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한솥밥 충청 맹주 노린다

내년 총선서 20석 이상으로 대선 교두보 확보
합당 시너지 설왕설래...‘도로 선진당’ 비판도
조기성 기자 = 심인창(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이인제 무소속 의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이 충청권 맹주 자리 탈환을 위해 뭉쳤다. 이들은 통합 자유선진당에 함께 몸담으면서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해 대선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서로 간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지만 더 이상 분열의 모습을 보여서는 충청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한솥밥 먹게 한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과연 이들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지 미풍으로 끝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회창 전 대표, 심대평 대표, 이인제 의원. 이들은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회창 전 대표는 두 번이나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청와대 문 앞까지 갔던 전적이 있다. 심 대표는 임명직 한 번에 민선3기에 걸쳐 도지사를 할 정도로 행정에 통달한 인물이다. 이인제 의원은 YS 시절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대안으로까지 떠올랐었고, DJ 시절의 민주당에서 한때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히며 대세론을 형성했던 인물이다. 이들의 이력과 정치적 저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이들 3인이 분열함으로써 충청권의 정치력은 급속도로 약화돼 중앙정계에서는 충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자유선진당으로 통합
충청권의 맹주를 자처하던 이 3인의 정치인들이 결국 하나로 뭉쳤다.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은 지난 8일 당대당 통합을 공식선언하고 충청권 정치세력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통합신당의 이름은 ‘자유선진당’으로 정했으며 여기에 이인제 의원도 합류했다.
이에 따라 통합 자유선진당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이끈 자유민주연합이 4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이후 16년 만에 단일대오로 총선에 임하게 됐다.
이회창 전 대표는 “부러진 뼈가 붙으면 더 단단한 뼈가 되고 비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더욱 강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전국정당으로, 강한 정치세력으로 발전하면서 더 외연을 넓혀 국민이 가장 원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강한 정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대평 대표는 “이번 통합은 이 전 대표가 지난 5월9일 충청권의 대통합을 위해 당대표직을 사퇴한 헌신과 희생 때문에 출발했다”며 “이 전 대표가 오늘의 안철수 신드롬으로 대두된 정치상황의 변화와 국민들의 열망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느껴 결단을 내리고 길을 열어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 전 대표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인제 의원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심의 양당 정치구도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제3의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지역 패권으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해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회창 전 총재와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는 지난 2009년 8월 자유선진당 당 운영과 관련한 의견차이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이 전 대표와 이인제 의원은 지난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각자 출마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구원(舊怨)이 있다. 세 사람은 지난 8일 변웅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함께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구원을 털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민련에 이은 범충청권 정당이 재탄생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통합 자유선진당의 탄생을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의 승부를 가를 또 하나의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대선과 관련, 통합 자유선진당이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맞서는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의 추동력으로도 작용할 전망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충청권 통합 정당의 출연은 내년 총선에서 하나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내년 총선은 보수-진보 진영의 대결이나 각자 이념의 선정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선거구도와는 전혀 다른 판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관측했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교섭단체 정족수에 단 2석 모자란 18석을 차지하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창당 2개월 만에 일궈낸 놀라운 성과였다. 선진당은 창조한국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교섭단체 지위를 얻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에서 실질적인 ‘캐스팅 보트(Casting Vote)’의 역할을 하며 정국운영에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기성 정당정치의 대안으로 떠오른 일명 ‘안철수 신드롬’이 화제가 되면서 충청권 통합 정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은 조직이 아닌 개인의 대중적 인지도와 참신성만으로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냈다”며 “통합 자유선진당은 충청권 조직을 기반으로 30~40대 이상의 기존 보수층을 폭 넓게 잠식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합당 시너지? “글쎄”
아직까지 합당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설왕설래다. 통합 후 의석이 18석에 불과한데다 대전과 충남에선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충북에선 여전히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요소가 없다는 지적이다. 맹주 3인방의 지역구도 모두 충남이다. 이들의 통합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에서 “충북지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도로 선진당’이라는 비판까지 있다. 원래 한 몸이던 당이 2년 만에 다시 합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통합기획단 대표를 맡았던 권선택 의원은 “도로 선진당이란 비판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최종이 아니라 추가로 다른 정당과 통합시키면 전국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당장은 정기국회 중 미래희망연대와의 연대를 통해 교섭단체 구성 내지는 당대 당 통합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함께 통합 자유선진당은 10·26 재보선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 기반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그는 “안철수 사태가 진정되는 것을 보고 서울시장 후보를 낼지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 후보로는 박선영 정책위의장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진당 후보로 나섰던 지상욱 전 대변인이 거론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보궐선거를 계기로 당이 동력을 받을 것으로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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