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과의 소통 부재로 세계 최악의 중앙은행장 8위 등극
- 잦은 해외출장에 부부동반 및 항공 마일리지 논란까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은행(총재 김중수)이 2012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독립성 및 통화정책 논란은 물론 총재의 해외출장 구설수에 이르기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김중수 총재는 세계 최악의 중앙은행 총재 8위에 이름을 올렸고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통중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또한 한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2%가 김 총재의 경영방식에 불만족한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국가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의 위상이 김 총재로 인해 한풀 꺾일 것인지를 들여다봤다.

한국은행 종합 국정감사장에 선 김 총재는 날이 서 있었다.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실시한 한은 종합 국감에서 김 총재의 잦은 해외출장 및 부부동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 총재가 2010년 4월 취임한 이후 48회의 해외출장 중 6회가 부부동반이었는데, 휴가철에 이뤄진 것만 1억2000만 원이 소요됐고 그중 배우자 출장비용으로 6000만 원이 지출됐다”면서 “2010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5차례 회의에서는 초청장에 배우자를 공식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최 의원은 “재임 기간 중 출장횟수는 2년 6개월간 48회로 잦고 비용도 6억 원에 달하는데 전임인 이성태 전 총재는 4년간 29회에 2억700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참석했던 출장은 모두 각국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하게 돼 있던 회의로 개인적인 목적은 없었다”면서 “초청장에 배우자 동반을 명시하지 않은 회의도 관행상 부부동반 회의였다”고 목소리를 높여 항변했다.
또한 출장횟수와 비용에 대해서는 “이 전 총재 시절과 달리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해야 할 회의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중앙은행 총재 관련 회의 외 출장이 발견되면 책임질 용의가 있냐”고 몰아붙였고, 김 총재는 이에 맞서 “책임지겠다”고 응수했다.
김 총재가 출장 시 쌓은 항공 마일리지도 거론됐다. 한은에 따르면 김 총재가 해외출장으로 적립한 항공 마일리지는 71만 마일리지로 이중 14만 마일리지만을 사용해 현재 57만 마일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잦은 해외출장으로 항공 마일리지가 많이 쌓였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비용을 지출했다”면서 “한은의 여비처리지침에 따르면 항공비의 경우 우선적으로 마일리지 사용을 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김 총재는 “마일리지를 소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고, 한은 측도 “한은의 지출로 누적된 총재의 마일리지는 임기 중 공적인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관리돼 개인적인 용도로는 이용할 수 없다. 향후 출장으로 소진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임 이성태 전 총재 역시 마일리지를 누적한 상태에서 퇴직했음에도 한은 측은 그 사용여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당분간 김 총재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 비난의 첩첩산중 언제 헤쳐나가나
앞서 지난 9일에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기재위 의원들은 한은의 독립성 문제와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한은을 압박한 바 있다.
이날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은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면서 “기재부 차관의 열석권 행사는 참여정부 하에서는 한 번도 행사되지 않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38차례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의원 등 15명의 의원들은 한은의 독립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한은은 지난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하다가 7월이 되자 갑자기 3년 5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며 “향후 경기 대응을 위해 금융위기 이후 조기 금리정상화를 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중 민주통합당 의원도 “유로존 금융위기가 지속될 때에도 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때늦은 결정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거들었다.
이어 윤 의원은 “통화정책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김 총재의 생각은 어떠하냐”고 질의해 김 총재를 곤란에 빠뜨렸다.
더불어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금융시장에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3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다”면서 “첫째, 한은이 청와대 광화문 출장소로 전락했고, 둘째, 김 총재 취임 후 독립성이 훼손됐으며, 셋째, 김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이 안 돼 ‘불통중수’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은 1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다가 지난 7월에야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해에도 한은은 시장이 동결을 예상할 때 금리를 인상하고, 인상을 예측할 때는 동결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과의 소통 부재가 끊임없이 지적됐다. 올해 역시 한은은 금리정상화를 강조하다가 특별한 이슈가 없는 시기에 글로벌 경기둔화를 이유로 갑작스레 금리를 인하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의 표본을 보였다.
급기야는 한은 내부 설문조사까지 국정감사 자료로 등장했다. 같은 날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은 노조가 지난 7월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은 직원 10명 중 8명이 김 총재의 경영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은 직원들이 김 총재의 내부 경영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82.7%로 ‘만족한다’의 3.1%보다 무려 26배가 많았다. 앞서 이성태 전 총재가 재임하던 2009년 설문조사에서는 ‘불만족’이 32.6%, ‘만족’이 19.7%였던 것과 비견된다.
‘총재 취임기간 중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대한 답변도 눈길을 끌었는데, ‘후퇴했다’는 81%에 달한 반면 ‘진전됐다’는 답변은 2.1%에 그쳤다.
해외 언론의 평가와 보도 역시 김 총재에게 불리했다. 김 총재가 미국 경제전문지 ‘글로벌 파이낸스’가 평가하고 경제전문방송 CNBC가 보도한 ‘세계 중앙은행 총재 리포트’ 결과 ‘세계 최악의 중앙은행 총재’ 13인 중 8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리포트는 매년 전 세계 주요 50개국에서 가장 종합점수가 낮은 ‘최악의 중앙은행장’ 13명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최고의 중앙은행장’ 6명을 선정한다. 인플레이션, 경제성장 촉진, 통화정책의 안정성, 기준금리 관리 등 각각의 항목에서 얼마나 정책적 효과를 거뒀는지를 평가해 A~F까지 등급을 매기는 형태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시장과의 소통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지난해에 이어 하위권인 평점 ‘C’를 받았다. CNBC 측은 “김 총재는 예상을 깬 정책결정으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현황에 기초한 통화정책 결정을 내리는 대신 정치적 이해관계에 끌려다녔다”고 보도했다.
김 총재는 이러한 외신 보도에 대해 “별로 대응하고 싶지 않다. 대응할 가치도 없다”면서 불편해 한 반면 직원 설문조사에 대해서는 “내부 직원들이 평가한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