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유로존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 상승폭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고 단기 국채매입 가능성을 시사한 7월 이후 원화가치(달러화 대비)가 4.3% 상승해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절상 폭이 가장 컸다.
그 뒤로는 말레이시아 링깃이 4.1% 상승했고 싱가포르 달러 3.6%, 노르웨이 크로네 3.0%, 태국 바트 2.8%, 캐나다 달러 2.2%, 중국 위안 1.8% 등의 순으로 통화 가치가 올랐다.
이는 ECB가 단기 국채 매입에 나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의 3차 양적완화 정책, 일본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규모 증액 등으로 유동성이 넘치면서 이들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중심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텐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조정하면서 한국 경제 안정성이 부각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연 2.75%로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인 미국, 일본 등보다 높은 것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은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아직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더 떨어지면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28일 내놓은 ‘환율하락민감도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0원 내려갈 때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95.4% 급감하는 것으로 추정돼는 등 수출여건이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비중이 높은 싱가포르, 대만, 필리핀, 태국 등도 급격한 통화 강세 탓에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추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여행·항공업을 비롯해 원자재 수입이 많은 기업들은 소비증가와 외화부채 부담 감소, 원자재 구입비용 감소 등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한편 외환당국이 환율에 대해서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던 그간의 대응방식과 달리 구두개입함으로써 향후 외환시장 개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26일 원ㆍ달러 하락과 관련해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나 국내 펀더멘털과 달리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며 “다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29일 오전 방송된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전 세계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도 성장이 다소 둔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면서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져서 수출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