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DJ신당 극비 프로젝트 가동 중
제2의 DJ신당 극비 프로젝트 가동 중
  • 김승현 
  • 입력 2007-07-04 10:07
  • 승인 2007.07.04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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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청와대-대선주자 막후 합의 >>

한 때 동지에서 적으로 결별을 선언했던 이들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지난 달 27일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은 국회 헌정기념회에서 중도통합민주당 창당을 선언하고 박상천 김한길 공동대표 체제의 ‘통합민주당호’를 출항시켰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통합민주당’이 범여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34명으로 구성된 원내 제3당이지만 아직까지는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상황에서 김대중 전대통령(DJ)이 ‘대통합’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동교동계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볼 때 DJ가 구상하고 있는 신당의 범위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DJ의 의도와 달리 ‘통합민주당’의 공동선장인 박상천 대표는 올 대선 전략과 관련, ‘후보단일화’에 방점을 찍는다.

빠른 시일내에 대선기획단을 설치한 뒤 9월쯤 통합민주당 후보를 내고 열린우리당 핵심 후보 등과 대선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면돌파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하지만 양당의 ‘소통합’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통합 움직임의 무게추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정치적 지주인 김대중 전대통령조차 분명하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노, “결국 대세 따를 것”

그 동안 DJ는 꾸준하게 범여권의 대통합을 주문해왔다. 최근에는 “민주당에서 대선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발언도 내놓았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한 ‘민주당’이 새로 출범한 ‘통합민주당’을 의미하느냐를 놓고선 이견도 없지 않다.

범여권 관계자는 DJ가 언급한 민주당과 관련, “소통합으로 탄생한 통합민주당보다는 보다 큰 틀의 신당, 하지만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을 수 있는 정치세력을 언급하는 것”이라며 “DJ가 또 다른 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전직 고위관계자도 “민주당은 중요한 평화개혁세력의 상징”이라면서도 “하지만 통합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 논의에서 열린우리당을 배제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침을 날렸다.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과거에 비해 훨씬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도 제2의 DJ 신당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 중 하나다. 과거처럼 DJ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순간 힘을 실어주는 정치세력이 출현할 수도 있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도로민주당’에는 제동을 걸면서도 “결국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긴 것도 DJ측과 모종의 교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 탈당파 나올 수도”

실제 DJ와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의 발언과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박 대표의 ‘통합민주당’과는 일정부분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박지원 전비서실장은 민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 인사들과 두루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노갑 전고문은 이강철 정무특보와 골프를 치는가 하면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금원씨와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에는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원혜영 배기선 유인태 최규성 이강래 염동연 의원 등과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만나는 인사들에게 ‘범여권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이들과 별도로 한화갑 전대표, 정균환 설훈 배기운 전의원 등은 당 안팎에서 박 대표의 ‘배제론’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설 전의원은 “당 지도부가 끝내 배제론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에서 대통합을 바라는 사람들이 나와 열린우리당, 재야와 합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는 철저하게 ‘열린우리당’ 배제를 주장해온 박 대표의 구상과는 분명하게 위배되는 부분이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DJ는 정권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자신이 뿌린 햇볕정책은 한 번 더 대통령을 만들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을 향해 ‘정상회담 정례화’를 언급하며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대1 구도, 승리 가능”

DJ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범위는 지난 달 개최된 ‘6·15 7주년 기념만찬’ 참석자들의 면면으로 가름할 수 있다.

이 자리에는 손학규 전경기지사를 비롯, 이해찬 한명숙 전총리, 김혁규 천정배 의원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들 외에도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상천 김한길 대표, 권 전고문, 한 전대표, 박 전비서실장 등 동교동계도 모습을 드러냈다. 송기인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등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DJ의 정치적 위상을 실감케 한 자리에서 박 전비서실장은 “여기에 앉으면 다 대선주자”라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DJ는 올 대선 전략과 관련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1대 1 구도를 만들라”고 주문하며 “노 대통령과 내가 손을 잡으면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물론 전현직 대통령이 앞장서 신당을 창당할 수 있는 정치여건은 분명 아니다.

때문에 동교동계와 청와대, 범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막후 합의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정동영 전의장은 “김 전대통령이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고 했고, 이 전총리는 “대통합 문제를 잘 해내길 바란다고 주문하셨다”고 만남 내용을 전했다. 이에 반해 손 전지사측은 동교동계 인사들과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우호적이라며 ‘DJ 지지’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
이다.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제2의 DJ신당이 출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J와 노 대통령의 우산 아래서라면 범여권 주자들의 결집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민심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렸다.



#한화갑 ‘8·15 특사 사면설’

범여권 통합 논의의 급류 속에서 한화갑 전민주당대표의 ‘광복절 특별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대표는 지난해 말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원 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는 ‘특별사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10억원의 추징금을 모두 완납함에 따라 일단 최대 걸림돌은 해소한 상황이다.

한 전대표는 그 동안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강조해와 특별 사면될 경우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병완 전청와대비서실장과의 각별한 관계도 그의 ‘역할론’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리정치인’이라는 족쇄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리틀 DJ’라는 별칭을 갖고 있지만 김대중 전대통령과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그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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