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대권주자 전초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권주자 전초전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9-06 15:10
  • 승인 2011.09.06 15:10
  • 호수 90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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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변수 등장…본선보다 치열한 물밑경쟁
맹형규 박원순 천정배 한명숙

박근혜-홍준표, 나경원 비토 vs 정몽준, 나경원에 힘 싣기
손학규는 박원순, 정동영은 천정배, 문재인은 한명숙


10월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권후보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후보들을 밀고 있어 대선 경선 전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해볼 만한 승부라는 인식하에 본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후보를 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누구를 서울시장으로 내세울 것인가에 따라 내년 대선으로 나아가는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여권은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을 받기 위한 후보 선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고, 야권은 대권후보들이 특정후보를 밀고 있어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무소속 출마설이 더해지면서 예측 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물밑에서 본선보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 사퇴 이후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었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나 최고위원은 차기 서울시장 여권 후보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내달려, ‘나경원 대세론’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할 의사가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이야기에 앞서 (무상급식에 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가 무상급식 2라운드로 치러질 경우 오 전 시장을 지원하며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나 최고위원 등 친이계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거리를 둬 왔는데 그를 강력히 지원했던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될 경우 선거지원에 나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에 대해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찬성한 후보를 내세워선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나 의원의 경우 선거유세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움직이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후보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나경원 카드는 버려졌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이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홍 대표는 “보수의 상징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면서 외부인사 영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30일 강원도 홍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 최고위원을 겨냥해 “제2의 오세훈이나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홍 대표는 지난 1일 한나라당 연찬회 자리에서도 “나경원이 안 된다고 한 적 없는데 언론에서 주석을 달아 그렇게 됐다. 그런 언론의 보도에 나경원이 발끈한다면, 오세훈 아류라는 것을 본인이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서울시장 후보는 이기는 후보가 돼야 하고, 나는 단지 제2의 무상급식 전쟁, 제2의 오세훈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박 전 대표와 홍 대표의 ‘나경원 비토’ 협공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각을 세우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1일 박근혜 전 대표의 ‘先복지당론 정립 後서울시장 선거지원 논의’ 발언에 대해 “‘특정후보는 안 된다. 내 허가를 받으라’고 비쳐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저녁 연찬회 도중 열린 서울시 국회의원들의 모임에서 맞은편에 앉았던 나경원 최고위원을 향해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카르텔을 맺었나”라며 “비겁하게 (하지 말고) 일대 일로 하시라고 그러라”고 나 최고위원에 힘을 실어줬다.

박근혜는 맹형규,
정몽준은 나경원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1일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나서기 위해선 우리와 성향이 맞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며 “무상급식 반대로 인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이 문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맹 장관이 후보로 나선다면 서울시장 선거를 관망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친박계 중진 그룹을 중심으로 맹 장관이 시장후보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맹 장관이 지난 2006년 서울시장에 도전한 경력이 있는데다 정치적 중량감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맹 장관은 이날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장 출마설과 관련해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생각해 본 바도 전혀 없다”며 “황당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한나라당 서울지역 의원들은 1일 연찬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한다는 데 합의했다. 서울시당 대변인인 진성호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불가피하며 이 같은 서울시당의 뜻을 홍준표 대표에게 전달하기로 했다”며 “또한 서울시당도 경선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 사무처가 오는 27일 시장후보 경선에 대비해 서울시내 모 체육관을 대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달 말 후보 경선이 치러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2일 홍 대표는 경선 요구에 대해 “쓸데 없는 소리다. 몇몇이 모여서 이야기한 게 합의인가”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현 당헌·당규상 대통령 및 광역단체장 선거는 반드시 경선을 거쳐야 하지만 보궐선거의 경우 경선 없는 전략공천이 가능하다”면서 외부 인사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략공천 대상자로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손학규-정동영, 기싸움

야권 역시도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두고 대권주자들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에 어느 쪽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내년 대권행보에서 유불리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천정배 최고위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정, 천 최고위원간에 노골적인 언쟁을 벌인 것이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손 대표는 후보 난립을 우려하며 천 최고위원의 출마를 만류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후보가 많은 것은 바람직하다며 오히려 공정한 경선 관리를 요구했다.

일단 야4당과 시민단체들이 손 대표가 제안한 통합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찬성하며 일괄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양측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가시화됐다.

정, 천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천 최고위원의 출마를 만류한 것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손 대표가 염두에 둔 후보로 꼽히는 이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다. 서울시장 후보선출 과정을 야권통합의 계기로 생각하는 손 대표 입장에서는 시민사회의 신망이 두터운 박 변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자신이 주장하던 ‘통합서울시장 후보’ 적임자를 골랐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야권통합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변호사는 측근들에게 “정당에 가입하는 방식이 아니면 서울시장 통합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10일쯤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출마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의 한 측근은 “박 변호사는 현재 45일째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다”며 “오는 10일 종주를 마치는 것을 계기로 기자회견 형식으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손 대표와 박 변호사가 최근 만나 서울시장 출마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민주당은 “손 대표는 최근 박 변호사를 만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며 ‘대망론’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전 총리는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여론조사 상으로 여전히 야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가장 강력한 카드로 인정받고 있다. 문 이사장은 최근 한 전 총리 재판에 참석해 “검찰이 무리하게 끌고 왔고 무죄를 확신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6?2 지방선거에서 아깝게 패배한 이후 ‘선거에 다시 나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한 전 총리 측에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일이라도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철수 변수에 여야 모두 당혹
3파전이냐 막판 단일화냐


한편, 여야 모두 영입에 공을 들였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서울시장 보선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안 원장과 청춘콘서트를 공동 진행하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최종 결심하지는 않았지만 고민이 깊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출마한다면 무소속이 100%”라고 말한 것으로 지난 2일 전해졌다. 안 원장의 한 측근도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안 교수가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행정과 정치를 통해 비전을 실현하고 싶어 한다”며 “출마 결심을 굳히고 핵심 측근들과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지난 2일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그동안 현실정치 참여의 기회가 많았는데도 계속 거부 의사를 보였던 것은 한 사람이 바꿀 수 없다는 일종의 패배의식 때문이었다”면서 “시장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말해 사실상 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이렇듯 안 원장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여야 모두 이해득실 계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나라당 후보 대 야권단일후보 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구도가 된다면 여권에 일단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안 원장이 끝까지 무소속으로 완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막판에 야권단일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룬다면 선거는 뚜껑을 열어볼 필요도 없이 ‘한나라당의 완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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