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나라당, 내년 총선이 그리 겁나나
[기자수첩] 한나라당, 내년 총선이 그리 겁나나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8-30 10:59
  • 승인 2011.08.30 10:59
  • 호수 904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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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인해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한나라당이 막판 총력전을 펴고,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벌이면서 ‘오세훈 구하기’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나라당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은 ‘사실상 오세훈의 승리’, ‘내년 총선의 희망을 봤다’고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홍 대표는 “투표율 25.7%는 매우 높았다는 생각이다. 내년 총선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으나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홍 대표는 “서울의 투표율이 보통 54~55%인데 25% 지지율이면 47.5%의 득표 결과”라며 “서울 어느 지역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는 서울 지역 총 유권자 838만7278명 중에서 215만909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홍 대표의 말대로라면 215만9000여 명 모두가 한나라당 지지자라는 말이다. 홍 대표가 몰래 투표함을 열어 주민들 의사를 확인해봤다는 말인가. 또한, 이번 주민투표가 한나라당 지지투표였는지 묻고 싶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등 야권의 투표거부운동에 강한 반감을 표하면서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시켰다고 맹비난했다. 투표거부운동이 ‘이념적 편가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한나라당이다.

홍 대표가 간과한 또 한 가지가 있다. 7개월 이상 남은 내년 총선 투표율을 임의로 예측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심판론이 대두된다면 투표율은 홍 대표의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연히 야권에게 유리한 형국인 것이다.

물론, 홍 대표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홍 대표가 의미를 부여할 만큼 보수층의 결집을 가져온 부분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패배를 인정하게 되면 지지층에게 무력감과 패배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기대감을 부풀리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을 십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집권여당으로서 당당했으면 한다. 실질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만 투표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단계적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이들만 투표한 것이 아님은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주민투표는 최종결과로써 평가받는 것으로, 개함도 못해 주민들의 의사를 들을 수 없다면 패한 것이다.

홍 대표를 위시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허장성세가 조금은 측은하다. 한나라당이 총선 참패 공포증을 떨치기 위해선 이제라도 겸허하게 민심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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