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 내린 선물(The Times)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탄생 25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2005년 월드투어 이후 7년 만의 내한인 이번 공연은 케이프타운을 시작으로 요하네스버그, 마닐라를 거쳐 오는 12월 7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세계 뮤지컬 역사에서도 의미 있는 개막 25주년 해에 원어 그대로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번 무대는 앞서 한국에 ‘팬텀 신드롬’을 일으켰던 브래드 리틀이 또 한번 팬텀 역을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무용을 전공한 뒤 호주 국립 오페라단에서 실력을 키운 클레어 라이언과 피아노 연주와 댄스, 작곡 실력까지 겸비한 만능 엔터테이너 안소니 다우닝이 새로이 합류해 지난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12월 한국 개막에 앞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무대를 이끌 주역들을 지난 18일 서울 장충동의 엠버서더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만나봤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내가 돌아왔다”는 첫 마디로 말문을 뗀 그는 제작사 설앤컴퍼니(대표 설도윤)와 한국에서 다시 작업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2005년 월드투어를 통해 한국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던 브래드 리틀은 한국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열정이 그리워 늘 한국에서 다시 공연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했다고 전했다. 이미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브로드웨이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내게 한국은 매우 특별한 곳”이라며 “7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은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팬텀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흥행 신화의 주역 브래드 리틀. 2000회 이상 팬텀을 연기한 전 세계 4명의 배우 중 한 명인 그는 지난 공연 당시 풍부한 성량과 더불어 명품 연기로 대한민국에 팬텀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유령에게 홀린 무대’, ‘황홀한 원조의 맛’ 등 다수의 언론과 수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던 그는 “한국에서 보여줬던 큰 사랑에 매우 감사해 이번 공연에서도 이에 꼭 보답할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팬들의 강압에 의해 늘 젊음을 유지하려 한다는 그는 7년 전 한국 내한과 비교해 변함없는 외모를 과시했다. 그는 2005년 당시의 공연과 이번 25주년 기념 공연의 차이에 대해 “같은 공연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동선이나 내용적인 부분은 똑같지만 매일 밤 배우들의 감정에 따라 공연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공연은 클레어와 안소니가 새로 합류해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들만의 매력을 한번 더 느끼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팬텀은 연기자 입장에서 놓치기 싫은 캐릭터’라던 그는 “팬텀을 연기할 때마다 도전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며 “이에 다시 한번 완벽한 무대가 구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브래드 리틀은 이번 25주년 기념 공연의 특별함에 대해 ‘다국적 배우들의 참여’를 꼽았다. 브래드 리틀(팬텀 역)은 미국, 클레어 라이언(크리스틴 역)은 호주, 안소니 다우닝(라울 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이다. 또 “한국 팬들의 뜨거운 환대와 티켓파워를 지난 공연을 통해 강하게 느꼈다”며 “한국의 열정적인 반응을 첫 방문인 두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버스 광고의 문구 한 소절(‘첫 순간이 기억나십니까?’)이 늘 나를 설레게 한다”면서 “이미 공연을 한번 봤던 사람도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하며 팬텀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팬텀은 뮤지컬 입문자들에게 의미 있는 첫 작품이 될 것”이라며 “나 또한 공연을 관람한 뒤 얼굴을 파묻으며 펑펑 울었을 정도”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예전에 관람했다고 이번 공연의 티켓 구매를 미룬다면 나중에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클레어 라이언은 호주 국립오페라단 출신의 무용을 전공한 인재다. 그녀는 다섯 살 때 멜버른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접한 뒤 매력에 푹 빠졌다며 크리스틴 역을 맡기를 늘 꿈꿨다고 전했다. “내 삶은 마치 크리스틴과 같다”고 말하는 클레어는 클래식 발레와 더불어 다양한 댄스과정을 15년간 공부했고 11살 때부터 보컬 트레이닝도 함께 병행하는 등 오페라 및 뮤지컬의 프로과정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오페라 이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하며 “오페라의 경우 목소리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공연이지만 뮤지컬의 경우 춤과 노래,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무대 연출 등 다양한 부분이 어우러져 매력을 더한다”고 극찬했다. 이밖에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가장 큰 흥행 요소로 ‘관객들을 눈물짓게 하는 사랑 이야기’를 꼽기도 했다.
청아한 목소리와 수려한 외모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새로운 뮤즈’라고 불리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늘 꿈꿔온 크리스틴 역을 맡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에서 25주년 기념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오페라의 유령’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묻는 질문에 “모든 곡이 매우 훌륭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즐겁다”며 “노래를 들으며 매일 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뮤지션인 아버지가 연주하던 ‘All I Ask Of You’를 듣고 자라며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꿈을 키웠던 안소니 다우닝은 라울 역을 맡게 된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스통 르루의 원작은 아직 읽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던 그는 “그렇지만 라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내가 연기하는 라울에는 깊이감과 진정성을 더욱 부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흔히 관객들은 크리스틴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그 부분을 깨버리겠다”면서 “라울이 진정으로 크리스틴을 사랑했던 모습을 전달해 그들을 눈물짓게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구상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작품’이라 말하던 그는 “모든 이들이 가까운 사람을 잃거나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한번쯤 해 봤을 것”이라며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뛰어난 음악과 오케스트라, 무대구성 등이 감동을 더할 것”이라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남아공의 대표 아카펠라 그룹 ‘Perfect Score’의 멤버이자 케이프타운·요하네스버그·조지 등에서 수많은 공연을 갖았던 안소니는 더 나아가 뮤지컬 작곡가로 작품을 준비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내한공연을 위해 4개월간의 한국 생활을 하게 된 그는 “단순한 관광객의 입장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체험하고 가고 싶다”며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전했다. 기회가 된다면 싸이의 말춤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안소니의 모습에서 그의 도전 정신이 라울에게도 깊게 녹아내렸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