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쓰나미 몰려온다
정계개편 쓰나미 몰려온다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9-06 15:15
  • 승인 2011.09.06 15:15
  • 호수 90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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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견제 보수 신당 창당-진보 대통합

친이 등 비박, ‘박근혜 대항마’ 띄운다
“친이계, 친박 이외 보수 세력들과 규합 가능성 있다”


정치권에 정계개편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내년 대선의 상수(常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실상 이끌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면서 기독교 보수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후폭풍으로 인한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간 대립이 표면화하면서 분당(分黨)설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친이계가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를 계기로 세 결집에 들어간 이후 친이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것. 이와는 다른 흐름에서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합당으로 충청 보수세력 결집이 이뤄져 보수 진영은 네 갈래로 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보수진영이 분열의 정계개편이라면 진보진영은 통합의 정계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진보정당 창당에 합의했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역시 야권 대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이해찬 상임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서울대 교수 등 300여 명이 제안자로 나선 ‘혁신과 통합’도 야당들에게 대통합 방법을 공식 제안, 내년 총선 전까지 통합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보수진영의 분열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촉발됐다. 보수언론을 비롯한 강경 보수진영에서는 오 전 시장을 ‘反복지포퓰리즘’ 전사로 칭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 끊임없이 힘을 실어달라고 압박했지만 박 전 대표는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주민투표는 실패로 끝났고 ‘박근혜 책임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주민투표 무산 후 “진정한 패자는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라며 “박근혜 기득권 체제를 부숴버려야 한다”고 박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보수진영은 박 전 대표가 광우병 촛불시위와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인데다 지난 6·2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주민투표까지 ‘나 몰라라’하는 태도를 보인데 대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오로지 자신의 대권만을 위해 실리만 챙기는 ‘작은 정치인’으로 더 이상 보수의 대표주자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 기독교 보수신당 창당 움직임 가속화

이런 상황에서 대형 개신교를 중심으로 이달 중순 창당대회 개최를 목표로 ‘기독자유민주당’(가칭)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보수신당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등 몇몇 교계 원로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나라와 교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국민운동본부’(대표회장 최병두 목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양평 양수리 수양관에서 ‘3000대 교회 초청 기독교지도자 포럼’을 개최해 세력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이 포럼을 기독교 보수신당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모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포럼 공동집행위원장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장)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기독당 창당을 주도한 바 있다.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5월부터 지역 교회 순회 강연을 하며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1000만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김홍도 목사는 앞서 지난달 21일 주일 설교에서 ‘좌파로 기운 한나라당 대신 반공 보수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와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금란교회(감독 김홍도), 청교도영성훈련원(원장 전광훈)등 보수 단체와 일부 대형교회 신도들이 참가한 가운데 ‘반공·애국 국민총궐기대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강연하기도 했다.

조 전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패배로 쌓인 보수층의 불만은 거대한 정치적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의원을 향해 폭발할 것”이라며 “한나라당 해체론이나 ‘창조적 파괴론’까지 나올 것이다. 박 의원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우파 신당론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 복지포퓰리즘 두고 친이-친박 대결 양상

한나라당 내부 사정도 녹록치 않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친이 대 친박 대립구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충돌하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 프레임을 두고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
박 전 대표의 ‘복지 당론 정리가 우선’ 원칙 제시로 친박계와 소장파는 분주히 노선 수정에 돌입한 반면 친이계는 반복지포퓰리즘 노선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는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이슈가 ‘복지’가 될 것이 분명한 만큼 논의를 거쳐 복지 당론을 우선 정한 뒤 그에 맞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경필 최고위원 등 소장파도 최근 “서울시장 선거를 복지포퓰리즘과의 전쟁으로 규정하면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당론 확정 요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홍준표 대표 역시 “이번 선거는 철저히 보육 교통 주택 환경 등 정책으로 승부를 볼 것이며 ‘무상급식 2라운드’는 절대 안간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친이계는 여전히 “복지노선 수정은 민주당의 아류”라며 “이렇게 해선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복지노선 수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 확인된 25.7%라는 보수층의 결집도는 만만치 않은 성과”라며 “복지포퓰리즘과의 전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계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 전 대표를 선호하지 않는 보수세력으로서는 서울시장 보선을 박근혜를 흔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도 박 전 대표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강경 보수층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을 것이고, 지원유세를 한다고 해도 복지라는 이슈로 중도까지 지지층을 확대해 놓은 상황에서 보수색깔이 강화되거나 복지신중론자로 분류되는데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3 이재오 당 복귀…친이 재결속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복귀도 때맞춰 이뤄진 듯하다.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친이계, 친박계는 대통령 경선 때 하던 얘기고 이제 다음 정권을 창출할 시점이 왔는데 아직도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국민이 짜증내고 당에 미래가 없다. 이재오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는 말은 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친이계 재결속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 장관에게는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친이계 후보’를 내세우는 과제가 눈 앞에 있고, 그 직후부터는 총·대선 일정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당내 세력추가 친박계로 기운 상황에서 이 장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항마’를 꿈꾸는 이 장관으로서는 친이계 대권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과 연대해 세력을 만들다가 한계에 부딪힌다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친이계가 친박 이외의 보수 세력들과 규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친이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반포퓰리즘을 기치로 하는 ‘더좋은나라포럼’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엔 정운찬 전 총리,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포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장 · 차관을 지낸 인사들을 중심으로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선진통일연합’이 발족식을 가졌고, ‘대통합국민연대’(공동준비위원장 김선규 정규식 최윤철)가 공식 출범했다.

국민연대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에 참여했던 친이계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국민연대가 대선 경선 국면에서 친이계 후보를 지원하는 조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일연합의 정체성은 지난 대선 당시 MB를 지원한 뉴라이트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통일연합은 외형상 한나라당과는 무관한 국민운동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의 대안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재오 장관을 비롯한 친이계 인사들이 당을 떠나 통일연합과 신당을 만드는 ‘반박 연대 신당 창당설’이 나오는 이유다.

4 자유선진당 몸집불리기 충청 맹주되나

이와는 별도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통합이 이뤄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양당은 지난달 31일 자유선진당의 이름으로 당 대 당 통합을 하고 신당의 대표에 심대평 국중련 대표를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선진당은 앞으로 이인제 무소속 의원과 통합 협상을 벌이는 한편 다른 충청권 인사 영입 작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미래희망연대와 연대해 공동의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당 관계자는 “미래희망연대가 이달 중 한나라당과 통합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선진당과의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 경우 충청권과 수도권, 영남권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수 세력의 새로운 흐름을 잡아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선진당은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독자 후보를 낼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박선영 의원과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지상욱 전 대변인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5 진보진영, 대통합은

진보진영의 정계개편은 겉으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진보정당 창당 합의 등 민주진보대통합을 위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진보 양당이 야권통합을 향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민주당 중심의 대통합 행보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양당의 창당 합의만 보더라도 쟁점인 국민참여당의 합류 문제는 창당 작업을 논의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한다’는 수준으로 일단 봉합해 놓은 상태다. 또한, 진보정당 통합 작업이 예정보다 한 달 가량 지연돼, 민주·진보세력을 아우르는 대통합 논의 일정이 더욱 촉박해진 상태다.

민주당은 진보정당 통합이 일단락되고 나서 대통합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나, 늦어도 9월 말∼10월 초까지는 대통합의 윤곽을 잡아야 내년 4월 총선을 차질 없이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국의 ‘블랙홀’로 여겨지는 10월 재보선, 특히 서울시장 야권 통합후보 논의가 대통합 논의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10월 보궐선거 전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난 6·2 지방선거나 4·27 재보궐선거 때처럼 이견이 노출된다면 야권 통합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과 통합 논의를 달가워하지 않는 진보정당 쪽은 10월 보궐선거를 계기로 야권통합 논의는 더 어렵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선거가 치러지는 기간엔 모든 관심이 선거에 쏠리게 돼 있는데, 10월 선거가 끝나면 예비후보 등록 등의 일정상 통합 논의가 사실상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제3지대에서 야권통합을 준비 중인 ‘혁신과 통합’에 참여하고 있는 김기식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 대표는 “야권통합 논의가 11~12월에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10월 선거는 연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서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10월 선거가 야권통합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정치콘서트에 참석, 야권통합 방식과 관련해 “정당들간 협상으로는, 그리고 그 협상을 촉구·중재하는 방식으로는 통합이 어려울 것 같다”며 “혁신과 통합은 시민들의 힘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야권통합운동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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