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 김 & 장 물밑 기싸움 치열
중수부 - 김 & 장 물밑 기싸움 치열
  • 이혜숙,정혜연 
  • 입력 2005-06-07 09:00
  • 승인 2005.06.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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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8개월간 도피행각을 벌여 온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이 임박했다. 김 전회장의 핵심 측근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김 전회장의) 6월중 입국은 확실하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렇다면 귀국 후 김 전회장의 신병처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김 전회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사법처리 감행’이란 검찰측과 김 전회장의 변호를 맡을 변호인단의 ‘기 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김 전회장과 관련된 사건을 일괄 처리할 부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일명 대검 중수부라고 불리는 이 곳은 각종 이권을 대가로 ‘검은돈’을 주고받는 정치인이나 전·현직 고위 관료, 재벌 등 기업인에게는 저승과 같은 곳이다. 반면 김 전회장의 변호를 맡은 곳은 국내 최고 규모의 로펌으로 유명한 김&장 합동법률사무소. 소위 KS(경기고, 서울법대 출신) 마크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진반농반이 따라다닐 정도로 엘리트 집단인데다 전직 법무부 장관 및 검찰 간부 등 거물급 법조인이 대거 포진해 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은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의 재수사 및 현대 비자금 ‘150억원+α’에 이어 SK그룹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에까지 가히 성역 없는 수사를 벌였다. 그리고 그 맨 앞엔 중수부가 있었다. 앞으로 김 전회장이 귀국하면 이 사건을 담당할 곳도 바로 대검 중수부다. 이번 사건은 한때 송짱, 안짱이란 애칭을 얻기도 했던 ‘송광수 검찰 총장·안대희 중수부장’라인 이후 지난 4월 새로 출범한 ‘김종빈 검찰총장-박영수 중수부장’이 첫 호흡을 맞출 대형 사건이기도 하다. 검찰 내 강력통으로 불리는 박영수 중수부장은 서울·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2차장 및 고검 차장을 역임했다. 박 중수부장과 함께 이번 사건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할 사람은 오광수 중수 2과장이다. 지난 99년 한보사건 재수사를 맡아 검찰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를 구속시키는 등 특수-강력통의 베테랑 검사다. 서울지검 강력부, 대검 연구관을 거친 인천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이다.

오 과장을 도와 광범위한 대우그룹 수사자료 등을 정밀 검토할 수사팀은 2001년 대우 사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및 연구관 등 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김 전회장의 6월 입국설`을 염두에 두고, 지난 30일부터 41조원의 분식회계 과정 및 9조2000억원대의 불법대출 과정, 비자금 조성경위와 로비의혹 등 관련 자료를 들춰보면서 수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김 전회장의 변론을 담당할 변호인단 구성도 화려하다. ‘국내 로펌 1위’ ‘우수 변호사 사관학교’ ‘외국전문지가 선정한 최우수 로펌’등 따라다니는 수식어만도 여러개인 김&장 법률사무소가 그곳이다. 국내 변호사 215명, 외국 변호사 60명 등 변호사 수만 해도 275명에 달한다. 또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 인력만 3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검찰 특수수사통으로 잘 알려진 이종왕 변호사를 비롯해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및 천정배 국회의원 등 거물급 법조인들이 한때 몸을 담았거나 현재 근무 중에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김 전회장의 대변인 역할을 담당할 사람은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경기고, 서울 법대 출신으로 춘천·부산지검 검사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특수 2, 3부장, 대통령 비서실 민정 비서관, 법무부 차관·장관을 역임했다. 최 변호사는 일찌감치 김 전회장의 변론을 위해 회사 내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 인력을 총 동원,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기 싸움’은 김 전회장이 귀국하기 전부터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김 전회장의 귀국과 관련, 변호인 측이 대검 중수부와 귀국 일시 및 분위기 등을 조율하는 사전 접촉이 있었던 것. 그러나 ‘귀국 즉시 체포 후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검찰측과 김 전회장의 합당한 귀국환경 조성 등을 고려해 줄 것을 요구하는 변호인단의 미묘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전회장 측근들의 모임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귀국-수사-사법처리-국민여론에 따른 8·15사면’등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도는가 하면 김 전회장이 들어오는 즉시 병원으로 직행, 병보석을 신청할 것이라는 가상 계획도 제시되고 있다. 김 전회장의 귀국이 현실화되면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부분은 외화 유출 혐의와 대우그룹 퇴출을 막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김 전회장은 영국안의 비밀 금융조직인 비에프시(대우 런던법인)를 통해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25조원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특별 대책반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데다가, 설사 해외비자금을 찾는다 해도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높다.

김 전회장이 정·관계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이 한결같이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해 와 결국 김 전회장의 입을 통해 비자금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것도 검찰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분식 회계와 사기 대출 혐의의 경우 김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이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만큼, 김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 김 전회장 어느병원에 입원할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이 되고 있다. 재계의 관심 중 하나는 김 전회장이 어느 병원에 입원할 것인가 하는 부분. 김 전회장이 귀국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건강 악화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 전회장이 귀국할 경우 공항에서 곧장 검찰로 이송된 후, 허가를 받아 병원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병원에서 김 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어떠한 진단을 내리느냐의 여부가 검찰 수사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시각인 것.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 전회장이 어느 병원에 입원할까하는 부분도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회장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곳은 두 군데.

김 전회장이 가장 선호할 것으로 보이는 병원은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병원이다. 아주대병원은 그가 지난 77년 대우실업 사장으로 재직 중일 때 사재를 털어서 설립한 병원. 김 전회장은 재계에서 활동 중일 당시 병원에 대해 집착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김 전회장의 장모인 권초덕씨는 지난 2003년 아주대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했고, 또 여기서 장례도 치렀다. 김 전회장으로서는 아주대병원이 고향처럼 편한 곳이 아니겠느냐는 분석. 하지만 아주대병원이 서울에서 멀어 그가 치료를 받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김 전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도 한차례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지난 98년 그는 만성 뇌경막혈종 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일주일간 입원을 한 적이 있다. 최근 김 전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가 수술을 받았던 연대 세브란스 병원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 이명박 "청계천 물길만 같아라"

청계천 물길이 68년만에 다시 열렸다. 서울시는 지난 1937년 복개된 청계천에 2003년 7월1일 청계천 복원공사가 착수된 지 23개월만에 시험적으로 물을 흘려 보내는 통수식을 가졌다. 검찰의 청계천 복원사업관련 비리수사로 측근인 양윤제 부시장이 구속되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던 이명박 서울시장도 이날만큼은 활짝 웃었다. 시원스럽게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이 시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2007년을 향한 발걸음이 청계천 물길처럼 훤히 뚫리길 희망하지 않았을는지.

이혜숙,정혜연  softpen@ilyoseoul.co.kr,c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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