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라면 스프서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 검출… 사실 알면서도 ‘나 몰라라’
농심 라면 스프서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 검출… 사실 알면서도 ‘나 몰라라’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2-10-24 09:12
  • 승인 2012.10.24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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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심이 자사 라면 스프의 벤조피렌 검출과 관련해 해명에 나섰다 <사진출처 = 농심 홈페이지>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자연(自然)·건강(健康)·안심(安心)을 추구한다던 (주)농심의 일부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벤조피렌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이원주 의원은 지난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훈제건조어묵(가쓰오부시) 분말 벤조피렌 시험 성적서’를 인용해 농심의 라면과 우동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원주 의원에 따르면 농심의 봉지라면 ‘순한 너구리’와 ‘얼큰한 너구리’ 2종과 용기면 ‘생생 우동’, ‘너구리 큰사발면’, ‘너구리 컵’, ‘새우탕 큰사발면’ 등 총 4개 제품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이들 6개 제품에서 검출된 양은 1kg당 최소 2.0에서 최대 4.7ppb(parts per billion/10억분의 1)로 알려졌다.

벤조피렌이란 화석연료 등의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한 종류로 물질을 불에 가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호르몬이다. 숯불에 구운 고기의 검게 탄 부분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 연기, 쓰레기 소각장 연기 등에 포함돼 있으며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농심이 라면을 제조하며 기준규격이 초과된 부적합한 원료를 스프에 사용했다”면서 “벤조피렌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농심 측은 제품을 자진회수하지 않고 식약청 또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청은 식용유 등 기름 제품의 경우 벤조피렌의 기준치를 1kg당 2㎍(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어류 2㎍, 분유 1㎍을 넘지 못하도록 허용 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심 제품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의 양은 다른 제품의 기준치보다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식약청은 스프에 대한 함유 기준치가 불분명할뿐더러 주원료인 가쓰오부시의 기준치(훈제건조어육 기준 10ppb 이하)보다 검출양이 낮기 때문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제품의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하루 평균 0.000005㎍로 고기를 구울 경우 발생하는 약 0.08㎍보다 1만6000배 낮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식약청 식품기준과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가공식품에도 기준을 설정하게 될 경우 모든 제품에 대해 기준을 정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공식품에 별도의 벤조피렌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모든 가공식품의 기준치를 설정할 수 없기에 대신 그 제품을 만드는 원료를 관리하고 있다”며 “훈제 어육이나 건조 어육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가쓰오부시의 기준치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분유 같은 경우 우유제품을 열풍 건조하는 가공공정에서 발암물질의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준치를 정해놓은 것”이라며 “제조공정이나 상품에 따라 기준치의 제정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난 6월 벤조피렌이 초과 검출된 가쓰오부시 제품을 제조·판매 한 (주)대왕과 이 사실을 알고도 스프원료로 사용해 농심 측에 납품한 (주)태경농산 대구공장의 업주는 행정처분과 각각 검찰에 구속 송치된 상태다. 당시 (주)대왕의 제품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은 106~55.6ppb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은 해당 업체의 초과 검출에 대해 가다랑어의 비린 맛을 없애고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훈연(연기로 조리)하는 과정에서 적정온도보다 높은 온도로 조리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발표로 논란이 일자 농심 측은 지난 6월 식약청의 조사결과를 전해들은 뒤 관련 제품의 생산과 출고를 두 달가량 중단하고 조미료 납품업체도 바꿨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납품업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뒤 외부 공인 분석기관에 제품 검사를 의뢰했다며 자체 의뢰한 분석에서는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농심 홍보팀 관계자는 “농심 측이 의뢰한 조사 기관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섭취하는 조리된 라면에 대해 검사를 했다”면서 “식약청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판단하기 위해 스프 원료 자체에 대해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리된 라면으로 검사를 한 경우에는 벤조피렌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제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안심하고 드셔도 되기 때문에 회수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농심은 제품의 안정성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소비자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진짜로 너무한 농심. 이제 서민들은 무얼 먹어야 하나(트위터리안 dhf**)”, “식약청은 이번에 검출된 양이 매 끼니마다 평생 먹어도 무해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식품 건강을 맡겨도 되나(트위터리안 han****)”, “우려를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발암물질 검출 사실을 알고도 회수하지 않았다니…(트위터리안 tai***)”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가공식품을 비롯한 먹을거리에 발암물질이 함유된 것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 식품기업에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문제에 따른 기업의 발 빠른 대처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준치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할 전망이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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