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추석 연휴 성수기 직후에는 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황금노선 탑승률이 60%뿐?

그동안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독점하면서 평균 탑승률이 9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자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행사 측에 제주항공의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괌 여행객의 80% 이상이 패키지를 이용한다. 따라서 여행사가 제주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탑승률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실제 국내 대형 여행사들의 괌 패키지 상품 가운데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오사카 노선 등의 패키지 상품에서는 제주항공이 포함된 상품이 적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이에 대해 H여행사 관계자는 “괌 노선은 기존에 진에어와 장기계약을 체결해 타 항공사를 이용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며 “추후 수요가 확대될 경우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제주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은 대한항공이 여행사들에 압력을 넣어 제주항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괌 노선을 독점하고 있던 대한항공이 교묘하게 우리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며 “여행사 관계자들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알지 않느냐’, ‘대한항공이 먼저 나서지 말라고 했다’는 증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한항공이 우리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직접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물증이 확보되면 대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의 영업방해 전과

대한항공은 과거에도 저비용항공사의 영업을 방해해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전력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2010년 3월 대한항공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저비용항공사의 시장진입 및 사업활동을 방해한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 104억 원을 부과했다. 또 여행사들이 항공권을 일정가격 이상 할인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사실에 대한 시정명령도 내렸다.

당시 대한항공은 여행사들에게 저비용항공사들과 거래하면 성수기·인기노선 좌석 공급과 가격지원을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 등은 여행사를 통해 국내선과 일본·동남아·하와이 등 주요 국제선 관광노선의 좌석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과거 때문에 이번에도 영업방해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괌 노선에 취항한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탑승률이 저조하다고 영업방해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직접적인 경쟁상대도 아닌데 우리가 제주항공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항공의 영업능력 부재가 저조한 탑승률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저비용항공사가 대형항공사와 같은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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