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특명] ‘인재 제일주의’와 ‘인재 쟁탈전’의 함정
[기업특명] ‘인재 제일주의’와 ‘인재 쟁탈전’의 함정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2-10-29 11:02
  • 승인 2012.10.29 11:02
  • 호수 965
  • 2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재·정보 지켜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말뿐인 허울에 불과
中企 기술유출 심각…‘인력 빼가기’ 피해 급증 ↑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사람이 경쟁력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재계의 인재 쟁탈전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 유출의 40% 이상이 대기업 등의 ‘인력 빼가기’에 따른 것으로 조사된 것. 더욱이 기술 유출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해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해결방안 모색이 쉽지만은 않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도산위기에 처해 자칫 산업계의 골칫거리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인재 확보 전쟁이 심각하다. 그동안 대기업 간의 인재 빼앗기 전쟁이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에서 좋은 연구 성과를 낸 인력까지도 쟁탈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분별한 인재 쟁탈전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은 12.5%, 유출 1건당 피해액은 평균 15억8000만 원이었다.

기술유출 경험 기업은 2008년 15.3%에서 소폭 감소했지만, 건당 피해액은 9억1000만 원에서 15억 원대로 크게 늘었다. 이는 부설 연구소를 보유한 1만5000개 중소기업 중 매년 10% 정도의 표본을 추출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기술유출 경로는 ‘인력 빼가기’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기술유출의 42.2%가 ‘핵심인력 스카우트’로 발생했다. 이어 ‘복사ㆍ절취’(38.9%), ‘이메일ㆍ휴대용장치’(18.4%), ‘시찰ㆍ견학’(10.8%) 등이 뒤를 이었다.

인력 스카우트에 의한 기술유출은 2008년 29.7%였으나 3년 새 비중이 많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한 대기업이 서울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개발팀 핵심인력 6명을 통째로 빼 간 사례도 있었다. 해당 회사도 스톡옵션 제공을 비롯한 복지 개선을 약속하며 잡아두려 했지만, 대기업의 ‘돈 공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현재도 해당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또 다른 대기업은 경남의 한 발전기 제조업체에서 경력 10년 이상의 기술인력 3명을 데려갔다. 핵심인재가 떠난 중소기업은 기술도 함께 빠져나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 인재 전문가는 “대기업이 불황 때문에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중소기업 인력을 빼가는 방법으로 시장 진입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중소기업이 인력 유출 때문에 연구 개발을 축소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양극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인력 사관학교냐”, “대기업에만 좋은 일 시켜주는 기술개발을 하느니 사업을 접겠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술인력 불법유출 강력 대응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강구에 나섰다. 중소기업 인력을 빼갈 때 이적료를 물리는 방안 검토와 기술인력 유출 신고소를 설치하겠다는 것.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성장의 출발점으로서 중소기업이 기술인력 유출 탓에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속화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대기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노력 외에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은 중소기업 기술인력 유입 자제를, 중소기업은 기술인력 우대 등의 대책을 상호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