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선진당으로…” 여·야, 한목소리로 비판
[김규리 기자]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합당이 오랜 논의 끝에 성사됐다. 양당의 통합은 2009년 8월 심대평 현 국민중심연합 대표가 이회창 당시 자유선진당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비판하면서 탈당한 뒤 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로써 충청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며 정치 판도가 재편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은 지난 17일 통합에 합의했다. 양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기획단 2차 회의 결과 통합을 결정하고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를 새로운 당의 대표로 추대했다.
양당의 통합 방식은 당 대 당 통합으로 결정했다. 양당은 정강 정책에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이달 말까지 통합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명과 지도체제, 공천제도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선진당은 통합의 성과를 위해 ‘자유선진당’ 명칭을 유지하자고 요구하는 반면 국민중심연합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당명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이번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통합을 놓고 여야의 비난이 거세다. 여야는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못하는 정당에 불과하다며 충청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충남도당은 지난 18일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통합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당명을 ‘역시 후진당’으로 지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충청도 발전 외면 세력이 또 만나 결합논의를 했다고 한다. 지역감정 악용에는 횃불을 들고 충청도 발전에는 곁불만 쬐던 그들은 충청인의 혹독하고 차가운 시선이 무척이나 무서웠을 것”이라며 “이번 결합은 ‘도로 선진당’이 될 것이 뻔하고, 이는 결국 충청도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충청인의 외면을 받아오던 두 세력의 명분도 비전도 인물도 없는 내년 선거용 그들만의 잔치는 실패로 막을 내릴 것이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통합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통합은 정치적 퇴보”라고 비난에 나섰다. 민주당은 또 “선진당과 국중련은 충청권에서나 소위 ‘맹주’ 소리를 들을 뿐, 정작 국회에서는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정당에 불과하다”면서 “원래 하나의 선진당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러니 ‘도로 선진당’이 된다고 한들 지역발전을 위해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창희 한나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이날 “(통합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심 대표가 선진당을 탈당했다가 다시 복당한 것뿐이다”고 평가했다.
합당 이후 ‘도로 선진당’이 된다면 충청권의 정치세력은 재편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게다가 선진당 측이 통합정당 명칭을 ‘자유선진당’ 그대로 유지하려는 입장이어서 통합으로 인한 변화 기대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빅 3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충청권의 경우 정치권 구도변화에 따라 가장 빠르고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다”라며 “하지만 통합정당이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는 ‘도로 선진당’으로 전락한다면 충청권에서 더 이상 맹주를 자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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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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