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수영 기자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틀간의 검찰 조사를 받고 지난 7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 출근했다.
그동안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았던 곽 교육감이지만 이날만큼은 “다들 고생이 많아요”라는 인사를 하는 등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곽 교육감은 검찰 조사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전달한 2억 원은 선의로 제공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제기된 선거캠프 실무자 간 이뤄졌던 합의에 대해서는 “추후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곽 교육감에 대해 선거 후보 매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며 법원의 결론만 기다리고 있다.
법원이 불구속수사를 할지 구속수사를 할지에 상관없이 곽 교육감 문제는 10월에 치러질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쳐 야권을 대표하는 후보로 여권과 맞서 당선된 곽 교육감이기에 곽 교육감 문제는 단순히 일개 교육감에 대한 의혹사건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야권 전체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곽 교육감 향배 놓고
여야 다양한 시나리오 구상 중
곽 교육감의 금품제공 의혹이 터지자마자 여권과 보수층은 일제히 “사퇴하라”며 곽 교육감을 몰아세웠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수세로 몰렸던 상황이었기에 여권과 보수층은 한껏 큰 목소리로 곽 교육감을 비난했다.
10월 26일로 확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야권이든 여권이든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에 휩싸이다 “한나라당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여권의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실제로 안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했던 한나라당에서는 두 배로 타격을 입게 된 꼴이다.
안 교수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단일화를 통해 출마를 포기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여권보다는 야권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여권과 보수층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된 곽 교육감을 물고 늘어지는 방법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보수층은 서울시민에게 더 이상 야권단일후보의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 것을 주문함과 동시에 야권 및 진보개혁세력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지킴이연대는 지난 5일 종로구 통인동의 참여연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낙청, 이해학, 함세웅, 김상근, 청화 등은 뒷거래 내막을 소상히 밝혀 사태수습에 앞장서라”며 곽 교육감에서 진보개혁세력으로 그 칼날을 돌렸다.
이들은 “음흉한 정치적 계산을 하지 말고 당신들의 죄상을 알리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곽 교육감 개인에서 진보개혁세력 전체로 책임감을 돌리며 보궐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야권 및 진보개혁세력은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혹이 제기되었던 시점에서는 여권과 마찬가지로 ‘사퇴’ 압박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곽 교육감 지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내심 곽 교육감의 말이 맞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검찰 수사 결과에 귀를 쫑긋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한편의 격랑이 지나갔지만 이제 본격적인 2라운드가 시작된다.
안 교수의 통큰 단일화로 힘을 받은 야권과 아직까지 후보를 찾지 못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여권 사이에서 곽 교육감의 운명은 다가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기에 정치권 모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전략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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