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기구 ‘혁신과 통합’ 발족

민주진보개혁 승리 위해 뭉쳤다
손학규 “박원순-안철수 아름다운 통합 단일화”
“민주당은 통합에 모든 것 바치겠다”
김규리 기자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무산되면서 야권대통합은 갈림길에 서있다. 통합을 주도한 진보신당 조승수 전 대표와 당 지도부는 통합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일괄 사퇴했고, 일각에서는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진보통합의 실패로 야권대통합에 제동이 걸렸다는 비관론과 함께 야권 후보단일화를 계기로 되살아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대통합 추진 모임인 ‘혁신과 통합’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혁신과 통합’ 발족이 야권대통합 흐름에 탄력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는 야권통합추진 모임인 ‘혁신과 통합’이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 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발족식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김기식·남윤인순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준비위원장 등 진보성향 인사들이 참석했다.
야권대통합 ‘신호탄’ 되나
‘혁신과 통합’은 발족식에서 민주진보 연합정당의 성격과 통합방안을 제시하며 민주진보정부 수립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혁신과 통합’은 발족 선언문에서 “국민은 대안과 비전을 갖춘 집권세력을 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 연합정당 건설이 필요하다”며 “혁신과 통합은 민주진보세력의 집권과 2013년 평화복지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혁신과 통합’은 이날 야5당에 정기국회에서 민생문제와 개혁 법안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한 공동 대책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고, 오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요 사업 계획으로는 ▲혁신과 통합의 주체세력 형성 ▲통합적 연합정당 추진 ▲혁신과제 및 정책 제시 ▲민주진보세력의 집권을 위한 정치활동 전개 ▲국민과의 소통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축사를 했다.
손 대표는 축사를 통해 “민주당은 통합의 중심에 서고 통합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팔을 내놓으라면 팔을 내놓고 눈을 내놓으라면 눈을 내놓겠다”고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장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상임이사가 ‘아름다운 가게’에서 만나 ‘아름다운 통합 단일화’를 이뤘다”며 “우리에게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뒤이어 축사를 한 유 대표는 통합을 위한 혁신을 강조하며 “국민이 원하는 혁신을 하다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통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상을 더 잘 보고 팔 힘이 세져서 무거운 물건도 같이 들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지 누구의 팔을 빼앗거나 눈을 빼앗는 것이 될 수 없다”고 손 대표를 향해 각을 세웠다.
문 이사장은 민주진보 연합정당 건설을 위해 민주당과 진보정당에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통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통합이 되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며 “혁신과 통합은 각 정당에 통합의 이점을 확인하고 교섭·중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진보 통합무산…
소통합 방향은
앞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소통합에 실패했다. 이로써 야권 대통합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존의 진보통합 구도의 해체와 재구성 논의로 소통합의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라는 것.
민주당은 진보통합 이후 본격적으로 야권대통합 논의를 한다는 방침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여러 가지 쟁점이 있지만, (야권대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통합에 대한 의지를 거듭 나타냈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의 소통합이 무산된 상황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까지 포함한 야권대통합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연말 통합전당대회 개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민노당과 참여당 통합 과정 논의 이후 이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민노당은 참여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노당은 진보신당의 반발에도 참여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관련,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진보대통합에 뜻을 함께하는 정당, 개인, 세력 등 진보진영을 총망라해 빠른 시일 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이라고 통합의지를 밝혔다.
여기에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통합파의 탈당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진보신당 내에 다수를 이루고 있는 통합파의 탈당 가능성으로 사실상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통합파가 진보신당 전·현직 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외부와의 협상을 통해 집단으로 통합 진보정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진보신당 조승수 전 대표와 지도부는 통합 무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지난 5일 사퇴했다. 이에 따라 진보신당 내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 내 독자파와 통합파의 움직임에 따라 사퇴한 조승수 의원의 거취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후보단일화 ‘주목’
정치권에서는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가 통합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달로 다가온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의 통합후보 선출 논의는 통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와 후보단일화에 합의함에 따라 야권 단일후보 선출 움직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당내 갈등으로 통합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후보단일화로 인해 민주당뿐 아니라 야권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공동정부 구성 등이 제시됨에 따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연합정당과 연합정부 구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공동정부를 구성해서 통합의 구체적 실적을 보였을 때 정권교체를 위한 총선과 대선 승리의 길도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원순 변호사와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회동을 갖고 야권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합의한 점도 주목된다. 이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범시민 야권 단일후보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 1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며 야권 단일후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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