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해 초 10대 그룹이 일감몰아주기를 자제하겠다며 ‘자율선언 이행’을 발표했지만 중간점검 결과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건설·광고·시스템통합(SI) 분야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10~30%대에 머물렀다. 특히 물류 분야는 되레 뒷걸음질 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10대 그룹의 자율선언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10대 그룹은 물류 부분을 제외하고 지난해 보다 경쟁입찰 금액 비율을 확대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순이었다.
전체발주 물량 중 경쟁입찰 금액비율을 살펴보면 건설부문이 43%에서 60%로 17%포인트 높아졌다. 광고부분은 20%에서 28%로, SI부문은 7%에서 12%로 늘었다. 반면 물류부문은 2%포인트 감소한 18%로 집계됐다.
이중 건설만이 경쟁입찰 금액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고 광고·물류·SI부분은 경쟁입찰이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나머지 70~90%의 물량은 총수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가 수의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물류 분야는 더욱 심각해 지난해 4~7월에는 6367억 원이였던 수의계약 금액이 올해는 같은 기간 6399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경쟁입찰은 1639억 원에서 143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해 물류 발주 감소분에 대해 수의계약을 유지하고 경쟁 입찰부분을 축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를 거치지 않고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는 물량은 광고분야와 SI가 각각 36%, 15% 늘었지만 건설과 물류는 각각 11%, 10%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건설분야의 중소기업 직접발주 감소는 경기불황으로 건설분야의 총 계약금액이 33% 감소한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증가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밖에 10대 그룹이 내부거래위원회 24개를 추가해 설치하겠다는 약속은 잘 지켜져 지난달 말 기준 총 93개 계열사에 23개가 설치됐다. 또 향후 대한항공, 한화증권 등이 추가로 5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이행점검은 자율선언 이후 3개월 내의 실적을 점검한 것으로 이행성과를 평하기에는 다소 짧은 측면이 있다”면서 “보다 실효성있는 평가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의 이행실적을 다시 점검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스스로의 의식전환과 문화 정착이 가장 필요하다”며 “10대 그룹 외의 다른 대기업도 모범거래기준 채택 등으로 내부거래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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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