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비 못 피하다’
오세훈, ‘비 못 피하다’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08-16 17:23
  • 승인 2011.08.16 17:23
  • 호수 90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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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불출마 선언 4대 관전 포인트

[전수영 기자] ‘반포퓰리즘’ 기치를 내세우며 선별적 무상급식을 관철시키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내년 대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달 1일 주민투표를 공고했지만 그 전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시는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고심 끝에 주민투표 강행을 결정했지만 뜨거워지지 않는 선거판에 33.3% 이상의 투표율을 끌어내기가 힘에 부쳤는지 오 시장은 결국 자신의 대선 불출마와 투표율을 맞바꿨다. 여권은 환영한 반면 야권은 “언제 대선후보였냐”며 냉소적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일요서울]은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보는 ‘4대 관전 포인트’를 조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내년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1일 오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수해를 만나 주민투표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며 궁지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대선 불출마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로 지난 1일 주민투표 발의를 했지만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민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냉담한 반응이다.

수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여기저기서 복구에 땀방울을 흘리는 가운데 오 시장과 일부 보수 세력만이 주민투표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오 시장의 선택의 폭은 결코 넓지 않았다. 연일 이어지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나쁜 투표’ 발언과 쏟아지는 비판 기사들 속에서 오 시장은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선택했다.

오 시장의 이번 대선 불출마 선언을 놓고 ‘고육책’, ‘정치쇼’, ‘벼랑 끝 판단’이라는 다양한 해석들이 잇따르고 있다.


관전 포인트 1
투표 안 할 친박에 위기의식

오 시장이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친박의 불투표 가능성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요서울 901호 2~3면 참조]
오 시장 본인이 아무리 강력하게 주민투표를 추진한다고 해도 친박 도움 없이 친이 세력만으로 투표율 33.3%를 넘기기는 힘들다고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여권 관계자가 “친박이 오 시장을 도울 일이 없는 것은 자명한 것”이란 지적도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의 배경이란 의미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은 차기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의 걸림돌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관전 포인트 2
범보수 세력의 분열 방지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행한다는 얘기가 터져 나오자마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야당의 포퓰리즘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자치단체장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오 시장은 ‘전사’를 자임하며 앞장섰다.
당내에서는 이런 오 시장을 지원해 주민투표에서 승리하고 그 분위기를 이어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을 지켜내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무상급식을 놓고 벌이는 주민투표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와 내년 총선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역구가 수도권인 의원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분위기도 이렇게 갈렸지만 보수 세력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오 시장을 적극 지지하는 세력과 관망 또는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들이 보이지 않게 계속 충돌했다.
주민투표를 놓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한다는 입장이 압도적이지 못했다. 또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대권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었다.


관전 포인트 3
친이·친박 대결구도 희석

주민투표를 놓고 당내에서는 친이·친박의 갈등이 벌어졌다. 친이계로서는 여론조사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 대신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통해 보수 세력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친박 진영에서는 자칫 서울에서 오 시장이 바람을 일으킬 경우 박 전 대표의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이번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힘들다’는 얘기가 돌 만큼 수도권 약세가 점쳐지는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내부에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대결구도를 계속 이어갈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의원들 사이에 작용하며 오 시장에게도 압박으로 가해졌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투표 당일인 24일에 일정이 있을 가망성을 들어 18일 부재자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친이계 수장인 MB가 직접 나서 투표를 독려한 만큼 ‘이명박-박근혜’의 밀월 관계 과시를 위해서라도 친박은 투표에 소극적일 수 없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표의 공식 입장을 촉구했다는 분석이다.


관전 포인트 4
박근혜 대항마 김문수 뜨나?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따라 김문수, 정몽준이 친이계 대선 주자로 남게 됐고 이중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가장 큰 혜택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유력 대권후보로 인식되며 오 시장과 함께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인식돼 왔다. 김 지사는 그동안 계속해서 진행됐던 여론조사에서도 오 시장과 엎치락뒤치락하며 2위 자리를 놓고 다퉜다.
그런 김 지사이기에 이번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힘들이지 않고 경쟁자를 물리친 꼴이 됐다. 김 지사는 그동안 보여 왔던 안보문제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면서 보수 세력 결집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경기도 내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하면서 합리적인 보수로 도민들에게 인식됐기 때문에 무리하게 주민투표를 이끌고 있는 오 시장과의 대비효과를 더욱 크게 누릴 수 있게 됐다.
김 지사와 함께 박 전 대표의 향후 지지도 예측에 대해 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오세훈 지지하던 사람들이 비박 정서와 무관하게 오세훈에게만 관심을 보였다면 박 전 대표나 김문수 지사 모두 고르게 지지율 상승할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지지부진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불씨를 키워나갈 전망이다. 물론 오 시장 본인이 말한 것처럼 투표율 5% 상승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반포퓰리즘’ 전사로서 결연한 모습을 보인 오 시장에게 보수 세력이 얼마나 힘을 실어줄 것인지가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야당도 그저 편안하게 ‘투표 거부’만을 외치며 시민들이 투표를 하지 말 것을 종용하기는 어려울 상황에 처했다. 좀 더 목소리를 내며 투표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는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도 결국에는 ‘정치쇼’로 평가하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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