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LG유플러스(대표이사 이상철)가 용산에 새로운 본사 사옥의 건설을 추진하면서 LG그룹 망신을 톡톡히 시키고 있다. 새 사옥이 들어설 부지의 이웃 주민들이 LG그룹을 맹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LG유플러스가 사옥 신축을 진행하면서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진행하지 않고, 주민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주민들은 LG유플러스를 향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용산 사옥 재건축으로 이웃 아파트와 갈등
대형 현수막 내걸고 LG그룹 규탄하는 주민들
LG유플러스는 2008년부터 용산에 새 사옥을 건설하기 위해 재건축을 추진해오다가 지난해 11월 도시계획심의가 통과되면서 기존 건물 철거 등의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LG유플러스의 사옥 신축과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됨에도 사전에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LG유플러스 새 사옥 부지는 남쪽으로 한강트럼프월드 오피스텔과 마주보게 되고, 동쪽은 한강로쌍용스윗닷홈 아파트와 접해있다. 이로 인해 두 아파트 주민 모두가 LG유플러스 신축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한강트럼프월드 측은 좁혀지는 건물 사이의 간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기존에는 30여m 떨어져 있었던 건물 사이의 간격이 신축으로 인해 9m로 좁혀지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60m였던 건물 높이도 100m로 높아지면서 조망권 침해가 불가피하다. 쌍용스윗닷홈 아파트 주민들은 LG유플러스의 사옥이 지하 7층까지 내려갈 경우 인접한 건물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은 사옥 신축과 관련해 LG유플러스 측이 사전에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LG유플러스의 새 사옥과 관련된 계획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지난 5월 처음으로 개최된 주민설명회를 통해서였다. 또한 뒤늦게 진행된 설명회도 주민들의 불만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미 확정된 건설계획에 대한 일방적인 브리핑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한강로트럼프월드 관계자는 “설계와 철거 등에 관련된 하청업체들이 와서 공사 진행 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LG유플러스 쪽에서는 책임 있는 사람이 전혀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설명회 다음날 구청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구청 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전에 도시계획심의와 관련한 공람절차에서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열람 내용을 일부러 찾아가서 살펴보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직접적인 이웃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구청 홈페이지에만 건설계획을 게시하고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용산구의 중재로 LG유플러스와 주민간의 협의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최소 아파트와 10m 이상은 떨어지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LG유플러스 측은 7.1m에서 2.1m 늘어난 9.2m를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결국 지난 8월 21일을 끝으로 협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지난 8일 한강트럼프월드 대표자회의에 공문을 발송하고 “건축허가처리와 굴토 자문이 완료됐음”을 알리며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입주민의 요청사항에 대해 충분히 협의 의사가 있으니 회신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강트럼프월드 관계자는 “아무리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주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데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생각한다”며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도 없고, 법에도 호소를 못하니 현수막을 걸고 항의를 표시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처지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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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